[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1일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조용한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는 한편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가 우버와 만나 ‘우티 유한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는 세종시에서 조만간 셔틀 서비스에 본격 돌입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 전략 고도화를 위해 한국수출입은행과 손을 잡았네요.

만우절날, 그들의 미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큰형은 단연 카카오모빌리티입니다. 주차,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택시,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이동하는 모든 것’을 장악하기 위한 큰 그림이 빈틈없이 가동되고 있으며 모든 모빌리티 플레이어들의 지향점인 MaaS 인프라 전략도 차근차근 진행되는 중입니다.

차량정비 및 세차, 시세조회 및 차량판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한편 반려동물 택시인 펫미업, 렌터카 중개업체 딜카 인수합병도 타진하는 중입니다.

최근 유료화 정책으로 많은 질타를 받고있는데 이 역시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큰형이자 선구자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여세를 몰아 규모의 경제도 시도하는 중입니다. 2017년 TPG 투자 이후 3년 반 만에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최근 2억달러의 투자를 추가유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구글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당장 구글 인터내셔널(Google International LLC.)은 1일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만 달러(한화 565억원)를 투자해 지분 1.7%를 확보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구글이 1.7%를, 카카오는 63.4%, TPG컨소시엄은 28.3%, 칼라힐은 6.6%를 가지게 됐습니다.

두 회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모빌리티를 넘어서는 IT 생태계의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창민 카카오모빌리티 CFO 부사장은 “이번 투자유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첫 전략적 투자유치 사례"라며 “장기적 협업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발굴 및 국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에도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자금이 필요해 투자를 받은 것이 아니라 구글과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함이라는 설명입니다.

출처=카카오모빌리티
출처=카카오모빌리티

이런 가운데 공교롭게도 같은날 또 하나의 강력한 모빌리티 플레이어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바로 우티 유한회사입니다.

SK텔레콤과 우버의 동맹으로 가동되는 우티는 올해 중순 우버택시와 티맵택시를 통합한 새로운 서비스와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존 택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운임체계, 승객과 기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능 등을 적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보여준다는 각오입니다. 우티의 최고경영자(CEO)는 톰 화이트(Tom White) 우버 한국 총괄이 내정됐으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 출신의 오명훈 총괄이 수행한다는 설명입니다.

톰 화이트 최고경영자 내정자는 “새로운 합작회사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새 장을 열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우버의 탁월한 기술력과 글로벌 전문성이 티맵모빌리티의 뛰어난 맵핑 서비스로 구성된 네트워크와 결합한다면 우티는 국내에서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와 혁신을 승객과 드라이버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ICT 기반 모빌리티 기업은 아니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이자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야심차게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가동하는 현대자동차도 등판했습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그리고 지난달 31일 공개되어 하루만에 사전예약 기록을 갈아치운 기아의 EV6를 통해 전기차 로드맵을 강하게 틀어쥐는 상태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전략에 의미있는 발표를 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셔클입니다. 세종시에서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셔클을 전격 가동한다는 소식입니다. 4일부터 10일까지 7일 간 세종시 1생활권에서 사전에 모집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범운행을 실시한 후 쏠라티 12대 규모로 13일부터 본격 서비스에 돌입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하나는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미래 모빌리티 전략 고도화를 위해 만난 지점입니다. 현대차는 1일 수은과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사에서 '미래 모빌리티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으며 당장 현대차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수은으로부터 미래 모빌리티 사업부문에 2023년까지 3조원 규모의 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두둑한 실탄을 마련했다는 뜻입니다.

방문규 수은 행장은 “수은의 금융지원 협력 프로그램으로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제패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말했으며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번 업무 협약이 현대차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성공적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셔클. 출처=현대차
셔클. 출처=현대차

시장이 뜨거워진다

카카오모빌리티, 우티가 본격적으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달구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만우절날 별다른 발표는 없었으나 역시 중요한 모빌리티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는 쏘카도 최근 프리미엄 서비스부터 대리운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광폭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첫 격전지는 가맹택시 시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도 각 사업자들이 수도권과 지역을 넘나들며 택시업계와 ‘밀당’에 나서는 한편 가맹택시 시장에서의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곳은 가맹택시 시장 외에는 아직 없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만우절날 발표된 각 모빌리티 플레이어들의 전략은 공교롭게도 거짓말처럼 미래를 지향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구글의 협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한국 시장에 한정된 이야기겠으나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기술력을 가진 알파벳과의 조심스러운 접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전히 테스트 베드로 매력적인 한국 시장 점유율 강화를 노리는 구글의 노림수와 맞아 떨어지는 전략적 행보가 나온다면 그 시너지는 의외로 클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특히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운영체제의 하드웨어 탑재 노하우가 미래차 시장에서 ICT 기업의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을 바꾸는 그림’으로 덧대어질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상력은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애플도 마찬가지겠지만 구글과 같은 ICT 기업들은 미래차 시장에서 모바일 시대의 성공방식을 도입해 판을 바꾸려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역시 ICT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에 뿌리를 둔 카카오모빌리티가 구글의 글로벌 전략과 만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온오프라인 미래차 생태계 전략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우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가맹택시 중심의 전략을 가동할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플라잉카까지 염두에 둔 ‘올인원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꿈을 꾸는 중입니다. 비록 우버가 자율주행차 사업부분은 물론 UAM 사업부분에서 손을 떼는 등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고 있어 상황이 약간 모호해진 구석은 있으나, 우티의 꿈이 단순히 가맹택시 시장 확대에만 있을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현대차도 비슷합니다.

현대차는 지금 미래 모빌리티를 위해 로보틱스부터 자율주행 및 전기, 수소차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으나 아직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그 능력을 발휘한 적이 없습니다. 그랩 등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중입니다.

다만 최근 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의 입체적인 설계, 즉 자동차부터 도심항공 플랫폼을 아우르는 촘촘한 모빌리티 가두리 생태계가 힘을 받는 상황에서 셔클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분위기가 일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무엇보다 셔클은 실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운용이라는 점에서 하드웨어 완성차에 뿌리를 둔 현대차의 변신의지를 잘 보여준다는 말이 나옵니다.

결국, 미래입니다. 가까운 시일이 될 것인지 먼 훗날이 될 것인지 모르지만 이제 국내 모빌리티 플레이어들은 미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짓말처럼 만우절날 나온 각 플레이어들의 미래 이야기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