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지난 겨울 강력한 거리두기로 ‘셀프감금’ 당했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기온이 오르며 날씨가 따뜻해진 탓이다. 백화점을 비롯해 음식점과 영화관까지 끊겼던 발길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소비 본격화로 수혜를 입을 종목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돈쓸 준비 됐다…시작은 백화점부터

소비 신호탄은 백화점이 가장 먼저 쏘아 올렸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더현대서울이 개점 첫 주말 일일 매출 102억원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창립한 이후 단일 매장 하루 최고 기록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6% 증가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백화점 부문의 매출 회복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 3사 매출 성장률이 80% 이상을 웃돌고, 그 중 여성 패션의 경우 100%가 넘는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작년 3월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의 타격이 가장 컸기 때문에 기저 효과가 대부분일 수 있으나, 중요한 점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회복되며 코로나 정상화 속도보다 내수 소비 정상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회사의 주가도 당장 늘어난 소비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5만2,60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까지 6만원대에 머물다가 이달 들어 9일 장중 9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초 19만원대에 불과했던 신세계는 올해 2월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초에는 장중 30만원을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롯데쇼핑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5만원대까지 떨어진 롯데쇼핑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부터 차근차근 오르기 시작해 3월 들어 12만원대를 회복했다.

화장품 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지만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과 거리두기 완화, 종국엔 마스크 탈출까지 기대감을 높이는 재료들이 남아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기대감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적정 가격보다 고평가됐다는 평가가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시장 기대를 의미 있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긍정적 주가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현재 주가는 글로벌 동종업종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대비 30~40% 할증 거래되고 있다. 매 분기 실적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유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최악은 지났다”…노래방부터 카지노까지 나가자! 모이자!

거리두기 개편안이 논의되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타를 맞았던 오프라인 대면 서비스로도 온기가 퍼지고 있다. 3월초 공개된 4단계 거리두기 안이 변경 없이 적용되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사적 모임 제한 인원도 기존 5인에서 9인으로 확대되고, 운영 제한 시간도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노래방 업계 1위인 TJ미디어 또한 지난해 적자 전환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된 바 있다. 통상 좁고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의 특성 탓에 기피 대상이었던 노래연습장의 사정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또한 지난 한 해 내내 약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10일 급등세를 보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지노 산업도 코로나로 직격타를 맞은 피해 업종 중 하나다. 지난해 실적도 주가도 모두 바닥을 쳤다. 이동 제한에 인건비가 높은 산업 특성상 피해가 클 수밖에 없던 탓이다. 때문에 반등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국내외 카지노 사업자들의 주가는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 수준 대비 저점에 위치하고 있어 향후 코로나19 완화 시 실적 및 주가 회복이 가장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카지노 사업자 파라다이스가 가장 긍정적일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유일한 사기업 카지노 사업자 파라다이스는 인력 조정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활용해 희망퇴직을 통한 인건비 효율화를 진행한 바 있다. 영업비용을 최소화해 버틸 힘을 비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써 많이 오른 것 같은데...”…면세점, 섬유‧의복에 주목

보복 소비가 막 시작되는 지금, 투자자들은 이른 바 내수주 ‘상투잡기’의 주인공이 내가 되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기대감에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내수주들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말부터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타 국가 대비 부진해 회복 속도, 관련주들의 실적 개선도 다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수익을 볼 곳이 남았다고 보고 있다. 주가는 기대감을 선반영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눈여겨 볼 곳으로는 항공, 면세점주가 꼽혔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백신 소식이 이어지며 경기 회복 기대감에 코로나 피해주들이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중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것은 여행주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확산 외에도 일본과의 관계 악화 등 별개의 이슈도 존재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았음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이어 “따라서 여행주 외 항공 및 면세점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면세점은 지난해 8월 정부의 코로나19 지원방안 발표안에서 고정임대료 대신 여객감소율 연동 할인 방식을 채택해 비용 부담이 준다”면서 “항공도 항공여객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일단락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피해업종 대비 최근까지 소외 중인 섬유‧의복주도 소비 본격화의 수혜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유안타증권은 2분기 최선호 업종으로 화장품과 섬유‧의복을 골랐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승용차와 가전의 판매액 증감율은 장기간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지만 외부 활동에 필요한 의복과 화장품 판매액은 극심한 부진이 이어져 왔다”면서 “전 세계 백신 보급과 함께 향후 보복 소비가 발생한다면 그 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상품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며 주가는 이보다 먼저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호텔‧레저, 소매‧유통 등도 매력적인 업종으로 지목했다. 조 연구원은 “컨택트 소비와 관련된 8개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전체의 8%에 불과하다.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많이 남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종목으로는 아모레퍼시픽, 신세계인터내셔날, 호텔신라, 신세계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