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의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테슬라가 쏘아올린 전기차 혁명에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참가한 상태에서 또 한 번 의미있는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었던 소위 ‘샤오미 인사이트’가 전기차 시장에서 재연될 경우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샤오미의 전략

샤오미는 30일 봄절기 신제품 발표회 2021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 Mi 믹스 폴드(Mi MIX Fold), Mi 11 프로(Mi 11 Pro), Mi 11 울트라(Mi 11 Ultra)와 AIoT 신제품 Mi 노트북 프로(Mi Notebook Pro), Mi 밴드6(Mi Smart Band 6), Mi 라우터 AX9000(Mi Router AX9000)를 대거 공개했다.

최저 172만원에 불과한 폴더블 스마트폰인 Mi 믹스 폴드에 특히 시선이 집중됐다. 액체렌즈와 자체 반도체칩을 착용한 Mi 믹스 폴드는 사실상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평가다.

다만 샤오미 행사의 백미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닌 전기차 시장 진출 선언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샤오미는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공식 공고를 내고 스마트 전기차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실제로 레이쥔(Lei Jun) 샤오미 CEO는 신제품 발표회에서 초기 100억 위안(약 1조7,254억 원) 투자와 함께 샤오미 완전 자회사로 전기차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샤오미는 향후 10년 동안 총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며 레이쥔은 스마트 전기차 사업 CEO를 겸임한다.

레이쥔 샤오미 CEO는 “제 인생의 마지막 주요 기업가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기꺼이 모든 개인적인 명성을 걸고 샤오미 스마트 전기차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이며 성공을 위해 팀을 이끌어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75일 동안 200여 명의 업계 전문가들과 85차례의 간담회, 4차례의 내부 토론, 2차례의 이사회를 거쳐 시장 진입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출처=폭스바겐
출처=폭스바겐

샤오미의 결단...왜?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글로벌 시장의 팽창과 큰 관련이 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열풍에 힘입어 각 국의 환경규제가 강해지자 말 그대로 팽창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진입하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2위, 유럽 시장 1위인 폭스바겐의 존재감이 시선을 끈다.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폭스바겐은 1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파워데이(Power Day)를 열어 배터리 내재화, 각 형 배터리 수급, 고속 충전 네트워크 전략를 통해 시장을 발칵 뒤집은 바 있다.

폭스바겐은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를 노리고 있으며 올해에만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전기차 시장 장악을 위해 향후 5년간 850억달러를 투입하며 2030년 총 매출의 최대 25%를 전기차로 메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프라도 탄탄하게 구축한다.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유럽 내 공공 고속충전기 약 1만8,000기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5배에 달하는 규모로, 2025년 유럽 대륙의 전체 수요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일본 토요타는 2030년까지 100만 대 이상의 탄소 무배출 차량을 포함하는, 총 550만 대 이상의 전기화 차량 판매 계획을 발표했으며 닛산은 2022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차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BMW i3를 내세운 BMW도 2025년 자사 매출의 25%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방침이며 포드도 전기차 개발에 최대 120억 달러를 투자하며 다임러도 2025년까지 10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5개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볼보는 ‘볼보 리차지 버추얼 이벤트(Volvo Recarge Virtual Event)’를 통해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업체로 변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해 첫 번째 순수 전기차, XC40 Recharge(리차지)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바 있는 볼보는 40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이자 두 번째 순수 전기차인 볼보 C40 리차지(Recharge)를 전격 공개했다.

출처=볼보
출처=볼보

현대차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하는 한편 코나, 아이오닉5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기아도 전용 전기차 EV 시리즈의 첫 모델인 ‘The Kia EV6’를 30일 공개했다. 1분만 충전해도 국내기준 450Km를 주행할 수 있는 강력한 전기차 본능이 눈길을 끈다.

중화권 흐름도 심상치않다. 지리자동차와 같은 전통의 자동차 업체도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인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 생산기지로 알려진 폭스콘도 전기차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리자동차 및 패러데이퓨처스와 만나 전기차 시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전략이 공개되는 한편 자체 전기차 플랫폼인 HIH도 공개했다.

폭스콘은 MIH 플랫폼에 736개 기업을 참가시키는 한편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FCA)과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전기차 제조 로드맵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메이커인 바이톤과 바이폰 M-바이트 SUV를 공동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위룽과도 합작회사를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 상태다.

미국의 피스커와 만나 협력을 선언하기도 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23년말부터 25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코드명 프로젝트 페어(PEAR·Personal Electric Automotive Revolution)를 중심으로 전기차, 특히 SUV 차량 제작에 방점을 찍는다는 방침이다.

ICT 기업도 뛰어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아직 애플카에 대한 뚜렷한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으나 애플이 전기차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애플은 최초 현대차 및 기아는 물론 유럽과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했으나 지금은 마그나 등 부품업체들과의 협업으로 큰 방향성을 정한 상태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CEO(최고경영자)는 29일(현지시간) 자동차 애널리스트 관련 행사에서 “마그나는 애플카를 제작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제조 공장 증설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등 애플카 로드맵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5만2330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5.1%나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판매된 순수 전기차 중 테슬라는 2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는 물론 루시드와 같은 다양한 모빌리티 스타트업과 ICT 기업까지 속속 참전하며 판 자체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연장선에서 샤오미가 전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출처=샤오미
출처=샤오미

샤오미 스타일, 심상치않다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한 장면이 많다. 무엇보다 판을 흔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가졌다는 점에서 기존 플레이어들이 긴장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평가다.

먼저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접근이다.

업계에서는 샤오미가 프리미엄 전기차가 아닌 가성비가 좋은, 젊은층을 겨냥한 전기차를 우선 출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은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커지며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등 판 자체가 복잡해진 상태다. 대부분 ‘최고의 전기차’를 꿈꾸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샤오미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성비’를 내세워 판을 흔들었던 전략이 재연된다면 그 자체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샤오미가 단독으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샤오미의 전기차 기술력에 대한 회의감이 큰 가운데 샤오미가 기존 완성차 업체나 ICT 플랫폼이 아닌 단독으로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이미 전기차와 관련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핵심 기술력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진 상태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샤오미가 ICT 기업 측면에서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애플처럼 ‘자동차를 만드는 법’을 완전히 바꾸는 전략을 가동하면서 판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역시 샤오미의 스마트폰 전략에 힌트가 있다.

샤오미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이익을 거두지 않고 미유아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확산시키는데 주력,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전제품에 미유아이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전략을 이입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 단독으로 진입하며 수직계열화를 통한 생태계 창출에 성공한 후 이를 포스트 플랫폼인 미유아이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연결할 경우 파괴적인 영향력 확대가 가능하다. 많은 기업들이 포스트 스마트폰의 플랫폼으로 전기차를 택한 상태에서, 만약 샤오미가 이미 가동되고 있는 미유아이 생태계에 전기차를 포함시키고 이를 연결하는데 성공한다면 단숨에 초연결 생태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이라는 특수성도 있다. 당장 샤오미는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상태에서 전기차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키울 수 있으며, 배터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의 일원으로 단숨에 부각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진입이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대여 전략과 맞물린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구독과 같은 다양한 중국만의 시도는 중저가 전기차를 핵심으로 삼는 샤오미에게 제격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