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하에 이뤄졌으며 사진 촬영시에만 잠시 마스크를 벗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지난해 전례 없는 팬데믹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는 다양한 도전과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전 지구적으로 진행돼 온 글로벌화가 깨지면서 물류산업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전통적인 방식에 혁신을 덧입히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DX)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에 수에즈 운하 사고까지 겹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이 벌어지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를 느끼신 기업들이 저희를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많이들 느끼신 거죠”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는 작년 말과 올해 초 인원을 충원했는데도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문의가 많다며 바쁜 와중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코로나19와 수에즈 운하 사고로 물류업의 디지털 전환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비행기 되는데 배는 왜 안돼?”… 물류판 스카이스캐너 꿈 꿔

1983년생인 그는 스타트업의 젊은 대표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1년 현대상선(현 HMM)에 입사하면서 물류업에 발을 들였다. 근무 당시 물류산업의 열악한 현실을 접했다는 그는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2014년 회사를 그만뒀다. 이 후 1년간 프로그래밍 개발을 공부해 지난 2015년 트레드링스를 설립했다. 

“충격적인 거 하나는 선사의 스케줄을 아직도 책자로 확인한다는 점이다. 요즘 누가 스케줄을 책자로 확인하나. 항공권의 경우 온라인으로 손쉽게 스케줄을 찾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회사 설립 초창기에는 선사 스케줄을 온라인을 통해 바로 조회해서 검색할 수 있는 물류판 스카이스캐너(글로벌 최저가 항공권 검색엔진)를 만들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박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 경제는 수출과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유독 높은 나라다. 인구가 적어 내수기반이 취약하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1960년대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위해 온 이래 수출과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전 세계 6위, 수입액은 전 세계 9위를 기록할 정도다. 하지만 수출입 관련 물류 산업 시스템은 여전히 80년대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월드뱅크가 산정하는 국제 수출입 물류 경쟁력 지수는 25위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수출입 물류시장은 낙후돼 있지만 국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물류는 여전히 대다수 문서 작성이 수기로 이뤄지는 등 다른 산업에 비해 변화가 더딘 편이다. 그는 현장을 직접 겪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물류업이 훨씬 편해질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이에 잘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는 결단을 내렸지만 시장은 생각처럼 녹록치 않았다. 직접 보니 훨씬 더 전산화가 돼 있지 않아 자동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없었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화돼있는 시장이다 보니 보수적인데다 폐쇄적이기 까지 했다. 

“초반에 제일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파트너사들과 계약 단계까지 가는 것 이었다. 디지털 형태의 전환이 젊은 세대에는 환호를 받는 경우가 많아도 대표님이나 최종 결정자들이 탐탁치 않아하시면서 갑자기 진행하던 일이 엎어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인식이 변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큰 회사들이 더 열려있었고 그런 분들이 있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트레드링스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오프라인 위주의 수출입 물류 데이터를 온라인화하고, 산재돼 있던 각종 해상·항공·철송 스케줄은 물론 터미널 스케줄 정보를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물류비 비교 견적 ▲통합 화물 관리 시스템 짐고(ZIMGO) ▲실시간 화물 모니터링 시스템 쉽고(ShipGo) 등은 회사의 대표적인 서비스다. 

특히 물류비 비교 견적 서비스는 트레드링스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선보였던 서비스로 현재까지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화주(貨主)들이 적합한 포워더(화물의 운송에 관련된 업무를 취급하는 운송주선인)를 선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골자다. 어떤 상품을 어떤 국가로 보낼건지만 입력하면 국가와 상품에 가장 전문성을 갖춘 복수의 포워더들만 선별해 비교 해준다. 화주가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트레드링스를 이용하면 최적의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현재 트레드링스는 국내 물류 시장을 이끌어가는 대표 수출입 물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설립초기 4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몇 배로 늘었고 회사 설립 1년 만에 한국물류대상 국토교통부 장관상도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각종 투자 유치는 물론 대기업들의 러브콜도 줄을 잇고 있다.  현재 트레드링스를 이용 중인 국내 수출입 기업은 2만 여 곳으로 이랜드, 두산인프라코어, LS Nikko 동제련, 장금상선, 흥아라인, 한성라인 등 유수의 기업들도 포함돼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박민규 트레드링스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물류업 디지털 전환, 코로나19가 촉진제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물류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놨다. 통상 수출입 물류시장은 통상 수요과 공급으로 가격이 맞춰지는 시장이다. 기존에는 공급이 과잉이었지만 코로나19로 공급자체가 줄었고 수요는 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운임이 폭등했고, 그러다보니 원하는 서비스에 선적을 하지 못하는 등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물류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물류대란으로 인해 선사 스케쥴이 부정확해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박해야 할 항구에 자리가 없어 지나친다던가 지연이 된다던가 일이 빈번해지면서 화물의 이동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싶어 하는 요구가 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물류 업무가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트레드링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만명에 불과했던 사이트 이용자수는 올해 3월 기준 20만명으로 4배가량 늘었다. 특히 트레드링스의 실시간 화물 모니터링 서비스 쉽고(ShipGO)의 경우 최근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쉽고를 통해 트레킹 되는 물동량만 20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 국내 전체 물동량의 10% 수준이다. 

“유럽에 배를 통해 수출하는 경우 짧아도 30일 이상이 걸린다. 요즘엔 배달 음식을 시켜도 어디쯤 오고 있는지 위치가 나오지 않으면 답답하다. 그런데 수십억원, 수백억원의 화물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회사입장에서 굉장히 불안하지 않겠냐. 쉽고는 물류 전체 가시성을 확보해줌으로써 배송지연 등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시대에 온라인화는 옵션이 아닌 필수다. 모든 산업이 그렇게 바뀌고 있다. 온라인의 디지털 전환을 하면서 동시에 오프라인을 가져갈 수 있는 강점을 키워야 색깔이 있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본다”고 물류업의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출처=트레드링스 쉽고 서비스 갈무리
30일 기준 트레드링스 쉽고 서비스를 통해 확인해 본 수에즈 운하 상황. 트레드링스는 수에즈 운하 사고에 따라 당분간 해당 지역의 상황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출처=트레드링스 쉽고 서비스 갈무리

아울러 최근의 수에즈 운하 사고와 관련해서도 박 대표는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3일 길이 400m, 폭 59m인 22만톤급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는 중국에서 네달란드로 향하던 중 수에즈 운하 남쪽 부근에서 좌초했다.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교역로다. 에버기븐호가 일주일 가량 운하 길목을 막으면서 국제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재는 다행히 에버기븐호가 부양하며 통항은 재개된 상황이나 업계에서는 수에즈 운하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박 약 400척이 정리되는데만 수일에서 수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즉,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물류 대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박 대표는 “수에즈 운하 사고로 많은 물류사들은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일부 아시아 지역의 감선·감편(Blank Sailing)을 예상하고 있으며, 희망봉을 우회하는 노선으로 변경할 경우 아시아~유럽 노선의 T/T는 최소 1달 이상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류 딜레이 및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수출입 기업들은 철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으로 수출을 진행하는 업체들의 경우 해당 국가 수입자에게 해당 사건으로 인한 딜레이를 통지하고 납기일을 조정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화물 도착 시 이후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사전신고 서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으며, 현재 계류중인 선박에 화물이 적재되어 있는 업체의 경우 담당 물류사와 함께 보상 신청을 준비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외에도 현재 유럽 수출·수입을 준비하는 업체들은 담당 물류사와 협의해 철송 및 항공 등 대체 방안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으며 수출입 물류비가 다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물 딜레이와 운임을 지속적으로 체크하시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표는 “올해 짐고를 고도화시켜 전체적인 통합 화물 관리의 다음 버전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현재 월에 약 2억건 정도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실무자들을 전방위에서 보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