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가 폴란드에 짓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 분리막(Lithium ion Battery Separators·LiBS) 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가 폴란드에 짓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 분리막(Lithium ion Battery Separators·LiBS) 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의 미국 국제 무역 위원회(ITC) 소송에서 패하면서 미국 배터리 사업이 불확실해진 SK이노베이션(096770)이 유럽 배터리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모양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들어 두 달의 시차를 두고 유럽 배터리 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 특히 동유럽을 글로벌 배터리 사업의 전진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8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당사의 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는 폴란드에 리튬 이온 배터리 분리막(Lithium ion Battery Separators·LiBS) 생산 공장을 추가로 짓기 위해 분리막 사업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SKIET는 지난 26일에 이사회를 열어 약 1조1,3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유럽 3·4 분리막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SKIET가 현재까지 시행해 온 단일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헝가리에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유럽 3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1억48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바 있다. 해당 공장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 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구축될 예정이다.

SKIET가 구축할 유럽 3·4 분리막 공장은 각각 연산 4억3000만m2 규모로, 총 8억6000만m2이다. 해당 공장들이 완공되면 SKIET는 기존의 유럽 1·2 분리막 공장이 갖춘 총 6억8000만m2 규모의 생산 능력에 더해 폴란드에서만 연간 총 15억4000m2 규모의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유럽 3·4 공장은 올해 3분기에 착공, 오는 2023년 말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존 유럽 1 공장은 올 3분기에, 유럽 2 공장은 2023년 1분기 내에 가동을 시작한다.

SKIET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분리막 사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세계 전기 자동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업계들로부터 분리막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분리막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재로, 배터리 원가의 15~20% 가량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배터리 부품이다. 특히 분리막은 전기차의 '안전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화재 원인 중 하나로 배터리 분리막 손상이 거론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에서 SKIET의 분리막을 사용한 배터리는 화재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 안전성이 검증된 분리막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4분기에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폴란드 1 공장과 1분기 안에 가동할 예정인 중국 창저우 2 공장에서 2021년에 생산할 분리막 물량은 공장 가동도 전에 충분한 수요처를 확보,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SK이노베이션 측이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게자는 "SKIET의 분리막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통해 독보적인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라며 "SKIET가 제조한 분리막을 적용한 배터리에서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라 거듭 강조했다. 업계에서 SKIET의 분리막은 '안전한 분리막'이라는 인식이 확산, 프리미엄 분리막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IET는 분리막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도 품질은 균일하게 구현하는 '축차 연신' 기술, 열과 충격으로 인한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리막 코팅 기술 등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화재 이슈와 더불어 분리막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공격적인 투자의 배경이다. 업계는 지난해에 약 40억m2이었던 글로벌 분리막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160억m2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분리막 시장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SKIET는 선제적인 투자로 분리막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분리막 제조 업체로서의 지위를 다져 현재 차지하고 있는 세계 습식 분리막 1위 업체의 자리를 공고화하겠다는 포부다.

또 SKIET 경우 이미 중국 창저우와 충북 증평 중국 창저우 등에서 약 8.6억m2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해 공장을 가동 중이다. SKIET가 중국 창저우와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짓고 있는 신규 분리막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가동하면, SKIET의 분리막 생산 능력은 올해 말에 약 13억6000만m2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유럽 3·4 분리막 공장의 생산 능력까지 합치면 SKIET의 분리막 생산 능력은 2024년까지 27억3000만m2에 이르게 된다.

노재석 SKIET 사장은 "(SKIET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안전한 분리막의 공급을 확대, 전기차용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전기차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의 리튬 이온 배터리 분리막(Lithium ion Battery Separators·LiBS) 사업 투자 현황. 출처=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의 리튬 이온 배터리 분리막(Lithium ion Battery Separators·LiBS) 사업 투자 현황. 출처=SK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