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보와 오포 등이 중국 내 시장에서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샤오미의 행보가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다만 화웨이가 스마트폰 브랜드 일부를 포기하면서도 끝까지 ‘권토중래’를 노린다는 말도 나온다. 한 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노렸던 화웨이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통신장비 시장에서 의미있는 존재감을 보이는 점도 호재다. 화웨이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출처=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전반적인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한편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으면서 부품 수급과 완제품 조립 등 공급 측면에서 큰 차질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 디지타임즈 리서치(DigiTimes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에 비해 8.8% 감소한 12억4,000만 대 수준이었으며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1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2억9,220만대며 2019년의 13억7,260만대에 비해 5.9% 감소했으나 지난해 4분기는 3억8,59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다.

올해도 시장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디지타임즈는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4,000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봤다.

흔들리는 화웨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호조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는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나아가 한 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노리던 화웨이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IDC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한 3,230만를 기록해 8.4%의 점유율에 그쳤다. 애플(23.4%)과 삼성전자(19.1%)는 물론 샤오미(11.2%)와 오포(8.8%)에 뒤진 5위며 2020년 연간 기준으로는 13.9%의 점유율로 3위 자리는 지켰으나 출하량은 무려 21.5% 감소했다.

중국 내 시장 분위기도 나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월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가 21%의 점유율로 1위, 비보가 18%의 점유율로 2위, 화웨이와 애플이 17%의 점유율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중국 내 시장에서 화웨이가 왕좌에서 완전히 밀려났다는 뜻이다. 심지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2020년 1억,7000만대에서 2021년에는 4,500만대로 급락하면서 출하량 기준 7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전략에 균열이 간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부터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반도체 수급을 사실상 막아버리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며 사실상 최고 수준의 압박을 시도했다.

그 연장선에서 현재 화웨이는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살펴본 MWC 2021...중국, 전 세계 5G 생태계 주도 천명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현재 TSMC를 통해 생산했던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기린(Kirin)’ AP 조달 불가능해진 것처럼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로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핵심 부품들의 수급이 어려워졌고 안드로이드와 구글 서비스의 탑재가 불가능해지는 한편 브랜드 매각, 경쟁자들의 등장이라는 4개의 고난에 시달리고 있다 봤다.

실제로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 시장은 오포가 장악했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빠르게 공백을 메워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당장 샤오미 스마트폰 매출액은 지난해 26조4,249억6,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4.6% 증가했으며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매출액은 약 7조3,962억1,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4% 증가했다.

샤오미 연간 총매출액은 약 42조6,931억5,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 조정 순이익은 약 2조2,570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2020년 4분기 매출액은 약 12조2,402억1,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 조정 순이익은 약 5,555억8,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했다.

샤오미는 “2020년 샤오미 글로벌 비즈니스는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해 꾸준한 성장을 유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샤오미는 업스트림 및 다운스트림 비즈니스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해 작업 및 생산 재개를 가속했다”면서 “팬데믹이 유행하는 동안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서로 간의 연결을 도운 샤오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높게 유지되었다”고 밝혔다.

출처=애플러스리서치앤컨설팅
출처=애플러스리서치앤컨설팅

“만만하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상당한 시련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화웨이가 여전히 한 방을 가진 회사며, 이미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가동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웨이의 전략적 선택에 시선이 집중된다.

화웨이는 이번 MWC 상하이 2021에서 세 번째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했으나 P 시리즈 프리미엄 단말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행사 기간 전후로 자체 개발한 하모니 OS와 앱스토어 등의 성과를 공개하고, 스마트폰을 넘어 다양한 단말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환경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애틀러스앤리서치컨설팅은 이를 두고 “스마트폰 사업의 어려움을 IoT 영역으로의 확대와 플랫폼 사업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화웨이는 하모니 OS를 자사가 개발하는 스마트폰과 IoT 단말뿐 아니라 40개 이상의 협력 업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IoT 단말에 탑재할 것이며, 이를 통해 2021년에 하모니 OS를 탑재한 단말의 출하량이 1억 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3월에는 올해 중 2억 대 이상의 스마트폰과 1억 대 이상의 IoT 단말에 탑재해 하모니 OS 단말이 3억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이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단말들의 OS를 하모니 OS로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애틀러스앤리서치컨설팅은 “화웨이의 경우 지난 2018년 4월 출시한 자체 앱스토어 ‘앱갤러리(AppGallery)’를 선보이면서 모바일앱 유통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면서 “화웨이는 지난 3월초 앱갤러리의 월간활동이용자 수가 5억 3천만 명에 이르고, 등록 개발자도 전년에 비해 77% 증가한 23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여세를 몰아 탈 단말 및 장비 전략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중이다. 실제로 AR 앱인 ‘사이버버스 앱(Cyberverse App)’과 5G 기반의 자사 스마트 공장사례가 눈길을 끈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은 “이미 2019년부터 추진해온 1+8+N이 가동되는 중”이라면서 “1은 모든 기기를 통제할 수 있는 핵심적인 단말로서 작고, 들고 다닐수 있으며, 이용이 쉬워야 한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1’에 해당하는 단말로 지목하고 있다”면서 “8은 1의 역할을 하는 단말과 연결되는 화웨이의 핵심적인 8개 단말로서, TV,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 워치, 자동차, 이어폰, PC, 패드(태블릿), 스피커를 의미한다. 그리고 ‘N’은 화웨이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이 제공하는 단말을 모두 포함한 IoT 단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출처=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출처=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화웨이 질주, 멈추지 않을 듯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특유의 플랫폼 전략을 가동하면서 다양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를 포기하는 등 부침은 있다. 미국의 압박은 여전히 거세다. 그러나 플랫폼 전략을 적극 가동하는 한편 ‘포스트 스마트폰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통신장비 경쟁력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은 전년 대비 7% 성장하여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는 오히려 전년 대비 3%p 증가한 31%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으며 노키아와 에릭슨은 각각 15%의 점유율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노키아의 경우 전년 대비 1%p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상당히 선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중국 외 시장으로 집계하면 화웨이는 노키아와 에릭슨에 이어 3위로 밀린다. 또 북미 지역의 통신사들이 화웨이를 대신해 삼성전자 및 노키아, 에릭슨 등을 택하는 기류가 강해지며 화웨이 입장에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화웨이의 장비 사업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중국의 5G 장비 투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궤도에 오른 상황이 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장비 계약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장비를 택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은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의 통신 장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품질도 매우 뛰어나며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5G 장비 업체 중에서 에릭슨이 가장 뛰어난 업체라고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화웨이는 강력한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5G 전략의 ‘핵심’을 틀어쥔 상태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준 화웨이는 글로벌 5G 관련 특허에서 15.4%의 비중으로 삼성전자(13.3%), 노키아(13.2%), 퀄컴(12.9%)를 제치고 여전히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화웨이의 펑 송(Peng Song) 캐리어 비즈니스그룹 마케팅 및 솔루션 영업사장은 ‘넷엑스 2025: 미래 네트워크로 가는 길(NetX 2025: The Path to Future Networks)’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향후 네트워크들이 갖추어야 할 요소와 기능들에 대해 설명한 ‘넷엑스 2025’ 백서를 발표하는 한편 “화웨이는 백서에서 제시된 미래형 네트워크를 개발 및 구축하고, 통신 사업자들의 사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후 호우쿤(Hu Houkun) 부회장도 코로나19와 미국 제재 조치에도 2020년 매출과 이익 모두 증가했다고 밝히며, 지난 한해 전 세계 170개국의 이통사들과 협력해 300개 이상의 5G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야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화웨이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단말기 생산 업체에 5G 관련 특허료를 받을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5G의 ‘아킬레스건’을 쥔 화웨이의 반격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에는 근원적으로 흔들리기 어려운 화웨이의 기간 인프라에 대한 저력이 엿보인다. 결국 정치적 선택의 문제일 수 있겠으나 미중 갈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며 화웨이와 같은 전통의 기술기반 기업들을 일종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냉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