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휴 와인나라 대표가 와인나라가 운영하는 국내 와인바의 효시인 서울 청담동 소재 베라짜노에서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 한 뒤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요청에 의해 사진 촬영중에만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권휴 와인나라 대표가 와인나라가 운영하는 국내 와인바의 효시인 서울 청담동 소재 베라짜노에서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 한 뒤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요청에 의해 사진 촬영중에만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1세대 종합주류기업 아영그룹의 소매법인 와인나라가 속도감 있게 비지니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 이권휴 와인나라 대표(60)를 영입하면서 사업영역이 기존 오프라인 소매판매에서 수입, 물류, 고객 맞춤형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까지 확대되는 중이다. 이 대표는 '와인의 모든 것이 있는 곳, 와인나라'란 캣치 프레이를 완성하는 '게임체인저'로서 와인산업 1세대 와인나라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는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젊은 조직원들과 손발을 맞춰가면서 기존 사업을 보다 발전시키며 미래 청사진을 마련해온지 1년. 올해는 이 대표의 손길이 닿은 와인의 대중화를 위한 'NEW 와인나라' 결과물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보험부터 반도체 회사까지..'애널' 출신의 이유있는 외도

1960년생인 이 대표는 아영그룹 창사이래 30년만에 처음 영입된 외부 인력이다. 모아증권 대표이사, 쌍용화재 보험 경여개선추진위원장, 토마스 컨설턴츠 코리아 대표이사, 미래산업 대표이사 등 보험회사부터 자산운용사, 반도체 장비회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지휘봉을 잡아온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특히 '애널리스트' 출신이란 숫자적 감각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들 전면에 등장하면서 '특급소방수' 역할을 도맡아왔다. 와인나라에 합류한 데는 공동 창업주 중 한명인 변기호 아영FBC 대표 영향이 컸다. 이 대표는 30년전 쌍용증권 입사동기 인연에서 시작된 변 대표가 아영그룹 미래를 구상할 때마다 지척에서 재무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5월 와인나라에 합류한다.

이권휴 와인나라 대표가 와인나라가 운영하는 국내 와인바의 효시인 서울 청담동 소재 베라짜노에서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 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요청에 의해 사진 촬영중에만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권휴 와인나라 대표가 와인나라가 운영하는 국내 와인바의 효시인 서울 청담동 소재 베라짜노에서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 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요청에 의해 사진 촬영중에만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 대표는 "지금까지 여러 비즈니스에서 바쁘게만 살아왔다. 특히 반도체 장비를 판매할 때는 중국부터 스웨덴, 베트남, 러시아까지 가방에 물건 들고 여러 나라 곳곳을 다녀야 했다"면서도 "금융에서는 몇천억원, 몇조원이 손을 거쳐갔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허했고, 반도체 제조도 보람은 있었으나 차가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와인은 태생적으로 땅의 기운, 태양의 기운, 사람의 손 등이 담겼고, 이를 같이 즐기는 문화가 있어 와인나라에 와서야 발을 땅에 딛고 사는 느낌이다. 전문직 퇴직자들이 결국 와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영그룹의 실질적인 CFO 역할도 겸하며, 그룹 경영상황도 챙기는 중이다. 두 창업자들과 그룹사 전체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정기적인 경영회의만 일주일에 2번. 이 자리에서 경영에 대한 고민과 서로의 전문성을 담은 조언을 허심탄회하게 나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최근 "'MZ세대를 위한 공간 형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당시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내도록 유도해자,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최고 경영진들의) 말을 줄이라고 조언했다"며 웃음 지었다.

와인을 사랑하게 되는 선택법, '충분한 정보'

아영그룹은 주류 수입 원년(1987년)에 설립된 한국 최초 종합주류기업으로, 와인을 수입·유통·판매하고 있다. 와인 수입사 '아영FBC', 전문 와인 수입사 '와인나라IB', 국내 최대 와인 도매사 '우리와인', 리테일사 '와인나라' 등 4개 와인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2019년 565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면서 신세계L&B와 함께 국내 와인업계 톱 수준이다.

이중 2000년에 설립된 와인나라는 와인리테일샵(11개)과 국내 와인 바 효시인 레스토랑(베라짜노), 국내 최초 와인 구매예약 시스템을 도입한 온라인몰(와인나라닷컴) 등 그룹내 B2C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와인 정보는 물론 구매예약시 각 직영점까지 연결되는 일원화 서비스를 구축해 와인을 찾는 고객의 스마트한 소비를 돕고 있다. 특히 리테일샵은 와인나라의 자랑거리다.

와인나라 압구정점. 출처=아영그룹.
와인나라 압구정점. 출처=아영그룹.

이 대표는 "과거 와인 소비는 레스토랑 등에서 리스트를 보고 고르거나 직원 추천을 통해 접하는게 대다수였다. 종류와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와인의 소비자 선택 폭을 좁히는 배경"이라며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의 구매 역시 소비자 스스로 알아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와인 구매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구매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이 대표는 시음까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와인을 접해야 '와인을 진정하게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은 리테일샵이라고 봤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와인 애호가가 되도록 돕겠다는 각오다. 그는 "와인나라 마케팅팀을 보강해 와인나라만의 상품 출시와 마케팅 운영계획을 갖고 있다"며 "전통적인 오프라인 프로모션 뿐 아니라 온라인 전용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기획해 MZ세대 신규 회원들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영 B2C 1년, 와인샵·온라인·전용상품 '3각 편대' 체질변화중

이 일환으로 와인나라는 와인나라 매장을 분당, 판교 등 소비자 밀집 지역에 연내 3곳을 더 오픈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압구정점 지하에는 와인 문화 체험 공간 문을 열고, 브랜드간 협업을 통해 샵인샵 형태 매장 출점도 기획중이다. 이미 와인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공간을 제공하겠다며 입점을 요청하는 곳들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와인나라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전용와인 수입도 시작했다. 이제 시작하는 수준임에도 취급하는 종류가 80~90개에 달한다. 아영FBC는 중저가 대중주를 콘셉트로 '빅브랜드'들을 수입하고, 와인나라는 중고가의 고품질·희소성 있는 '부띠크'적 브랜드를 수입하는 구조를 갖게 될 것이란 셈법이다.

궁극적으론 경쟁사 와인 공급도 이 대표가 그리는 포부다. 통상 직영와인샵에서는 95%이상 자사 와인을 취급한다는 점을 보완해 타사 와인도 마진 없이 최저가에 공급하겠단 것이다.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제품이 없어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이 와인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각 채널에서 다양한 와인을, 원하는 모든 고객에게 공급해야한다"며 "앞으로도 와인 애호가들의 단골매장으로써 상품개발과 품질관리 능력을 십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와인라나에서는 또 다른 채널축으로 온라인플랫폼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편해 오픈한 와인나라닷컴은 연말 전 한번 더 변신해 와인을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하는 인공지능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와인나라는 현재 와인사이트에 방문해 구입한 이력을 토대로 '나에게 맞는 와인을 추천받는 기능'을 준비중이다.

향후에는 물류 서비스도 제공하겠단 각오다. 와인나라는 와인 상품 특성상 온도, 습도, 진동 등 보관 상태가 상품 품질을 좌우해 이를 최우선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주류 보관물류사업을 1995년부터 시작했다. 현재 경기도 평택시에 자체 물류 창고를 보유하고 있고 보세 및 일반물량을 하루 최대 120만병 이상 관리하고 있다. 그는 "와인을 수입판매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고객에게 방향을 제시하며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 보관, 이동까지 하는 물류사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며 "와인을 탱크로 들여와 바틀링하는 사업도 구상중"이라고 귀띰했다.

韓와인시장, 3~5년 뒤 3조원대 진입..."대중화vs프리미엄 양분"

일각에서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와인가격 거품을 뺀 저가와인 공세에 와인수입사들이 설자리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이 와인 수입에 뛰어들면서 기존 안방마님으로 여겨지던 중소 와인수입사가 고전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같은 시선에 고개를 저었다. 대형 유통채널의 초저가 와인 트렌드가 소비자의 와인 접근성에 기여했음은 분명하나 이후 다양한 와인에 대한 구매욕구가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코로나 시국으로 2~3년 뒤에 올 것이라고 예상됐던 1조원 와인 시장규모가 지난해 도래하면서 시장 차원에서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큰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와인 시장은 지금과 같은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3~5년 뒤 3조원대까지 성장하면서 대중 와인과 프리미엄 와인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권휴 와인나라 대표가 와인나라가 운영하는 국내 와인바의 효시인 서울 청담동 소재 베라짜노에서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 한 뒤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요청에 의해 사진 촬영중에만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권휴 와인나라 대표가 와인나라가 운영하는 국내 와인바의 효시인 서울 청담동 소재 베라짜노에서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 한 뒤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요청에 의해 사진 촬영중에만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임형택 이코노믹리뷰 기자.

소비자 최접점에서 바라본 현 와인 시장 트렌드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와인이 고급 기호식품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집 앞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대중 기호식품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혼술, 홈술 문화로 가정식과 매칭해 가볍게 구매하여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과 와인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나만 알고있는 고품질 소량생산 프리미엄 와인이라는 2가지 카테고리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대중적인 와인은 한국 가정식과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특히 소비뇽 블랑 와인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고품질 소량생산 프리미엄 와인은 와인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와인을 찾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대형 유통채널들은 점점 더 가성비 와인들을 선보이고 와인샵들은 고품질 소량생산 프리미엄 상품들을 출시하며 차별화가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규모 확대로 와인시장이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하면서 (와인나라)매출도 늘고 있다. 내부적으로 IPO 관심도 높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와인나라 수장이 선호하는 와인을 물으니, "미국산 와인 좋아한다"며 레드와인의 경우 8만원선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보리우 빈야드'를, 화이트와인은 여성 와이너리 메이커 특색이 담긴 '수산나 발보'를 꼽았다. 그는 "강렬한 자기 색을 내는 와인도 있지만, 보리브 빈야드는 음식과 곁들여 지며 편안하게 다가오고, 수산나 발보는 여러종류의 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들기에 와이너리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보리우 빈야드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보리우빈야드 나파밸리 카베르네소비뇽. 출처=와인나라.
보리우빈야드 나파밸리 카베르네소비뇽. 출처=와인나라.

미국 와이너리인 보리우 빈야드 '보리우'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보리우 빈야드 와이너리 창업자인 조르쥬 드 라뚜르(Georges de Latour) 부인이 와이너리 전경을 보고 "Quelle Beaulieu(참 아름다운 곳이네요)"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 오랜 역사와 와인 메이킹 기술을 통해 나파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의 최대 생산자로 ‘나파 밸리 와인의 기준’이라 불린다.

지미 카터(Jimmy Carter),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버락 오마바(Barack Hussein Obama)등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지난 60년간 백악관 디너 만찬 와인으로 꾸준히 사용되었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와인 앤 스피릿 (Wine & Spirits)에서 선정한 ‘올해의 와이너리’로 7회 선정된 바 있고, 세계적인 와인 전문 매거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선정 100대 와인에 7회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수산나 발보 시그니처 화이트 블렌드

수산나 발보 시그니처 화이트 블렌드. 출처=와인나라.
수산나 발보 시그니처 화이트 블렌드. 출처=와인나라.

수산나 발보는 와이너리 창업자의 이름이다. 수산나는 멘도자에 있는 돈 보스코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첫번째 여성 양조학자였다. 1980년대 당시 멘도자의 와인산업에는 거의 대부분이 남자였지만 오크통의 크기를 다양하게 해서 숙성을 시켜본다든지 자연효모와 배양효모를 다양하게 시도를 해보는 등 다양한 접근법으로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와인양조방식을 연구 및 실험해 아르헨티나 와인 산업의 선두주자로써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그녀는 와인 세계가 가진 한계를 깨고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 매거진 '더 와인 어드보케이트(The Wine Advocate)'는 죽기전에 마셔봐야 하는 10개의 아르헨티나 와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