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플러스 강남2호점 라운지. 출처=스파크플러스
스파크플러스 강남2호점 라운지. 출처=스파크플러스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오피스 공간의 형태로 '하이브리드'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원격근무가 확대되면서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꼭 현장에 모이지 않아도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하지만 단점도 부각되고 있다. 집과 업무공간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디지털 피로도가 높아졌다. 창의적인 업무의 진행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격근무는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는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절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원격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혼합하는 유연근무제, 사무실을 분산화하는 거점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하면 원격근무의 장점은 유지하면서도 동료들과 분리돼 집에서 일하는 것의 단점은 보완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공유 오피스는 하나의 선택지로 떠오르는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업무 환경은 '하이브리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새 본부 '올림픽하우스'는 개관 9개월 만에 텅 비게 됐다. IOC는 창립 125주년을 맞아 한국 돈으로 1700억원을 들여 이 건물을 지었다. 하지만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로잔 지역에서 50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면서, 지난해 3월 16일 IOC는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원격근무를 시작했다.

오피스 수요는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확대되면서 급감했다. 지난 2월에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15.5%를 기록하면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I)는 보고했다. 공실률이 9개월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평균 희망 임대료는 평방피트당 73.12달러로 전달비 0.5달러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환경의 유연화는 IT(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가올 미래였지만, 코로나19가 이를 가속화했다. 지난해 미국의 테크 기업들은 이를 디지털 전환으로 받아들이면서 원격근무를 확대했고 트위터, 스퀘어, 쇼피파이 등은 이를 영구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픽=이코노믹리뷰(DB)
그래픽=이코노믹리뷰(DB)

하지만 최근 백신 접종 시작으로 코로나 이후 시대가 다가오면서 오피스 공간에 대한 필요성은 다시금 논의 테이블 위에 올랐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재택근무에는 어떤 장점도 없다"면서 "백신접종을 맞으면 직원 대부분은 사무실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팀쿡 애플 CEO도 최근 "혁신은 우연히 발생하며 방금 떠오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가는 것"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모여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이 대면 대화를 통한 교류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발표한 '업무동향지표 2021'에 따르면 에 따르면 MS 팀즈 회의에 소요된 시간은 전 세계적으로 2.5배, 문서작업을 하는 사람의 수는 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에 참여한 31개국 3만여명 가운데 54%는 과로를 경험했고, 39%는 피로감을 호소했다.

주목할 점은 비니지스 의사 결정권자 65% 이상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환경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 가운데 67%는 팀과 더 많은 대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동시에 73%는 원격근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두 가지의 특성을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도 하이브리드 방식의 작업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원격근무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에서는 효율성을 입증했지만, 창조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기업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니콜라스 블룸 미 스탠퍼드 대 경제학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기업은 새로운 작업 방식을 결정하면서 절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사무실에선 창의성을 집에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본사는 두고, 직주근접 거점화···공유 오피스가 뜬다?

공유 오피스 시장이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지렛대 삼아 재기를 노리는 중이다. 업계에서 선두업체로 꼽히는 위워크(WeWork)가 대표적이다. 위워크는 지난해 연간 32억달러(한화 3조6076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공유오피스 입주율은 지난해초 72%에서 연말 47% 급감했다. 

하지만 최근 샌딥 매스라니 위워크 CEO는 중국 지점 실적이 코로나19 이전의 90% 수준까지 회복됐고, 멤버십 매출도 작년말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 고배를 마셨던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도 재도전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됐던 공유 오피스 사업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유연한 근무 형태가 자리한다. 최근 기업들은 거점 오피스 시스템을 도입해 본사의 기능을 분산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공간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의 중간 형태의 환경을 제공한다. 집과 가까운 원격근무 형태이지만, 동료들과 교류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3월 LG이노텍이 공유 사무실 브랜드인 '플래그원'을 통해 거점 오피스를 구축한 바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사진=이코노믹리뷰(DB)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는 이런 면에서 유의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위기를 맞은 위워크가 몸집을 줄여간 반면, 패스트파이브는 올해 상반기 내로 지점 수를 28개로 확장하고 2023년 80개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 또한 6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425억원보다 40%, 2017년 74억원보다 8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영업손실 또한 49억원에서 29억원으로 감소했다. 

스파크플러스도 올해 서울 전역의 주요 거점을 40호점까지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스파크랩스와 아주호텔앤리조트가 2016년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서울에 공유 오피스 16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37억원, 14억원을 기록했지만, 임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코스닥 상장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KB부동산연구원은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근무 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공유 오피스 수요가 늘 것으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면서 "거점 오피스의 부상으로 계약 기간에 따른 제약이 크지 않고,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유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