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전문가들이 꼽는 주거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자연친화’다. 코로나는 이 같은 친환경 주거 환경의 등장을 급속히 앞당긴 촉매가 됐다. 단순한 친환경에서 벗어나 보건과 위생, 삶의 질을 겨냥한 구체적인 대안이 모색되는 중이다. 다양한 특화설계와 건설기법, 친환경 인프라는 도시의 모습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

역세권에서 숲세권, 메가트렌드 변화 시작된 주거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2016년, 2020년대 주거 트렌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보고서가 예측한 7대 메가트렌드(세계적 규모의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 중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자연친화’적 주거환경이다. 실속형 주택과 친환경 트렌드에 대한 선호는 최근 건설되는 공동주택에서도 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산연 관계자에 따르면 30대와 40대를 중심으로 주거비용 절감이 가능한 친환경 주택과, 수납공간 등 다양한 기능의 공간이 구비된 주택이 선호 주택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출처=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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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직방이 3월 8일, 이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주거공간 선택 시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지·외부구조 요인을 조사한 결과, ‘쾌적성(공세권·숲세권-공원, 녹지 주변)’을 선택한 응답자가 31.6%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중 69.7%는 코로나19로 주거공간을 선택하는 선호 요인이 달라졌다고 답해, 쾌적성이 새로운 주거 선택의 기준으로 발돋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틈타 건폐율을 통해 녹지를 늘리고, 직접 체험이 가능한 조경 시설을 도입한 아파트도 늘고 있다. 실제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집에서 여가가 가능한 개념인 ‘스테이케이션’ 콘셉트의 조경을 단지에 도입했다. 단지 내에서 미니 카약이 가능한 ‘울산 지웰시티 자이’나 ‘경주 뉴센트로 에일린의 뜰’도 단지 내 물놀이나 실내클라이밍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했다.

한라는 '양평역 한라비발디'에 체험이 가능한 조경을 설계했다. 취미원예와 작물재배 등이 가능한 비타가든을 건설하고, 단지 중앙은 천연잔디광장으로 조성한다. 이외 단풍나무로 구성된 메이플가든과 매화나무를 집중 식재한 유실수원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코로나 이후 홈 오피스의 개념 등이 정착되면서, 공동주택 내부에도 쾌적함을 보장하는 평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택에서 업무공간과 개인공간의 비중이 늘면서 다양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도록 한 주거공간이 최근 많이 등장한 상태다. ‘알파룸’이나 ‘베타룸’ 등의 공간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단순한 창고 등으로 사용된 해당 공간은, 최근에는 다양한 구조 변경을 통해 입주민의 개성을 충족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에서 업무 공간 등으로 그 기능이 확대되는 중이다. 최근 중소형 면적 아파트에도 알파룸 등을 활용한 공간이 다양하게 설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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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코로나 확산으로 집에 ‘위생’과 ‘보건’의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더욱 다양한 평면의 주거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멸균과 바이러스 차단에 특화된 평면과 설계 역시 시장에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해 분양한 롯데캐슬 나노시티에서 ‘홈 오피스’ 공간과 함께 ‘클린 에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기를 필터링하는 전열교환기와 에어샤워기 등을 도입해 입주민들의 위생 우려를 덜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기존 미세먼지 제거에서 제균 기능도 강화한 ‘H 클린알파 플러스’ 토탈 솔루션을 준비했다. 공기청정 세대환기 시스템에 추가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폼알데하이드·박테리아·바이러스·곰팡이 등이 제거 가능한 제균 기능을 탑재한 환기 시스템이다.

SK건설 역시 '클린-케어' 평면을 통해 세대 현관에 중문과 신발 살균기를 설치했다. 중문 외 별도의 공간에 ‘클린 케어룸’을 마련해 동선을 분리하고 UV LED 모듈 제균 환풍기등도 도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거 공간에 업무와 여가, 위생·보건 공간을 마련한 ‘올인룸’ 평면을 설계해 적용했다. 주거공간에 업무공간과 학습 공간 외에도 청정 안심 현관과 힐링 발코니 등의 별도의 특화공간이 마련된 설계다. 현관에 세면대와 세탁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주거공간에 대한 위생을 더욱 강화한 구조다.

신동아건설도 현관에서 거실로 향하는 사이의 별도 공간을 ‘클린존’으로 조성한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차단이 가능한 공기청정기 시스템과 건식 세면대, 팬트리도 구비된다.

최근엔 아파트가 아닌 일반 오피스텔에도 이런 특화설계가 확산되는 중이다. 현대건설은 공급예정인 ‘힐스테이트 장안 센트럴’에 ‘2021 포스트코로나 공간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관 등에 별도의 손소독제 및 마스크 보관공간 △로봇청소기 보관공간 △빌트인 클리너 △의류관리기(유상옵션) △에어샤워(유상옵션) 등 위생 스테이션을 갖추게 된다. 안방 역시 업무공간으류 구성 가능하도록 해 재택근무 시 ‘홈 오피스’로서 생활공간과 분리된다.

다양한 특화설계 경쟁이 이어지면서 해당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설계·인테리어 관련 시장은 지난해 40조 수준으로 2016년 대비 40% 가량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런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한 변화는 도시 단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올해 1월, 이끼로 공기 중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스마트 모스월’을 마곡지구에 도입했다. 높이 4m, 너비 3m 규모의 벽 양면을 이끼로 감싼 솔루션으로, 1월 설치한 모스월로 약 12kg의 미세먼지와 약 240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사는 스마트 모스월, 스마트 이끼타워, 스마트 그린 스테이션 등과 연계한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도 구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