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국내외 플랫폼 업체들이 예고하지 않던, 그러나 누구나 예상했던 유료화 카드를 꺼내 눈길을 끈다. 생태계 전략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을 모아 수요와 공급을 조율하며 판을 키운 후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동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장 독과점 지위를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중독에 방점을 찍은 각 업체들의 로드맵을 두고 '지나친 횡포'와 '당연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 '절묘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T맵. 출처=SKT
T맵. 출처=SKT

카카오, T맵 유료화 카드 꺼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화 전략을 두고 업계가 시끄럽다.

실제로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월 9만9,000원짜리 프로멤버십 상품을 출시했다. 택시기사가 가입할 경우 본인 이동경로에 맞는 ‘콜’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고 배차에 있어 유리해진다. 나아가 단골 승객의 알림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버와 SK텔레콤의 만남으로 탄생하는 우티 가맹택시, 나아가 KST모빌리티 및 쏘카 타다 등에 제휴를 제안하며 카카오T 무료호출을 기사가 받을 경우 수수료를 내라 요청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역시 B2B 유료화 전략 중 하나로 평가된다.

택시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먼저 프로멤버십의 경우 택시기사들에게 민감한 이슈인 ‘우선배차권’이나 다름이 없으며,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들에게 무리한 유료상품을 강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타 가맹택시와의 B2B 유료화 전략을 두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는 성명을 통해 “카카모빌리티가 업무제휴라는 형식을 통해 고율의 수수료를 강요하고 있다"라며 "가맹이 아닌 일반택시의 호출 수수료 부과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티맵모빌리티 분사 및 우버와의 합종연횡을 통해 국내 모빌리티 영토를 넓히고 있는 T맵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내비게이션 T맵의 서비스 주체가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로 변경되며 제로레이팅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SK텔레콤이 아닌 티맵모빌리티가 T맵 서비스에 나설 경우 제로레이팅을 제공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구석도 있다. 나아가 SK텔레콤은 제로레이팅이 종료되어도 향후 6개월간 T맵 이용자들에게 월 데이터 100MB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월간 이용자수 기준 1만3,000명을 자랑하는 T맵의 제로레이팅 혜택이 사라지며 헤비 유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횡포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한 상태다.

카카오T 블루. 출처=카카오
카카오T 블루. 출처=카카오

노골적인 구글의 로드맵
카카오와 티맵모빌리티 등이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료화 전략을 추진, 이와 관련해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플랫폼 업체의 전형적인 수익화 패턴'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새로울 것 없는 전략이라는 뜻이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올해 6월부터 무료로 운영되는 구글포토를 15GB까지만 허용하며, 그 이상의 데이터는 전면 유료화시킨다 밝혔다. 

구글포토는 기기에 저장된 이미지를 자동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에 올리는 서비스며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구글포토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력을 키우기 위한 데이터 고도화 전략 중 하나로 구글포토 서비스를 공개했으며 유료화 계획은 없다 못박은 바 있다. 그러나 구글은 지난해 11월 갑자기 "저장 수요 급증으로 무제한 공급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구글포토 유료화 전략을 기습발표했다. 약 10억명의 구글포토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구글은 이 외에도 유튜브 정책의 변경을 통해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하지 않은 제작자의 영상에도 광고가 붙도록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YPP에 가입하기 위해선 최근 1년간 올린 영상의 분량이 4000시간을 넘고, 구독자는 1000명 이상이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 영상을 붙여 수익을 나누는 정책이 이제는 YPP에 미달되는 이용자들에게도 광고가 붙고, 수익은 나누지 않는 전략이 되어버렸다.

유료 비즈니스 모델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들의 전형적인 전략?
SK텔레콤은 2002년 네이트 드라이브로 출시된 후 한동안은 자사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가동했으나 2011년 타사 가입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 2016년에는 타사 가입자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정책을 바꿨다. T맵의 영토를 확장해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을 노리는 한편 이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제로레이팅 중단으로 업계에서는 티맵모빌리티가 시장 확장이라는 일차목표를 달성한 후 무리하게 수익화 카드를 빼들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카카오와 구글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제공하며 가입자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되었던 이들이 어느정도 목표를 달성하자 플랫폼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더 큰 문제는 유료화 가능성이다. 서비스 시작부터 유료화를 전제했다면 이용자들의 유입이 크지 않았을 것이며, 지금의 시장 독과점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ICT 테크 인사이더 연구소의 박강훈 팀장은 "최근 플랫폼 시장의 횡포 논란은 플랫폼과 고객의 신뢰에 금이 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성장한 플랫폼들이 예고하지 않았던 유료화 카드를 꺼내들며 이용자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라 말했다.

다만 플랫폼의 시장 과점은 당연한 목표며, 플랫폼의 지속성을 위해 유료화 카드 자체를 맹목적으로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우버 등 온디맨드 플랫폼 종사자들이 속속 '정직원'으로 인정받는 등 플랫폼의 자정 활동에 큰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그 연장선에서 플랫폼의 횡포를 지적하는 이들은 '플랫폼의 지속적인 성장성은 유료화 카드가 아닌 생태계 자체의 매력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박강훈 팀장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생활밀착형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플랫폼의 최종 목표는 '지속가능성'이며 이를 위해서는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며 일차적인 수수료 비즈니스 모델에 천착하거나, 양측으로 부터 받는 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는 단기적인 성과만 낼 수 있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의 매력도를 키우기 위한 선순환 투자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결국 어떤 전략을 추구하든 수요와 공급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후속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