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유한양행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유한양행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유한양행(000100)이 주요 바이오텍 등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이 기업의 지난해 상품 매출은 늘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다. 신약 연구개발(R&D) 등에 따른 기술료 수익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유한양행이 글로벌 신약개발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투자 2500억원 규모…오픈이노베이션 강화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국내 바이오텍 7곳에 500억원 가량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6년을 보면 2,5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주요 바이오텍에 투자했다. 초기 단계에 투자한 바이오텍이 기술개발을 통해 성장하면 기술도입을 통해 파이프라인 역량을 강화하거나 투자금 회수를 통해 이익을 보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에만 100억원을 바이오텍에 투자했다.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텍 에이프릴바이오에는 30억원을 투자해 해당 기업의 주식 6만9,546주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유한양행이 보유한 에이프릴바이오 지분율을 4.9%다. 유한양행은 올해 초 에이프릴바이오와 전략적 연구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SAFA(anti-Serum Albumin Fab-Associated) 플랫폼기술과 항체라이브러리 등을 바탕으로 지속형 바이오베터와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SAFA는 혈청 알부민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인간 Fab 항체 단편을 이용해 재조합 단백질의 반감기를 늘리고, 유용한 재조합 항체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항체절편활용 플랫폼기술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술평가에 따른 코스닥 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에이프릴바이오 상장 시 지분가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또 에이프릴바이오의 플랫폼기술을 활용 공동 R&D 등을 통해 항체신약과 바이오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또 다른 신약개발 바이오텍 셀비온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20억원을 투자하고 해당 기업 지분 2.1%를 확보했다. 이는 보통주 18만5,185주 규모다. 유한양행은 셀비온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 5종 중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표적하는 진단용 의약품(PSMA-N GUL)과 치료제(PSMA-D GUL) 2종에 대해 우선 검토를 진행하는 MOU도 체결했다.

셀비온은 지난 2017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주사제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인증을 받고 동아ST로부터 방사성의약품 관련 기술 등을 이전 받으면서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유한양행은 또 분자진단 전문기업 지놈오피니언에 5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4.3% 규모의 주식 4만5,440주도 확보했다. 이 기업은 분자진단을 통해 각종 질환의 위험도를 분석하는 기업이다. 환자의 암유전체 데이터 분석정보를 이용해 표적항암제와 면역치료제를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검사법을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유한양행은 신약개발 외에 조기검진과 유전체 데이터 분야로 연구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만 바이오텍 3곳에 100억원을 투자한 유한양행은 외부 투자를 통해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2015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바이오텍 등에 2,486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14.2%다.

유한양행 연구개발비 및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단위 억원, %). 출처=DART
유한양행 연구개발비 및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단위 억원, %). 출처=DART

신약개발사 변모…R&D 통해 실적 확보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R&D 역량을 강화하면서 신약개발사로 변모했다. 기술료 수익이 급성장하면서 상품매출은 성장했음에도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유한양행의 신약개발 역량과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는 기술도입을 통해 개발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국내명 렉라자)’가 잘 보여주고 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기술료 수익은 1556억원이다. 이는 총 매출의 10%에 이르는 규모다. 전년 기술료 수익은 232억원이다.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신약 파이프라인 2건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대규모 기술료를 받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4월 얀센으로부터 3세대 폐암신약 ‘레이저티닙(국내명 렉라자)’의 개발 단계별 기술료 3,500만달러(430억원)를 수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얀센이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 임상 3상 피험자 모집을 시작하면서 6,500만달러(723억원)의 기술료가 추가로 발생했다. 레이저티닙 기술이전 1건으로 1년 동안 1억달러(1,153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4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비임상 독성시험이 완료되면서는 1,000만달러(123억원)를 수령했다. NASH 치료제는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없어 글로벌에서 신약 수요가 매우 높은 분야다. 업계는 해당 신약후보물질 R&D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상품매출은 8,709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8.3%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매출 1조6,199억원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3.8%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줄었다. 이는 지난 2012년 52.2% 이후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증권 서근희 애널리스트는 “레이저티닙 외에도 다양한 파이프라인 임상 진척이 예정됐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YH35361’ 1상 개시 목표, NASH 치료제 ‘YH25724,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YH35324’, 면역항암제 ‘YH32367’ 임상 1상 진행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