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올해가 전기차를 구매하기에 최적기인가? 소비자간 시각차가 있어 이에 대한 확답은 이르다. 무엇보다 전기차가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100% 구매 확신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황인성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논문을 통해,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 결정 과정에서 인지하고 있는 위험 요인으로 성능·경제·신체적 위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후 소비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세가지 위험요인이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결정에 직접·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월 서울 강동구 소재 현대 EV 스테이션에 방문한 전기차 고객이 차량을 충전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난 1월 서울 강동구 소재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에 방문한 전기차 고객이 차량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충전 인프라 보급 문제다. 이 문제는 전기차 구매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고객 입장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거주지나 주요 활동 지역에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를 최우선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견엔 업계 이견이 없다.

분위기는 좋다.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양산 초기에 비해 더 많이 보급돼왔고 정부도 올해 전국에 충전기 3만1,500기를 추가 보급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별로 충전기 보급대수나 충전규격 등 측면에서 존재하는 편차를 꼼꼼히 따져본 뒤 전기차 구매 과정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아직 보급이 미흡한 곳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조금도 민감한 문제다. 일단 고객 관점에서 경제적 위험 요인으로 분류되는 보조금 정책을 고려할 때 제조사별 신차 사전계약 대열에 끼거나 구매계약을 빨리 맺는 게 유리하다. 정부가 신차 가격을 인하하도록 완성차 업체를 유도하기 위해 구매 보조금 액수를 매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오닉5 같은 인기 모델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일찍 구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전기차 보조금 예산의 지급 순위를 앞당기는 것이 유리하다.

황인성 연구원은 “구매 보조금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이만 놓고 볼 땐 전기차를 늦게 살수록 높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가 시장에 더 많이 보급될수록 정부가 보조금 액수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차 가격 낮아진다, 보조금 감소 연연마라” 조언도

반면 향후 출시될 신차를 구매 대상으로 고려하는 고객들은 보조금 축소 정책 기조에 크게 연연하지 말라는 조언도 나온다. 보조금 정책이 당장 일몰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특히 내년 이후 지급될 보조금에 기대를 걸어볼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보조금이 축소될수록 향후 전기차 신모델의 출시가격도 인하하는 시장 추세를 기대해볼만 주장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순수전기차는 하이브리드차와 마찬가지로,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격차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좁힐 때까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시장에 확산될 것”이라며 “보조금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는 신차 가격을 인하시키는 부수효과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안전 문제도 눈길을 끈다. 최근 국내외 전기차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화재우려 등 전기차 안전 논란이 고객들의 전기차 구매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막연히 걱정하는 대신 실질적인 통계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방청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전기차 등록대수 대비 화재발생 비율은 최근 수년 간 전체 자동차 사고비율과 같은 0.02%대를 유지해왔다. 소방청은 이 같은 통계치를 바탕으로 전기차의 화재위험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전기차 안전 문제에 대한 여론이 실제 사고 비율에 비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국내 전기차 안전 전문가인 이후경 이비올(EVALL) 대표는 “한국 전기차 시장은 현재 성장 과도기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작은 부정적 이슈로도 위축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현재 출시된 차량의 상품성이나 충전 인프라 같은 측면을 고려할 때 개인에 따라 지금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적당한 시기인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전기차 구매 적기는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인지하는 각종 위험 요인의 해소 가능성 여부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가 스스로 나서 전기차 품질 경쟁력, 충전 인프라, 금전적 여건 등에 대해 분석한 뒤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리라는 현실적인 제안에 설득력이 실린다.

이후경 대표는 “현재 전기차를 살 준비가 돼 있는 소비자에겐 지금이 구매 적기인 셈”이라며 “전기차 품질이 과거에 비해 향상됐고 충전 인프라도 지역에 따라 확충돼왔기 때문에 전기차를 구매·운행할 여건이 주어졌다면 안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