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메일함에 1000달러 월마트 기프트카드가 도착했다는 이메일이 왔다는 알람이 반짝거린다. 마지막으로 월마트를 간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도 전이니 이미 1년전인데 무슨 월마트 카드인가하고 메일을 열었다.

스팸이겠거니 했는데 역시니 조악스럽게 월마트의 로고와 상징색상을 조합한 이메일은 이달 말일까지 경품으로 받은 1000달러 기프트카드를 승인하지 않으면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고 빨간 글씨로 경고했다.

물론 1000달러 기프트카드에 혹해서 클릭을 하는 순간 컴퓨터에는 바이러스나 스팸웨어 등이 다운로드될 것이라는 것은 안봐도 뻔했다.

그나마 이메일은 바로 삭제하거나 스팸으로 처리하면 되는데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메세지는 그야말로 소음공해다.

마치 인근 지역에서 걸려온것처럼 같은 지역번호로 뜨는 전화를 받으면 신용카드가 다른 지역에서 사용됐다면서 빨리 재발급을 받아야한다거나 혹은 국세청(IRS)인데 세금을 내지않아서 문제가 생겼으니 얼른 지불하라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게된다.

IRS에 세금을 연체한 적이 없는데다 신용카드 사이트도 매일 확인하는데 수상한 사용흔적이 없으니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이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게 된다.

한두번 겪고 나니 이제는 전화기에 등록되어 있지 않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 됐고 정말로 받아야할 전화일 경우 음성메시지나 문자를 확인하고 거는 방법을 택했다.

한국에서도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는데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보이스피싱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한국의 보이스피싱피해액은 7000억원이며 미국은 FBI추산 2019년 기준 피싱 피해액은 14억달러 (한화 1조5827억원)이다.

발신자번호 및 스팸번호 차단 앱인 트루콜러의 피해 추산액은 훨씬 커서 지난 1년간 전체 미국인의 약 22%가 보이스피싱으로 인해서 금전적 손실을 본적이 있고 누적 피해금액은 200억달러, 총 피해자는 56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 숫자와 피해금액이 만만치 않음에도 한국이나 미국이나 보이스피싱 조직이 쉽게 일망타진되지 않는 것은 모두 해외에 이들 조직망이 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책이 중국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면 미국의 보이스피싱은 인도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영어가 가능하고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로 대거 고객센터를 옮기면서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활동하기 최적의 환경이 된 것이다.

보이스피싱에서 조선족 말투를 들으면 의심하는 것처럼 강한 인도 억양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인도에 아웃소싱을 통해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터라 미국 소비자들에게 이들의 다른 억양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인도 전역에 퍼져있는 미국 대기업의 고객센터와 보이스피싱을 하는 콜센터가 외견상으로는 전혀 달라보이지 않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처럼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돈을 빼앗았다는 불만이 계속되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해당 조직원들의 IP주소 등을 찾아내 인도 경찰에 넘겨서 체포가 이뤄진 적도 있다.

하지만 워낙 보이스피싱에 참여하는 조직의 숫자가 많은데다 정작 피해를 당한 미국 노인들은 사기에 넘어간 사실을 부끄러워하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아 실제로 활동중인 조직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잡힐 가능성이 낮은데다 설사 잡히더라도 확실한 피해자나 물증이 없을 경우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낮아 직업을 찾지못한 많은 인도 젊은이들이 반자발적으로 사기 조직에 참여한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엔지니어링 전공 졸업자가 해마다 150만명에 달하는데 이중 제대로된 직장을 갖는 사람들은 20% 정도에 불과해 이들이 컴퓨터 능력을 활용해서 손쉽게 돈을 버는 범죄조직에 쉽게 빠져든다는 분석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사람들의 활동영역이 온라인으로 집중되면서 이들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