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시작된 가운데 16일 마감된 예비입찰 결과 카카오가 최종 불참한 것으로 확인되어 눈길을 끈다. 한 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열을 올리며 단독협의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카카오는 왜 본입찰에서 발을 뺐을까.

다섯 개 이유가 거론된다. 

일단 이베이코리아 인수가에 대한 부담, 네이버를 의식한 결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한편 사업 시너지를 키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카카오 본연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원래 관심이 없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출처=카카오
출처=카카오

#너무 비싸다
이커머스 시장의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다. 코로나19로 온택트 트렌드가 강화된 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5조623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22.4% 증가했으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만 2016년 65조원에서 2020년 무려 161조원으로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후 국내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중이다. 특히 마켓컬리가 연내 상장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한편 무신사도 1,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시장 자체가 가열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상과열 현상이 벌어지는 대목이다. 비록 뉴욕증시 상장 후 롤러코스터를 타고있으나 쿠팡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달하는 등 유력 플레이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있다.

이베이코리아도 마찬가지다. 국내 오픈마켓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지만 5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몸값'이라는 말이 나온다. 카카오가 예비입찰에서 발을 뺀 이유 중 하나다.

#네이버 의식?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경쟁사인 네이버에 반사이익을 안겨줄 수 있으며, 이 관점에서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는 말도 나온다.

거래액 산정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상당수가 바로 이베이코리아에 접속하는 경우도 많지만 의외로 많은 고객들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이베이코리아와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가 발생할 경우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 모두 거래액으로 산정하며, 그 수수료 중 일부는 네이버가 가져가게 된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오히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네이버의 수수료 수익을 보장해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본입찰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다.

#사업 시너지가 모호하다
카카오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만년 유망주'다.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O2O 산업 개척을 통해 모빌리티와 콘텐츠 및 ICT 기술 서비스 전반으로 파고들어 생활밀착형 전략을 가동하고 있으나 유독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의미있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커머스가 활동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커머스의 지난해 거래 규모가 5조원 수준일 것으로 본다. 22조원의 쿠팡과 15조원의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 비하면 존재감이 약하다. 심지어 5조원의 거래액도 전년 대비 64% 성장한 수치다. 갈 길이 멀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는 커머스와 선물하기 등을 통해 관계형 이커머스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역으로 오픈마켓 전략으로는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상태에서 카카오만의 강점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와 간편결제 등에 진출한 상태에서 관계형 커머스로 승부를 보려는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카카오의 이커머스 전략에 이베이코리아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증거는 상당히 많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의 별도 탭을 통해 카카오커머스 서비스들을 한데 모은 ‘카카오쇼핑’을 선보였다. 그동안 ‘더보기’ 탭을 통해 카카오커머스가 운영하는 선물하기/메이커스/쇼핑하기/카카오쇼핑라이브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이번 개편 후 통합된 공간을 통해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방식이 카카오가 지향하는 관계형 커머스며, 오픈마켓의 이베이코리아는 전혀 다른 전략이기에 인수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탭에 11번가를 추가하는 등 오픈마켓을 모바일 메신저 전략에 덧대려는 시도를 한 바 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베이코리아라고 다를 것 없기 때문에 인수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왼쪽부터 김성수, 이진수 대표. 출처=카카오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김성수, 이진수 대표. 출처=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는 원래 자력갱생이다
네이버가 다양한 사업자와의 연대를 통해 판을 키운다면, 카카오는 방대한 카카오 조직의 시너지를 조합해 성장하는 전략을 주로 채택한다. 

실제로 네이버가 외부 웹소설 및 웹툰 플랫폼의 연대를 포함해 수직계열화 전략을 펼친다면 카카오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조직의 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만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양사 합병을 통해 강력한 IP 비즈니스 역량과 플랫폼 네트워크의 결합을 통해, 웹툰·웹소설 등의 원천스토리IP 부터 음악·영상·디지털·공연 등 콘텐츠 기획 제작은 물론,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와 전 장르를 아우르는 막강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밸류체인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전략적 판단을 전제로,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내부 동력 강화를 중심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 만 키웠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당초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이 크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단독 협상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카카오 내부에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 전략을 키우기 위한 '스터디' 차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했으며, 나아가 "시장의 판을 의도적으로 키웠다"는 묘한 말까지 나온다.

네이버와 신세계의 만남. 출처=네이버
네이버와 신세계의 만남. 출처=네이버

#여담. 흥미진진 이커머스 전쟁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는 더욱 복잡하게 흘러갈 전망이다.

네이버는 CJ와 함께 물류 및 콘텐츠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신세계와 손을 잡았다. 16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물류 경쟁력 강화, 명품 및 프리미엄 서비스 구축,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중소상공인)의 브랜드로의 성장 등 온오프라인 커머스 시너지와 관련된 업무 협약식을 진행했다.

네이버㈜는 ㈜이마트의 자사주 1,500억 원, ㈜신세계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00억 원과 상호 지분을 교환한다. 자사주 교환일은 17일이며, 이를 통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돌입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을 통해 신세계의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해 다양한 물류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SME들의 판로 개척을 위해 이마트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세계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최저가 경쟁-빠른배송'에 이은 '새로운 이커머스 경험'이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갈 전망이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통해 또 한번 판이 흔들릴 예정이다. 아마존과 협력하는 SK텔레콤의 11번가가 다크호스로 등장한 가운데 네이버와 협력전선을 이미 구축한 신세계가 여전히 흔들림없는 전략으로 이베이코리아를 노리는 중이다. 나아가 홈플러스를 보유한 MBK파트너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 채널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쿠팡이라는 거대 플레이어의 뉴욕증시 상장에 따른 대규모 자금 확보가 판의 균열을 냈다면, 이에 자극받은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쿠팡도, 네이버도 아직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완전히 평정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모든 플레이어들이 정교한 로드맵을 구성하면서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발 빼기도 그 연장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