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 정부가 전기차를 시장에 더 많이 보급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을 운용하고 세제 혜택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국산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한 뒤 전기차 확산 정책도 업황에 맞춰 다듬어져 왔다.

올해 전기차를 새롭게 구입하는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정책 차원의 혜택은 크게 구매, 등록, 이용 등 차량 이용 과정별로 구분된다.

개인 소비자들은 올해 정부와 거주 지역의 지자체 각각으로부터 800만원, 400만원씩 최대 1,200만원에 달하는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주행 가능거리, 연비, 가격 등 차량별 성능과 제조사의 과거 저공해차 보급 실적 등 요소를 바탕으로 다른 액수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또 지자체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한 차종별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의 최고액 800만원 대비 비중과 동일한 비율로 지급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올해 모든 전기차에 4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더라도, 국고 보조금이 400만원(최고액 대비 50%)으로 책정된 차종에는 절반인 200만원만 적용돼 총 600만원 지급된다.

이에 따라 올해 전기차 구매 고객 한 명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액수는 과거에 비해 더욱 줄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 2015년 처음 지자체, 공공기관, 학교 등 단위 고객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할 당시 1인당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서울시 기준 국고 1,500만원, 시비 500만원 등 총 2,000만원에 달했다. 이후 1인당 최고 보조금은 전국적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정부는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성능을 더욱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조금 체계를 개편해나가고 있다. 개편된 보조금 체계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의 액수를 줄이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반면 완성차 업체에게 더 좋은 상품성을 갖춘 차량을 더 저렴하게 내놓도록 유도하는 순기능도 수행한다. 실제 현대차 아이오닉 5, 테슬라 모델 3·모델 Y 등 올해 새롭게 등장한 모델의 일부 트림에는 고객에게 보조금 전액이 주어지는 기준인 ‘6,000만원 미만’ 수준의 가격이 책정됐다.

전기차 개소세, 내년 말까지 감면

구매 보조금과 달리, 전기차 가격에 반영돼 최종 판매가를 좌우하는 세금에 대한 감면 혜택은 예년과 동일한 규모로 제공된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제109조(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에 따라 전기차 개별소비세(개소세)가 최대 300만원까지 감면된다. 개소세가 전액 감면될 경우, 개별소비세의 30% 액수로 매겨지는 교육세도 자연스럽게 전액 삭감된다. 개소세 300만원이 산출되는 자동차 최고 판매가가 7,029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이하 액수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의 고객들은 개소세와 교육세 등 두 명목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개소세 감면 혜택은 내년 12월31일까지 시장에 적용된다.

전기차를 구매한 후 등록하는 과정에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과거에 비해 적은 액수로 감면된다. 공장도가와 개소세, 교육세 등을 더한 가격의 10% 만큼 부과되는 취득세는 지방세특례제한법 제66조(교환자동차 등에 대한 감면)에 의거해 현재 최고 140만원 면제된다. 취득세가 기존과 동일한 수준으로 감면되고 있는데 비해, 자동차를 구입한 시민이 거주 지역의 지자체로부터 사들여야하는 채권인 공채의 매입비용은 원상복귀됐다. 공채는 도시철도채권(서울·부산·대구), 지역개발채권(기타 지역) 등 거주 지역별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명분으로 지자체가 신차 구입 고객에게 파는 채권이다.

공채 비용은 도시철도법 시행령에 따라 부가세 적용 전 차량 가격(과세표준액)에 차급 또는 배기량별 요율을 적용한 액수만큼 매겨진다. 전기차의 경우 배기량 개념이 없기 때문에 차급에 따라 다른 요율이 적용된다.

전기차의 공채는 개소세 감면 혜택과 마찬가지로 2012년부터 200만원에서 250만원까지 감면돼왔지만 지난해 감면 관련 법 조항이 일몰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전기차의 차급에 따라 소형 9%, 중형 12%, 대형 20% 등 수준의 공채가 책정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서울 시민이 5,700만원에 판매되는 아이오닉 5를 구매할 경우 부가세를 제외한 과세표준액의 12%(중형 기준) 615만6000원을 내고 공채를 구입해야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는 해당 공채 금액에서 250만원을 제외한 365만6000원만 내면 됐지만 올해는 이 같은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다만 감면 혜택이 소멸된 점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고객들 대부분 지자체별 공채를 매입하기보다 매입 즉시 지자체에 되파는 ‘공채 할인’ 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공채 할인을 선택할 경우 공채매입 가격에 일정 할인율을 적용한 비용을 지자체에 납부하기만 하면 공채 관련 부담에서 벗어난다. 할인율은 지자체 마다 다르지만 통상 90%를 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부담해야할 비용은 수만~수십만원 등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민이 5,700만원에 판매되는 아이오닉 5에 대한 공채 할인율 93.0%를 적용받을 경우 산출되는 공채 비용은 43만920원으로 추산된다. 공채 할인 방식은 공채 매입 비용 감면 혜택과 무관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일몰 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기차 연료비, 가솔린의 20% 수준 불과

전기차 소비자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동안 매년 내야 하는 자동차세가 연 13만원에 불과한 점도 혜택 가운데 하나다. 지방세법 제127조(과세표준과 세율)에 따라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분류된다. 개인 소비자의 경우 비영업용 전기차에 부과되는 10만원에 교육세 30%를 더한 13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배기량 2000㏄의 내연기관차를 보유한 고객이 1㏄당 200원씩 자동차세 연 40만원을 내야하는데 비하면 저렴하다. 다만 판매가를 불문하고 모든 전기차에 자동차세 13만원을 일괄 적용하는 것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업계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개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고객은 연료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복합전비 5.6㎾h)과 코나 1.6 가솔린 모델(복합연비 13.9㎞/ℓ) 등 두 모델의 연간 연료비용을 추산한 뒤 비교했다.전기, 휘발유 등 연료별 비용은 지난 3월 16일 기준 각각 255.7원(환경부 급속 기준), 1518원(전국 평균)으로 설정했고 연간 주행거리는 도로교통공단의 2019년 주행거리 통계치인 1만2,483㎞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산출된 차종별 연간 연료비용은 코나 일렉트릭 56만9,982원, 코나 가솔린 136만3,251원 등에 달했다. 코나 일렉트릭 고객이 한 해 코나 가솔린 고객보다 연료비를 79만3,269원(58.2%) 덜 쓰는 셈이다. 해당 금액은 코나 가솔린 모델로 7,264㎞나 더 달릴 수 있는 수준의 액수다.

이밖에 전기차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 공영주차장 이용요금 50% 할인(서울 일부 주차장), 서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쇼핑시설 주차요금 할인(업체별 상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동차 건강보험료 할인(내연기관차의 25% 수준) 등이 제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