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신세계가 이커머스 협력을 강화한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을 기점으로 시장의 흐름이 급변하는 가운데 양사의 전략적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키워드는 '새로운 경험'이다. 쿠팡이 최저가에 이어 빠른배송으로 판을 흔들었던 것처럼, 양사는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이커머스의 '새로운 경험'에 방점을 찍어 온오프라인 합동전략을 가동한다는 설명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출처=네이버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출처=네이버

물류 거점 인프라
네이버는 16일 오전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물류 경쟁력 강화, 명품 및 프리미엄 서비스 구축,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중소상공인)의 브랜드로의 성장 등 온오프라인 커머스 시너지와 관련된 업무 협약식을 진행했다.

네이버㈜는 ㈜이마트의 자사주 1,500억 원, ㈜신세계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00억 원과 상호 지분을 교환한다. 자사주 교환일은 17일이며, 이를 통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돌입한다는 설명이다.

물류 거점 인프라 전략에 시선이 집중된다.

네이버는 이미 CJ와의 혈맹을 통해 CJ대한통운을 매개로 하는 풀필먼트 전략을 적극 체화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신세계와도 비슷한 물류 인프라 로드맵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최첨단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와 약 7,300개 이상의 오프라인 거점 역할론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와 신세계의 만남을 통해 가장 선명한 시너지를 내는 부분이 바로 신세계의 오프라인 거점을 네이버가 활용하는 방법론이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는 이번 협력을 통해 장보기 서비스와 기술, 그리고 다양한 물류파트너를 만나 전국 단위의 풀필먼트와 라스트마일 서비스로 한단계 더 진화시킨다는 각오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당일, 익일 등 빠른 배송을 보장해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 예측, 재고 배치 솔루션으로 판매자의 신뢰도도 높이는 것이 목표로 세웠다. 나아가 다양한 배송 파트너 업체와의 협력으로 2~3시간 배송 서비스 등 각 영역에 알맞은 형태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며,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동 투자까지 검토 중이다.

네이버와 신세계의 방대한 이용자 시너지를 비롯해 온오프라인 전략을 하나로 묶는 방식도 전개된다.

현재 네이버는 이용자 5,400만명, 신세계는 이용자 2,00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합산할 경우 45만 셀러가 활동하는 플랫폼 동맹이 구축된다. 이용자 중심의 커머스 생태계는 물론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 3곳, 7,300개 이상의 지역 거점을 활용한 물류 생태계를 키운다면 단숨에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네이버 플러스 맴버십과의 연대, 나아가 신선식품 확대는 일종의 '덤'이다. 네이버는 구독경제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장보기 서비스와 확대를 통해 역시 자사 이커머스의 약한고리인 신선식품 배송에서 역량을 키울 전망이다.

상품 기획력 키운다
네이버의 쇼핑 라이브 기술과 노하우, 웹 오리지널 콘텐츠 역량과 신세계그룹이 가지고 있는 상품 기획력도 결합한다는 설명이다.

양사의 만남으로 물류 인프라 확충 및 시너지는 업계에서 충분히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상품 기획력을 공동으로 키우는 것은 업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전략이다.

일단 양사는 패션 및 뷰티 브랜드의 ▲신제품 런칭 쇼 ▲독점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역량을 활용해 ▲온라인 명품관을 구축하고, ▲1:1 퍼스널 쇼퍼 서비스, ▲백화점 멤버십과 연계한 프리미엄 배송 등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SME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하다. 네이버쇼핑에서 데이터(판매량, 리뷰 만족도 등)로 검증된 우수 SME들의 제품을 스타필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편집샵에서 판매할 기회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도 검증된 지역 명물, 수공예 상품 등을 독자 브랜드로 상품화하는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나아가 네이버 산지직송 생산자들이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과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의 마케팅 역량에도 논의를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ICT 기술도 있다
네이버의 AI기술, 로봇, 지도, 예약 등 다양한 서비스와 신세계그룹의 다채로운 쇼핑 품목이 만나 신규 사업 기회 발굴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 이용자의 오프라인 매장 유입 등 다양한 ICT 기술로 온오프라인 거점 시너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각자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력인만큼, 이용자나 판매자 모두 지금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쇼핑 경험과 다양한 커머스 비즈니스 기회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라며, “동네시장과 대형마트가 양립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는 협력사례를 선보이고, 다양한 분야의 SME들과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판 흔들린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마켓컬리의 상장 준비 등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격변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주된 전선은 쿠팡을 중심으로 CJ와 만난 네이버가 신세계와 만나 반 쿠팡 전선을 구축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결과로 몸집을 불리게 될 제3의 플레이어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우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카카오와 신세계의 행보, 여기에 홈플러스를 보유한 상태에서 이베이코리아를 품어 온오프라인 전략을 키울 것으로 보이는 MBK파트너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물론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홈플러스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쿠팡도 추후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 예상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상장을 준비하면서 아마존과 연대하는 SK텔레콤의 11번가도 다크호스다. 

결국 쿠팡이 쏘아올린 공을 통해 각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물고 물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와 신세계의 결합을 두고 일단 업계에서는 '시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대세다. 2,500억원이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뭉친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양사의 큰 그림이기 때문이다.

일단 공개된 전략에 따르면 네이버와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공동전략을 추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네이버의 온라인 이용자와 신세계의 오프라인 이용자들의 접점을 옴니채널 방식으로 끌어내는 전략이다.

여기에 핵심 무기는 물류가 될 전망이다. 이미 마이크로 풀필먼트까지 아우르는 '협력전선'을 구축한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의 만남에 이어 신세계의 오프라인 거점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이커머스의 '새로운 경험 제공'도 꿈은 아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등에 이커머스 전략의 한 줄기인 신선식품 배송을 지원하는 전략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 측면에서 SME들의 오프라인 판로 개척을 신세계의 이마트 오프라인 거점으로 풀어갈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이는 네이버가 의욕적으로 키우고 있는 'SME 경제'의 업그레이드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네이버가 가진 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더욱 효과적으로 묶어낼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