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출처=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출처= 닌텐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메타버스(Metaverse)가 뜬다.

메타버스의 가장 좋은 예시는 닌텐도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다.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인간관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속에서 같은 공간에 모인 이들이 창조하는 세계, 가상 화폐 통용 등 메타버스의 거의 모든 속성이 녹아들어 있다는 평가다. 

과거 SF 영화나 만화의 소재로만 여겨졌던 ‘가상현실 속’ 인간의 삶이 콘솔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구현된 것이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최근 광범위 영역에서 활용되며 미래 지향형 산업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익숙한 메타버스, ‘게임’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혹은 ‘초월’을 의미하는 접두어 메타(Meta)에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단어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가상현실의 세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가상현실(Virual Reality)이 제한된 공간에서 행해지는 일시적 행위의 성격이 강했다면 메타버스는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더 넓은 공간의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개념의 사전적 의미는 거창하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다양한 형태로 꽤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삶의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온라인 게임이다. 다수의 게임 플레이어들이 온라인을 통해 같은 공간에서 모여 공동의 목표를 실현시키는 상호작용은 메타버스 활용의 한 부분이다. 리니지 시리즈, 디아블로 시리즈, 바람의 나라 등 ‘PC MMORPG’ 장르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들은 모두 일종의 메타버스다.

다만, 이는 게임이 정한 수많은 규칙 안에서 구현된 제한적 메타버스이며 사람들은 게임 내에서의 더 자유로운 소통과 창조를 원했다. 이에 맞춰 게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아예 자신들의 의지나 취향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자유도’가 극대화된 게임들이 등장했다. 

게임 '데스 스트랜딩'. 출처=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게임 '데스 스트랜딩'. 출처=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이는 이전보다 진보된 메타버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는 전 세계 4000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소통하는 배틀로얄 액션 게임 ‘포트나이트’, 앞서 소개한 ‘동물의 숲’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용자가 직접 창조할 수 있는 사각 블록의 세계 ‘마인크래프트’ 그리고 이용자 간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을 게임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구현시킨 ‘데스 스트랜딩’ 등이 있었다. 

상호연결 극대화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그리고 최근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클럽하우스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메타버스의 ‘상호 연결’ 속성을 극대화 시킨 플랫폼들이다.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음성 등으로 전달되는 개인의 메시지에 다수가 반응을 보이고 의견을 교환하며 관계망을 연결해나가는 방식이다. 각자가 전달하는 메시지 역시 플랫폼에 참여한 개인들의 창조물이다. 이것을 매개체로 해서 수많은 이들이 소통한다. 

콘텐츠 소재이자 비즈니스 그 자체  

콘텐츠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스토리텔링 소재가 되기도 한다. 메타버스의 구현이 극대화된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 에피소드에 사람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세계는 거대한 프로그램이 만들어 낸 가상현실 세계일 수도 있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 ‘매트릭스’, 가상현실 세계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의 다양성을 보여준 영화 ‘아바타’ 그리고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은 메타버스를 소재로 활용한 문화 콘텐츠다. 상상력의 극한을 달리는 비현실성에도 수많은 이들은 마치 이러한 세상이 머지않은 시대에 도래할 것이라는 느낌을 공감하며 각 콘텐츠에 열광했다. 

메타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 '매트릭스' 출처= 네이버 영화
메타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 '매트릭스' 출처= 네이버 영화

콘텐츠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의 한 부분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대면 오프라인 행사 개최가 어려워진 CJ ENM의 글로벌 K-POP 페스티벌 KCON은 K-POP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온라인 가상 공간으로 옮긴다. 여기에서 CJ ENM은 다양한 그래픽 기술을 동원해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무대를 가상으로 창조해낸다. 글로벌 K-POP 신드롬을 이끈 보이 그룹 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들과 팬들이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위버스’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빅히트는 K-POP 아티스트들 뿐만 아니라 유니버설 뮤직 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해 플랫폼의 반경을 글로벌까지 확장한다.

출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출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첨단기술 분야 산업의 '화두' 

메타버스의 다양한 유형과 활용은 IT와 전자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업계는 가장 수준 높은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들을 개발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 국면도 메타버스가 포함된 첨단 IT 기술의 구현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 사의 GPU(그래픽 처리장치) RTX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맥락이다. 수준 높은 그래픽의 구현은 곧 매력적인 메타버스 구현과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메타버스 실현 지향의 비즈니스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차유미 연구원은 “과거 게임 콘텐츠에 국한됐던 메타버스는 다양한 산업들과의 결합을 통해 점점 그 활용 가능성이 확장될 것”이라면서 “소셜 네트워크, 콘텐츠, 광고, 통신 등 규모가 큰 산업들은 앞으로 사업적으로든, 마케팅으로든 메타버스의 구현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