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 출처=각 사
(왼쪽부터)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 출처=각 사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를 포함한 10여 곳의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가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대부분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지난해 저금리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냈고, 올해 여전히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교체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남 DB손보 부회장 5연임… 업계 최장수 CEO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김정남 DB손보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까지 3년이며, 이달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김 부회장은 손해보험업계 최장수 CEO다. 지난 2010년 사장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돼 2012년, 2015년, 2018년까지 총 세 차례 연임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7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0년 넘게 DB손보를 이끌며 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는 김 부회장은 5연임 기록을 세우며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그의 연임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D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56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을 이뤘고, 업계 1위인 삼성화재에 이어 두 번째로 보유고객 1,000만명을 달성했다.

김용범 부회장 등 5명도 연임… 안정 기조 뚜렷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도 탁월한 경영성과에 힘입어 대표이사 재선임이 결정됐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김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의하면서 사실상 3연임에 성공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메리츠화재 대표로 취임한 이후 공격적인 영업 등을 바탕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이끌어왔다. 지난해에는 4,3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총에서 연임이 최종 결정되면 3년 더 회사를 맡게 된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 권중원 흥국화재 사장 등도 연임이 내정됐다. 이들 역시 이달 개최되는 주주총회 통과라는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의 연임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해 말 사장 인사 없이 임원 인사가 나오면서다. 삼성화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76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증가했다. 여타 손보사와 같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자동차 운행량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것이 주요인이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다이렉트 채널 매출 확대에 따른 사업비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2년 임기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확정했고,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결정할 예정이다. 여 사장은 2019년 선임돼 차남규 전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오다 차 전 부회장의 용퇴로 작년에는 홀로 한화생명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969억원으로 전년 대비 71.8%나 급증했으며, 4월 제판분리를 앞두고 경영 안정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대표의 연임도 기정사실화 됐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재상 사장과 김평규 영업총괄 전무를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것을 예고했다. 당초 각자 대표이사였던 하만덕 부회장이 제판분리 추진에 따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생긴 공백을 메워 회사를 끌어갈 계획이다.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화재와 흥국생명 수장의 거취는 엇갈렸다. 권중원 흥국화재 사장은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2년 임기의 재선임 안을 다루기로 해 사실상 연임이 결정됐다. 반면, 조병익 흥국생명 사장은 이달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고 후임으로 박춘원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될 예정이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뤄젠룽 동양생명 사장, 시예저치앙 ABL생명 사장,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등의 거취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연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CEO의 대거 연임은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 등 3저 현상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변화보다는 경영 안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