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엔비디아
출처= 엔비디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 출시된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Graphics Processing Unit) 지포스(Geforce) RTX 3080이 출시 가격의 몇 배 이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소위 ‘RTX 대란’이다.

다만 과도하게 거품이 낀 오프라인 판매가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수입사들이 온라인 유통채널 한정으로 제품을 ‘납득 할 만 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당시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런데 최근 출시된 RTX 시리즈의 보급형 신제품 RTX 3060의 가격은 다른 의미로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출시가격은 329달러, 판매가는 66만원?

지난 2월 미국에서 출시된 RTX 3060은 2월 26일부터 쿠팡, 11번가 등 오픈마켓을 통해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미국 출시 당시 엔비디아가 밝힌 RTX 3060의 MSRP(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권장소비자가격)은 329달러였다. 이를 현 시점의 원-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약 37만9,000원이다.

국내 출시 직후의 RTX 3060 오픈마켓 판매 가격. 출처= 쿠팡/11번가
국내 출시 직후의 RTX 3060 오픈마켓 판매 가격. 출처= 쿠팡/11번가

MSRP 699달러(약 80만원)로 출시된 RTX 3080의 국내 초기 판매가격은 약 110만원대 였으며 이는 통관 등 유통비용을 고려할 때 구매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이다.

이를 감안하면 RTX의 가장 합리적인 거래가격은 MSRP의 최대 50%가 추기 비용으로 붙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국내 오픈마켓에서 RTX 3060은 64만원, 65만원 혹은 66만원까지도 책정됐다. ‘대란’이 일어났던 RTX 3080의 사례를 적용하면, RTX 3060의 적정 초기 판매가격은 약 57만원에서 비싸도 60만원 이하의 수준이어야 한다. 

RTX 3080은 초과 수요가 발생한 이후, 일부 오프라인 매장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200만원이상까지 올려버린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RTX 3060은 시장의 초과 수요가 형성되기도 전 국내 판매 시작의 가격이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수요가 몰린 이후인 현 시점에서 RTX 3060은 최저 80만원, 심지어는 190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MSRP 대비 판매가격을 따지면, 대란이 일어난 RTX 3080의 가격에 한참 거품이 낀 것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 된 것이다. 

2021년 3월 5일 기준 국내 온라인 마켓 RTX 3060 판매가격. 출처= 네이버
2021년 3월 5일 기준 국내 온라인 마켓 RTX 3060 판매가격. 출처= 네이버

아무도 ‘확실하게’ 이유를 모른다?

RTX 3080의 가격에 거품이 낀 원인은 명확했다. 초과 수요가 발생한 것을 악용해 일부 오프라인 전자상가의 매장과 리셀러들이 폭리를 추구한 결과였다. 그런데 RTX 3060 이들이 개입하기도 전부터 거품이 낀 가격으로 출시되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진다. 문제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 확실한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아마도몇몇 추측의 의견들이 나온다.

우선 미-중 분쟁 연관설이다.

엔비디아를 포함해 엔비디아 제품들을 아시아 지역으로 유통하는 기업들의 상당수는 홍콩에 소재한다. 지난해 미-중 분쟁의 발발로 홍콩은 그간 보유하고 있던 무역 ‘특별지위’는 미국에 의해  박탈됐다. 이에 따라 홍콩을 통해 수출되는 제품에 대한 관세가 오르면서 RTX 시리즈의 국내 수입 및 판매가격도 이전보다 올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밝힌 329달러라는 RTX3060의 MSRP 자체가 마케팅의 성격이 있는 명목상 숫자이며, 실제 유통되는 가격은 그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차피 실제 시장에서는 MSRP 이상으로 공급되고, 거래될 것이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자사 제품의 ‘합리적 가격 대비 고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MSRP를 낮춰서 발표한다는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실제로 총판업체들에게 RTX3060 제품을 유통하는 가격은 400달러 이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추측은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뉴에그(Newegg)에서 출시 직후의 RTX3060이 MSRP에 근접한 정상가격으로 판매가 된 것이 알려지면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시 초기 MSRP에 근접한 가격으로 판매된 RTX 3060. 출처= 뉴에그
 출시 초기 MSRP에 근접한 가격으로 판매된 RTX 3060. 출처= 뉴에그

그 외로는 최근 다시 불어 닥친 가상화폐 투자 열풍으로 코인 채굴용 PC에 쓰이는 고성능 GPU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유통과정 어딘가에서 반영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에 근거한 추측이며 비밀리에 부쳐지는 유통과정의 비용들로 인해 RTX 3060의 비정상적인 판매 가격은 의문에 부쳐지고 있다. 제품의 국내 유통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누군가가 폭리를 취하기 위해 의도적 가격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음모론과 같은 추측도 나온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