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테슬라 등 몇몇 전기차 업체가 가능성을 입증하는 수준에 머문 가운데 내연기관차 업체들의 공세가 이어졌다면, 이제는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 자체가 전기차 시장 확대로 수렴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친환경 시대에 대한 열망이 커진 가운데 각 국의 규제 및 기술 발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뒤섞인 결과다.

"내연기관차, 미래없다"
전기차의 역사는 내연기관차의 역사보다 길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만든 최초의 전기차는 1834년 등장했으며 이는 내연기관차의 등장을 앞지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비싼 가격에 무거운 배터리, 긴 충전시간 등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전자공학기술의 부족으로 전기차 상용화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에 석유라는 압도적인 연료의 등장으로 전기차는 결국 경쟁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기회는 1990년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찾아왔다. 내연기관차의 매연 문제 등이 환경오염 이슈와 맞물리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2000년대 들어 전기전자 기술력이 고도화되는 한편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차가 서서히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종합 에너지 인프라 기업이라는 큰 꿈을 그리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석유 기반의 내연기관 중심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전기차 로드맵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일본 토요타는 이미 이팔레트를 위시한 다양한 모빌리티 실험을 단행하는 가운데 지난해 2030년까지 100만 대 이상의 탄소 무배출 차량을 포함하는, 총 550만 대 이상의 전기화 차량 판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폭스바겐도 전기차 시장 장악을 위해 향후 5년간 850억달러를 투입하며 2030년 총 매출의 최대 25%를 전기차로 메운다는 꿈을 꾸고 있다. 닛산은 2022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차 생산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BMW i3를 내세운 BMW도 2025년 자사 매출의 25%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포드도 전기차 개발에 최대 12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고 다임러도 2025년까지 10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5개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볼보도 공격적인 전기차 로드맵 카드를 꺼냈다.

2일(현지시간) ‘볼보 리차지 버추얼 이벤트(Volvo Recarge Virtual Event)’를 통해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업체로 변신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2025년까지 글로벌 판매의 50%를 전기차, 나머지를 하이브리드로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볼보자동차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s), 하칸 사무엘손(Håkan Samuelsson)은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기와 온라인이라는 미래에 함께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프리미엄 전기차 세그먼트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보의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Recharge). 출처=볼보
볼보의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Recharge). 출처=볼보
볼보의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Recharge). 출처=볼보
볼보의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Recharge). 출처=볼보

지난해 첫 번째 순수 전기차, XC40 Recharge(리차지)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바 있는 볼보는 40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이자 두 번째 순수 전기차인 볼보 C40 리차지(Recharge)를 전격 공개했다.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C40리차지는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로만 출시되는 전기차 전용 모델이다.

40분만에 약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78kWh배터리로 구동된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거리는 약 420km로 이는 향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차량을 온라인으로만 판다는 계획도 나왔다. 볼보 글로벌 커머셜 오퍼레이션 총괄, 렉스 케서마커스(Lex Kerssemakers)는 “볼보의 미래는 전기, 온라인, 성장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정의된다”며, “우리는 고객이 차를 타고 운전을 하는 동안 느끼는 복잡함을 제거함으로써 안심하고 볼보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단순화와 편의성은 이를 위해 진행되는 모든 일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계약를 위한 과정을 근본적으로 단순화하고, 단계 별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예정이다.

현대차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하는 한편 아이오닉5 카드를 꺼냈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자동차 ‘CV’(프로젝트명) 등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집약적 신규 플랫폼이다.

아이오닉5는 벌써부터 '대박' 조짐이다. 사전계약을 실시한 결과 아이오닉 5 사전계약 건수는 하루 기준 2만500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기아가 신형 카니발로 세운 현대차그룹 역대 최고 기록인 2만3006대를 뛰어넘었다. 이어 사전계약 이틀만에 모든 물량이 완판됐다. 앞으로 기아CV 등이 등판할 경우 국내 전기차 플레이어들의 행보도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차세대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제품별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차세대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제품별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출처= 현대자동차

혼란의 시대...승자는 누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당분간 팽창일로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각 국의 친환경 규제가 강해지는 가운데 자동차 시장 자체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2025년까지 4년간 청정 에너지에 2조달러(약 2200조원) 투자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0) 달성 ▲2035년까지 전력 부문 탄소 배출 제로 달성 등을 목표로 걸었으며 유럽에서는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막는 분위기다. 실제로 영국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2030년부터 금지하며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도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탄소 중립을 통한 지속 가능 경제로의 전환은 시대적이고 세계적인 흐름으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과제"라며 "(탄소 중립을) 피해 갈 수 없다면 국익과 미래 세대를 위해 상황 적응보다 과감한 선제 대응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한 비중은 28.4%로며 이는 16.4%를 기록한 유럽 연합(EU)과 11.0%의 미국보다 높다. 이런 가운데 석탄 화력 발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주요국의 석탄 발전은 일본 32%·독일 30%·미국 24% 등으로 각각 확인된 가운데, 한국은 무려 40.4%로 파악됐다. 그 연장선에서 정부는 과감한 탄소중립 정책을 통해 친환경 전략을 강하게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연히 전기차 전략이 집중 육성 정책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당분간 주도권을 잡으려는 각 플레이어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볼보의 사례처럼 자동차를 판매하는 방식이 달라지며 자동차 딜러 역할론이 불거지는 한편, 전체 모빌리티와 스마트시티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시너지가 창출되며 의미있는 시도들이 펼쳐질 전망이다.

아직은 테슬라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언제 상황이 달라질지 모른다. 테슬라 이사회 멤버였던 스티브 웨슬리 웨슬리그룹 대표는 지난 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테슬라는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