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 모델 엑소 카이 화보. 출처 블랙야크
블랙야크 모델 엑소 카이 화보. 출처=블랙야크

[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성수기 봄·여름 시즌을 맞은 아웃도어업계가  잇따라 전속 모델을 교체하고 있다. 장수 모델 전략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젊은 스타를 내세워 낮아진 소위 '산린이(등산+어린이)'라 불리는 아웃도어 연령층 눈높이에 맞추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웃도어 시장에는 기존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20대 연령의 새로운 얼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먼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그룹 엑소 멤버 카이를 'BCC(Blackyak Climbing Crew)' 컬렉션 모델로 발탁했다.

BCC 컬렉션은 클라이밍을 모티브로 한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다목적성과 실용성을 높인 제품들로 구성됐는데, '월드 클래스 퍼포머'로 불리는 카이가 클라이밍 크루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자유분방한 유스컬처가 담긴 BCC만의 고유 매력과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블랙야크는 카이에 앞서 가수 아이유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기도 했다. 젊고 활동적인 인기 아이돌을 기용해 일상 속 아웃도어와 건강한 산행 문화를 강조하며 젊은 층을 타깃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김요한 화보. 출처=영원아웃도어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김요한 화보. 출처=영원아웃도어

아웃도어 업계 내 이례적으로 20대 초반 모델을 새롭게 기용한 브랜드도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글로벌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봄·여름 시즌 홍보대사로 그룹 위아이(WEi) 멤버 김요한(23)을 선정했다. 10대 시절 전국체전 메달리스트이자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던 김요한은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후 가수로 데뷔했다. 최근에는 배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끊임없이 도전'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하며 동시에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다양한 브랜드 콘텐츠를 통해 김요한의 활동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엠케이코리아의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머렐(MERRELL)'도 올해 새로운 모델로 대세 배우 '만찢남' 송강을 발탁했다. '레플리카' 콘셉트로 송강과 함께 머렐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 상품군을 트래킹, 트레일러닝, 라이프스타일 3가지 스타일링으로 나눠 각각 다른 비주얼을 선보였다. 송강과 함께한 화보와 광고 캠페인을 통해 아웃도어의 데일리룩 스타일링을 전개하고 젊은 소비자 사이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과거 중장년층 공략에만 집중하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 다. 지난해 아웃도어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국내 시장의 침체 등으로 큰 위기를 맞았으나 하반기 들어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평균 매출이 전년대비 31.9% 급신장하는 등 뜻밖에 실적 호조를 누렸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해 하반기 스포츠레저 활동 빈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중 '매일 혹은 주 3회 이상' 활동을 한다고 답한 비율은 43.7%로 전년(24.8%) 대비 크게 늘었다. 30대의 경우 무려 57%로 같은기간(33.2%) 보다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소비에 있어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젊은 고객들의 니즈에 맞춘 '탈 아웃도어’를 잘 소화하면서도 친숙한 모델 기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전속모델 공유 화보. 출처=F&F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전속모델 공유. 출처=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공식 홈페이지 캡쳐

"브랜드 얼굴은 신중하게"...'장수 모델' 유지하는 일부 기업들

반면 여전히 장수 모델 전략을 유지하며 정체성 중시하는 브랜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모델들의 이미지가 브랜드 방향성과 일치하고, 장기간 모델로 기용함으로써 단순한 얼굴이 아닌 브랜드 자체로 자리잡았다는 판단에서다. 반짝 스타가 아닌 튼튼하고 다양한 팬층을 보유하고 연예계 내 입지를 다지고 있는 톱스타가 기존 모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8년 째 배우 전지현이 전속모델인 네파는 올 봄에도 '스타일 유틸리티'라는 콘셉트를 더한 화보 속 전지현의 모습을 선보였다. 전지현의 건강미와 스타일리쉬한 이미지가 브랜드 컨셉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F&F(007700)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도 무려 10년 째 배우 공유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공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이미지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룩을 강조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잘 부합해 대체불가하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공유가 모델이 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 굳히기에 도움이 됐고, 특히 지난 2016~2017년에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이른바 '공유 패딩'으로 인기를 끌면서 62만장 이상 판매 실적을 거둔 바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급속도로 변하는 시장에서 장수 모델을 유지하는데 따르는 고민도 산재하다. 브랜드 정체성을 우선시 하면서도 업계내 영역을 확장하는 젊은 고객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이에 이들은 기존 전략을 지속하는 대신 특정 라인이나 컬렉션에 셀럽과 영한 스타를 활용하거나 MZ세대 소비특성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네파는 최근 새롭게 'C-TR 3.0라인'을 론칭하면서 브랜드 앰버서더로 라이징 스타 고민시를 선정했다. 일상에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아웃도어 편의족과 이제 막 아웃도어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젊은 입문자를 겨냥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경우 MZ세대의 가치 소비 트렌드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친환경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며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재활용 섬유 및 원액 염색 원사 고어텍스 원단으로 만든 어글리슈즈, 친환경 공정으로 생산된 컴포트 메쉬 소재를 활용한 제품 등으로 지구를 생각하는 MZ세대의 취향을 맞췄다. 또 온라인 패션 플랫폼 등을 활용해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전개하며 M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계에서 MZ세대는 필수 타켓층으로 자리잡고 있고, 이들을 필두로 캐주얼·스포츠·아웃도어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며 "도심과 일상 속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의 성장세가 기대됨에 따라 이에 걸맞는 인기 연예인들을 통해 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