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신규모 연간 추이. 출처=한국은행(단위:억원)
저축은행 수신규모 연간 추이. 출처=한국은행(단위:억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저축은행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겪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시중 유동성이 급증함에 따라 주요 수익원인 수신과 여신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차주의 신용도가 제1금융권 대비 낮아 향후 부실 뇌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으로 들어온 총수신 규모는 79조1,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가 증가했다. 집계가 시작된 1993년 이후 사상 최대치이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0%대에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에 돈이 몰린 것이다.

저축은행의 체크카드 사업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접근성이 개선되고 파킹통장 등 각종 마케팅 등으로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회가 취급한 카드 8종의 매출액은 129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가 증가했다. 카드를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유효회원 수 역시 총 27만3162명으로 2년 새 93% 확대됐다.

저축은행의 대출규모 역시 대폭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77조66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4%가 증가했다. 증가율은 2019년 10.0%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의 생계형 자금 수요가 확대된 것이 가장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다만 저신용자 대출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타 금융업종 대비 차주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열위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한계차주 채무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될 경우 저축은행 역시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계기업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건전성 부분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한계기업으로 평가하는 세부평가대상 기업은 2019년 3307개에서 지난해 3508개로 늘어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기업부채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2019년 말 78.5%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1분기말 82.28%로 증가했다. 지난해 중 더욱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성장 기조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한계기업들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전반적인 기업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저축은행 여신규모 추이. 출처=한국은행(단위:억원)
저축은행 여신규모 추이. 출처=한국은행(단위:억원)

지난해 들어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은 평균 4.1%, 비한계기업 1.7%을 기록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계기업들은 대부분 기업 특성상 대출의 문턱이 높은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사금융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017년 한계기업 빚은 156조원으로 이중 일반은행 43조7,000억원, 특수은행 75조8,000억원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한계기업에 빌려준 돈은 37조원에 달했다. 이 당시에도 한계기업으로 인한 저축은행 부실 위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자금 대출액은 41조원, 가계자금대출 29조원으로 전체 대출액 중 각각 56%, 40%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기업자금 대출액 규모가 12조원 가량 더 많다. 기업대출 업종별로는  제조업 2조7,000억원, 건설업 5조1,000억원, 도매 및 소매업 3조9,000억원, 운수 및 창고업 8,000억원, 숙박 및 음식점원 2조3,000억원, 부동산업 13조3,000억원, 기타 12조7,000억원 등으로 분포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저축은행 기업대출 규모는 37조2,589억원으로 이 중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35조6,570억원에 달했다. 이는 기업대출의 95.7% 비중으로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업 중 9곳 이상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라는 얘기다.

2019년 기준 한국은행이 집계한 한계기업 수는 중소기업이 3,010개, 대기업이 465개로 중소기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유예 지원 등은 각종 연착륙 방안으로 서서히 비중을 줄임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한계기업의 부실뇌관을 터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조치와 은행의 소극적인 정기 기업신용평가 등으로 구조조정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이 경우 구조조정 이슈가 일거에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유예조치가 끝나거나 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최근 대출금리 인하로 부실화 우려를 일부 해소했지만, 이번에는 자산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은 고정이하여신(NPL)비율 하락세가 지속되며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실제 지표와 괴리감을 포함하고 있다. 또 정부의 지원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한계차주의 채무불이행률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기업평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2016년 12월 7.2%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6월 기준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수 소비가 위축되면서 개입사업자의 부실 위험이 높아졌고 수출 감소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중소기업 부실화 우려가 커졌다”라면서  “정부의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대출의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유지되지만 실질적인 자산건전성은 지표 대비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