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2.4 대책 이후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반면 빌라 경매 시장에서는 정 반대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매시장의 대표 지표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에 이어 낙찰률(경매건 대비 낙찰건수 비율)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현금청산 가능성보다 저가 매수 실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 일부 투자수요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주택 가격 상승으로 밀려난 실수요 역시 올해 빌라 경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거래 급감에도...빌라 낙찰가율, 5년내 ‘최고’

2.4 대책 이후 서울 빌라의 거래 절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3일 기준 지난달 전체 다세대·연립 거래량은 2,541건으로 1월 5,795건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단독·다가구 역시 같은 기간 845건에서 314건으로 줄었다. 전체 빌라거래량은 1월 6,640건에서 지난달에는 2,855건을 기록해 57%나 급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빌라 시장이 얼어붙은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2.4 공급대책에서 발표한 규제 영향이 크다. 대책 발표일 이후 매수 빌라는 공공개발 시 현금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빌라 경매시장은 활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강북구 번동의 한 빌라 2층 경매에는 46명의 응찰자가 참여해 감정가의 288%에 해당하는 가격에 낙찰이 완료됐다. 같은 날 노원구 상계동의 한 빌라 경매에도 14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 대비 158% 높은 4억5,236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빌라 낙찰가율은 93.1%를 기록했다. 2019년 12월 이후 서울 빌라의 낙찰가율이 90%를 다시 넘긴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해당 낙찰가율은 2016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낙찰가율이기도 하다.

낙찰률 역시 1월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40%대에 가까운 39.9%를 기록했다. 서울 빌라의 낙찰률은 3개월 연속 40%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평균 응찰자 수 역시 4.4명을 기록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응찰자 수를 기록했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역대 서울 빌라의 평균 낙찰률은 30% 초반이다. 3개월 연속 낙찰률이 40%에 가깝다는 것은 빌라 경매 흐름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저가 노린 투자·실수요자 유입에 “경매 활기 지속될 듯”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빌라가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데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현금청산 위험에도 여전히 재개발이 가능한 지역의 빌라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역세권 개발과 공공재개발 등의 개발 이슈가 계속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현금청산이 가능한 개발 사업유형은 2.4 대책에서 발표된 현재 공공직접시행 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다. 역세권 소규모 재개발이나 공공재개발은 아직 현금청산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공공주도 사업 가능성이 낮은 곳의 물건을 비교적 저가로 매입하기 위해 경매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현금청산 자체를 실현 가능성이 낮은 ‘엄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 중 한 곳으로 지정된 강북구 미아사거리역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공공재개발 경우 권리산정 기준일이 지난해 9월이므로 현금청산 대상은 아니지만, 주변 빌라의 경우 공공주도 개발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수용 가능한 위험으로 판단하고 과감하게 들어가는 수요자들은 여전히 있다. 일대 개발지역의 빌라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에, 물량이 소수라는 점을 제외하면 경매 역시, 저가에 괜찮은 지역의 빌라를 매수하기는 괜찮은 옵션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밀려난 자가 마련 실수요가 빌라 매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가장 주택 가격 상승폭이 가장 높았던 수도권의 빌라 경매 지표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전체의 빌라 평균 낙찰가율은 82.5%로 2017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응찰자 수 역시 5.2명으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오명원 연구원은 “아무래도 공급이 수요 전체를 충족할 수 없다 보니 자가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경매에 이어 빌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세 대비 가격이 낮게 매겨진 곳이나 개발 등 가격 하락 리스크가 덜한 지역의 빌라 경매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라 경매 시장의 활황세는 당분간 그 추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원은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유지되고 있고, 공급대책 가시화까지 대략 5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경매시장에서의 빌라 수요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