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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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빙과업계가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 범위를 확대하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채널인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남는 것 없는 장사'에 한숨이 깊어지는 반면, 과거 아이스크림을 '미끼 상품'으로 내세웠던 편의점·슈퍼마켓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2일 롯데제과(280360)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더블비얀코 ▲더블비얀코(초코) ▲와 등의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을 1,500원에서 1,000원으로 조정했다. 이번 조정은 외관상 가격 인하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가격 인상 조치라는 평가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슈퍼, 마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50% 할인 등을 적용받아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찰제로 제품 가격이 확정될 경우 할인 행사가 진행되지 않아 정찰 가격에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업계는 계속해서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 정찰제를 확대하는 추세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10월 ▲찰떡아이스와 ▲와플 바닐라 등의 제품을 1,000원 가격을 조정했고, 12월에는 ▲본가 찰옥수수 ▲잇츠와플 바닐라 ▲잇츠와플 옥동자 ▲잇츠와플 쌀로달 가격을 조정한 바 있다. 빙그레(005180)도 지난 2019년 가격 정찰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면서 ▲투게더 ▲붕어싸만코 ▲빵또아 등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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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뺏기느니 차라리 정찰제 하자” vs “무인 매장 다 죽는다”

이러한 추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주요 판매 채널로 급부상 중인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은 가격 정찰제가 무인점포 생계에 큰 위협이 이라는 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편의점 업계는 찬성하고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빙과업체로부터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도매가를 낮추고, 가게 운영비를 줄여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아예 없고 창업비용이 크지 않아 최근 매장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인천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점주는 “창업비 부담이 적고 본업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적당해 최근 지인과 함께 투자해 매장을 냈다”면서 “할인률이 커서 마진률이 높지는 않은데 정찰제까지 도입되면 수익을 어디에서 내야할지 고민”이고 토로했다.

무인점포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편의점·슈머마켓은 가격정찰제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이다. 소형 수퍼마켓의 경우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가게보다 영업시간이 짧고, 실제 편의점에서 1,200원에 판매되는 바 종류는 무인매장에서 4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 종로의 편의점 점주 최모(50·남)씨는 “가격 싸움에 낄 수 있는 수준 조차도 안 된다. 바 제품은 너무 싸서 손님들이 찾지도 않는다”면서 “그나마 정찰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제과형 아이스크림 비중을 높이거나 본사에 할인 프로모션을 늘려달라고 호소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빙과업체도 난감하기만 한 상황이다. 지난해 침체됐던 빙과 시장이 무인 매장이 늘면서 다시 한번 활기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아이스크림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지고, 어느 덧 ‘정가 주고 사먹는 사람이 손해’라는 공식이 굳어져 근심이 커지고 있다.

빙과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입점하는 채널이 많아지면 매출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소비자 불신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이미 정찰제로 납품되는 제품은 편의점, 무인 매장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에 출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우후죽순 늘어난 무인 매장은 내부에서 안정된 시장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현재 기업들이 대체제가 없고 브랜드 독점이 강한 제과형 아이스크림에만 정찰제를 적용했지만, 추후 바 제품에도 정찰제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