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중공업 거주구. 출처=신한중공업
신한중공업 거주구. 출처=신한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10년째 이어져오던 정부의 조선업 체질개선이 이르면 연내 결실을 볼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으로 거대 조선 공룡의 탄생이 예상되는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오던 중형 조선사들의 인수합병(M&A)도 올해 대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져서다. 다만 경쟁력 회복은 숙제로 꼽힌다. 

중형 조선사 M&A, 올해도 이어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M&A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 조선사들은 대한조선과 신한중공업 등 최소 2곳 이상이다. 두 곳은 모두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들이지만 한국조선해양과의 합병에서는 제외돼 별도의 매각이 추진돼왔다. 

신한중공업의 경우 지난 24일 NH PE·오퍼스 PE·태화기업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먼저 새 주인을 맞게 될 전망이다. 앞서 22일 본입찰에는 NH PE·오퍼스 PE·태화기업 컨소시엄 외에도 세진중공업, STX중공업-파인트리파트너스 등 3곳이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였다. 매각가는 1800~19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애초 예상됐던 금액 1500억원을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신한중공업은 배의 선박 거주구(데크하우스)와 해양 시추설비 거주구 등 해양플랜트 설비 제작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이에 지난 2007년 대우조선해양에 편입됐지만 유가하락에 의한 플랜트 수요 축소 등으로 2014년부터 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는 채권단 관리에도 불구하고 결국 2019년 말 자본잠식에 빠졌고 지난해에는 회생 절차를 밟아 인가 전 매각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신한중공업 매각으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대한조선과 삼우중공업 등 매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기업회생절차로 채권단 관리에 놓여있는 대한조선의 경우 산은이 관리중인 조선 및 건설 회사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새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중형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꾸준히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 흥행을 예상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코로나19로 분수령을 맞이한 중형 조선사의 구조조정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마무리된 중형 조선사 M&A는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선조선 등 총 4건에 달한다. 

우선 지난해 3월 매각이 완료돼 HSG중공업을 새주인으로 맞은 성동조선해양은 그해 4월부터 정상가동에 돌입, 5월엔 2년만에 회생절차를 종결하며 법정 관리에서 벗어났다. 4수만에 힘들게 매각에 성공한 성동조선해양은 선박용 메가 블록 업체로 재출범하고, 올해 초 2년 넘게 휴직 중이던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등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STX조선해양 또한 8년 만에 새주인을 맞이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유암코(연합자산관리)-KHI인베스트먼트와 올 1월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 이들로부터 25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이 밖에 지난해 말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도 각각 동부건설과 동일철강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했다.

조선업 체질개선 코앞… 경쟁력 회복은 숙제 

시장에서는 올해 예정된 중형 조선사들의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10년 넘게 이어지던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중형 조선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셈이다. 

중소 조선사들은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0년대 앞 다퉈 생겨났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들의 추격과 일감 부족으로 2010년부터 연쇄 부실에 빠졌다. 그 결과 성동조선해양부터 한진중공업까지 최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줄곧 중형 조선사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잇단 중형 조선사 M&A 성공에는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환경규제 강화와 같은 이슈에 따라 업황 회복 조짐이 일고 있다. 이미 대형 조선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수주를 올리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회복세가 중형 조선사에까지 미칠 것이란 기대감이 투심을 자극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중형 조선사들이 보유한 부동산도 매력적인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최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신한중공업의 경우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약 70만㎡에 달하는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울산시가 온산산단 내 해상풍력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시에서 해당 부지를 매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선박의 직접 접안이 가능하고 입지 자체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예상보다 높은 매각가도 이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해상풍력발전과 관련해 관련 기업에 야드 임대 등 수익도 노려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중형 조선사들의 M&A가 흥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매수자 상당수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포함돼 조선업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한진중공업의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가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 인수 후 조선소를 폐지하고 개발·매각 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면 한진중공업 인수 비용보다 훨씬 높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금싸라기 땅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은 동부건설에 매각한 산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동부건설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영도조선소 부지는 부산에서도 조선업계에서도 상징적인 곳인 만큼 개발이 아닌 조선업을 영위하기 위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개발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매각 조건으로 3년 이상 조선업을 유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형 조선사들과 중형 조선사들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빅3가 수주 낭보를 울리고 있는 반면 중형 조선사들은   참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쟁력 회복이 관건인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이 그 역할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업은 국가 기간 산업인만큼 정부가 구조조정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