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다수의 완성차 업체부터 전기차의 대명사 테슬라까지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차량용 반도체는 무엇?
말 그대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이다. 최근 LG전자가 마그나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파워프레인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 선언했는데 이 파워트레인이 대표적인 차량용 반도체다. 물론 이 외에도 계기판 및 자동차 전자장치를 가동하게 만드는 모든 반도체를 통칭한다. 한 때 퀄컴이 인수하려고 했으나 중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온, 일본의 르네사스 등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강자들이다.

#자동차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고?
심각한 수준을 넘어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폭스바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무려 두 달간 자동차 반도체가 없어 감산에 돌입했고 포드도 멕시코에 있는 두 개의 공장과 독일 자를루이 공장을 한 달간 셧다운했다. 여기에 일본 도요타, 아우디, 혼다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가 없어 셧다운이나 감산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현대자동차도 내달부터는 감산에 들어간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지?
코로나19 여파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가 시작되자 소비심리가 약화된 가운데 감염우려로 인해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려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 그러자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이며 판매 급감에 대비하려고 했으나, 올해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며 자동차 판매량이 상승하자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제작 업체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각광받는 온택트 트렌드에 집중, 가전제품 반도체 생산을 늘리며 차량용 반도체 제작량을 줄인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하면 더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불가능하다. 생활가전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일종의 공산품처럼 제작될 수 있으나 차량용 반도체는 다르기 때문이다. 각 완성차 라인에 맞는 맞춤형 제작이 필수며 오랫동안 기술 적합성을 따져봐야 한다. 갑자기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스스로 취소했고, 재고관리에 실패한 전형적인 사례다. 사실 이 부분 취재를 하면서 글로벌 재고관리 전문가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그가 딱 한 마디 했다. "재고관리는 알파고가 와도 예상할 수 없다" 심지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더 예측하기 어렵다고.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생각보다 빠르게 시작됐고 '펜트업' 현상도 예상보다 조기에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각자 사정은 어떤가?
미국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위한 '조달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NXP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등이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올리면서 일종의 시장 조율에 나선 상황이라 수급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만 정부는 독일을 대상으로 TSMC가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할 경우 독일 바이오 회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달라는 '거래'를 제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태는 얼마나 갈까?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차량용 반도체 제작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만 나온다. 전문가 및 업계에서는 최소 3분기까지는 품귀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비효과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한편 제조사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또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글로벌 반도체 슈퍼 사이클 현상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가뜩이나 D램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벌어지며 반도체 제조사들이 차량용에 집중할 경우, 오히려 B2C 범용 반도체 물량이 줄어들어 역시 품귀 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만 지진 및 미국 텍사스 한파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장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된 품귀 현상이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퍼질 경우 수요와 공급이 무너지며 제조사 입장에서 슈퍼 사이클이 올 수 있다. 물론, 반도체를 이용해 만드는 제품의 가격은 역시 올라가겠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