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기술> 제임스 네스터 지음, 승영조 옮김, 북트리거 펴냄.

숨은 가장 기본적인 생명 활동이다. 인간은 하루 2만 5000회 숨쉬기를 되풀이한다. 숨을 잘 쉬면 살아 있는 것이고, 숨이 멈추면 죽은 것이다. 그런데도 숨쉬기, 즉 호흡 과정은 제대로 탐구된 적이 없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0년 동안 호흡의 모든 것을 조사하고 실험했다. 그 결과 숨쉬기 능력이야말로 건강과 수명의 척도이며, 호흡법을 조금만 조정해도 운동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제대로 호흡하면 부실한 심장과 쇠약한 호흡기, 상처뿐인 면역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가 제시하는 ‘완벽한 호흡’은 약 5.5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5.5초 동안 내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1분간 5.5회 호흡하며, 총 5.5리터의 공기를 호흡한다. 연습해볼 만하다.  구글에서 ‘breathing exercise’를 검색하면 연습에 도움이 될 숨쉬기 앱을 찾을 수 있다.

책에는 입이 아닌 코로 느리게, 더 적게 호흡하는 것의 건강상 이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호흡법, 코 호흡과 입 호흡의 차이점, 폐활량과 수명의 관계, 분당 최적 호흡수, 완전한 날숨 배출의 효과 등이 소개돼 있다.

◇건강한 ‘코 호흡’, 진화 과정서 악화됐다=

인간은 긴 진화 과정을 거치며 호흡 능력에 변화가 생겼다. 건강한 숨쉬기의 기본인 ‘코 호흡’이 갈수록 나빠졌다. 고대인은 앞턱이 큼직하고 입안이 큰 데다 기도도 넓어서 원활한 코 호흡이 가능했다.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두개골과 입안 구조에 변화가 생겨 코 호흡이 방해받게 되었다.

약 300년 전 자연산 먹거리의 급속한 산업화로 촉발된 변화도 인간의 호흡에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산업화 이후 먹거리가 부드럽고 걸쭉한 형태로 변하면서 씹는 행위가 현저히 줄어들어 얼굴이 좁아지고 턱은 작아졌다.

이로 인해 코 호흡은 더욱 악화되었고, 현대 인간은 지구상에 등장했던 호모(Homo) 가운데서 최악의 호흡자, 동물의 왕국에서도 최악의 호흡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현대인은 고대인은 앓지 않았을 코막힘, 만성 호흡기 질환, 비염, 축농증, 수면 무호흡증, 코골이 등을 겪고 있다. 이중 만성 코막힘은 오늘날 전체 인구의 40%에서 나타날 정도다.

◇입 호흡, 건강 해친다=

만성 입 호흡은 비정상이다. 입 호흡은 인체 외형까지 바꿔 놓는다. 코가 아닌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면 호흡 압력이 감소해 입 뒤쪽의 연조직이 느슨해지면서 내부로 휘어들게 된다. 호흡이 더 어렵게 된다.

저자는 실리콘으로 코를 틀어막고 열흘간 입으로만 호흡해보았다. 그 결과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수치가 급상승했다. 혈압도 치솟았다. 심박수 변동성은 곤두박질쳤다. 심박수 변동성의 저하는 환경 변화에 대한 체내 적응 능력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열흘간 막혀 있던 콧속에는 디프테리아균이 증가했다.

코로 들이마시면 그 반대가 된다. 목구멍 뒤쪽에 있는 모든 느슨한 조직들에 부딪치는 공기 압력에 기도의 폭이 넓어지고 숨쉬기가 쉬워진다. 얼마 후 이들 조직과 근육이 더 넓게 개방되도록 조정된다. 코 호흡은 다시 코 호흡을 부른다.

◇폐활량, 건강 장수의 열쇠=

폐활량은 수명과 큰 연관이 있다. 70년 추적 연구 프로그램인 ‘프레이밍햄 연구(Framingham Study)’에 따르면, 폐의 크기가 줄고 폐의 효율이 떨어질수록 더 빨리 병에 걸려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폐는 쇠퇴 일로를 걷는다. 갈비뼈가 점차 안쪽으로 붕괴하고, 폐를 둘러싼 근섬유가 약해지면서 30세에서 50세까지 폐의 용량이 약 12% 감소한다. 80세에 이르면 20대 때보다 공기를 30% 적게 들이쉬게 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나빠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더 세게 숨을 쉬게 되는 것은 이런 변화 때문이다. 고령층의 호흡 습관은 고혈압과 면역 장애, 불안장애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저자는 폐를 키우고 신축성을 유지하는 연습을 규칙적으로 하면 폐활량을 증가시키거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적당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폐의 크기를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다고 전한다.

◇들숨보다 날숨이 더 중요=

폐가 약화되더라도 날숨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면 횡격막의 운동 범위가 늘어나 폐를 확장할 수 있다. 1958년 미국 뉴저지 웨스트민스터 합창단 지휘자 칼 스토(Carl Stough)는 지역 보훈병원의 폐기종 환자 치료에 날숨 호흡법을 적용해 주목받았다.

폐가 손상된 폐기종 환자는 산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없어 짧은 숨을 몇 번으로 나누어 매우 빠르게 들이마셔야 한다. 그 바람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는데도 여전히 숨이 막히는 느낌을 갖는다.

당시 보훈병원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들숨을 보다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환자의 등 밑에 쿠션을 받쳐주고 있었다. 하지만 칼 스토는 폐기종이 날숨 병이라고 생각했다. 환자의 고통은 신선한 공기를 폐에 넣지 못해서가 아니라 묵은 공기를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고 여긴 것이다.

그는 환자들을 눕힌 뒤 경직된 흉부를 가만히 토닥거려 긴장을 풀어주고 흉부를 팽창시키는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들이 숨을 들이쉰 뒤 참고, 하나부터 다섯까지 최대한 오래 수를 세면서 숨을 내쉬도록 했다. 그런 다음에는 목을 마사지해주고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보라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환자들은 공기를 조금씩 더 배출하고, 새로운 공기를 조금 더 많이 흡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평상시 제대로 사용되지 않던 횡경막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합창단 훈련에 사용됐던 그의 날숨 호흡법은 폐기종을 치료해준 것은 아니지만, 환자의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폐의 기능을 한층 강화시켜 줬다.

◇ 느리게, 더 적게 그리고 코로 숨쉬라=

인체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지구의 초기 유산소 생명체에서 진화해 온 그 반응을 모방하는 것, 특히 강한 전자수용체인 산소를 지속적으로 우리 몸에 범람시키는 것이다. 느리게, 더 적게, 그리고 코로 숨을 쉬는 것이 그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몸 안의 호흡 기체 농도가 균형을 이룸으로써 최대한 많은 산소가 최대한 많은 조직에 전달되어 우리 세포의 전자 반응성이 최대화된다.

격하고 가쁜 호흡은 이산화탄소를 몰아낸다. 신진대사가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격하게 호흡을 하면 잠깐 만에 근육과 조직, 기관으로 흐르는 혈액 양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면 현기증이 나거나, 경련이 일어나거나, 두통이 생기고, 심지어 의식을 잃기도 한다. 이 조직들은 충분히 오랫동안 일관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손상을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