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카카오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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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010년 소셜커머스 기업들의 탄생을 기점으로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6배 이상 성장했다. 2010년 이전의 수 십 년 동안보다 빠른 성장이다.

2021년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지난 10년의 성장보다 더 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각 기업들은 ‘퀀텀 점프’ 도약을 위한 굵직한 변화들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오랫동안 업계를 관망하고 있던 새로운 빅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절대입지를 보유한 ‘카카오’도 거론되고 있다. 

200조원 시대 눈앞 韓 이커머스 성장 궤도  

지난 2006년 부산시청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각국 주요기업 CEO 간담회에 참석한 이베이(eBay)의 前 CEO 맥 휘트먼(Meg Whitman)은 “현재 6조원 수준인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0년 1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발언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로 인해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의 성장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이베이 CEO로서의 자신감이 반영된 매우 긍정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이커머스는 당시의 ‘한없이’ 긍정적이기만 했던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여준다. 2010년 연간 한국 전자상거래 규모는 25조155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연간 시장규모 100조원을 돌파(111조8939억원) 했으며 그로부터 2년 뒤인 2020년 161조1234억원을 기록함으로 이제는 연 단위 시장규모 2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기업 CEO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희망 가득한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무서운 성장은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서 지난 10년 이상 계속됐다. 그러던 한국 이커머스가 다시 한 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군웅할거(群雄割據)

“많은 세력들이 저마다 각자의 영역을 차지하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군웅할거(群雄割據)’는 현재 한국 이커머스 업계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다.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빅 플레이어들은 회사의 외형을 키워 이제 순환하는 자본의 범주를 국내외의 투자시장으로도 확장시키고 있다. 또는 글로벌 이커머스의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과의 연대를 통해 더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쿠팡은 뉴욕증시(NYSE) 직접 상장 추진으로 이제 전 세계에서 사장 규모가 큰 투자시장인 뉴욕 월 스트리트가 주목하는 기업이 됐다. 과거 5조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받았던 쿠팡을 월 스트리트는 449억달러(약 55조원)의 회사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쿠팡은 미국 본사인 쿠팡LLC가 어렵게 ‘끌어오는’ 글로벌 투자기업의 자본이 아닌 전 세계의 수많은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성장의 재원을 공급받는 기업이 된다.   

출처= 쿠팡
출처= 쿠팡

현재 공정위와 ‘시장 독과점’의 문제로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네이버는 이커머스 영역에서 자신들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표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연간 계획에는 이커머스 영역의 성장을 위한 계획이 있고 이는 천천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네이버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성숙 대표이사는 “네이버 라이브커머스는 8월 대비 참여자 120%, 거래규모 150% 성장, 1시간 매출 10억 매출 판매자 다수 등장 등 성과를 올렸다”라면서 “콘텐츠 창작자들과 네이버의 커머스 플레이어들의 협력을 지원하는 여러 방안들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SK의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 주식회사는 국내 업계 최초로 아마존과의 사업적 연대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11월 11번가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11번가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라면서 “이를 통해 아마존은 11번가의 IPO 등 한국의 사업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11번가와 아마존은 영사의 협력으로 마련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SK텔레콤은 이 준비가 완료 되는 대로 상세한 서비스의 내용을 밝힐 계획이다. 동시에 11번가 역시 기업공개를 통한 증시 상장을 위한 ‘퍼포먼스’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의 일환으로 지난 22일 11번가는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 스타트업 ㈜바로고에 대한 투자로 제3자 배정 상환전환우선주(RCPS) 신주 약 250억원 규모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티몬은 국내 증시 상장을 장기 목표로 내세우며 그를 위한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티몬은 PSA컨소시엄이 국내 기관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조달한 2550억원의 투자금과 더불어 최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50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베이코리아는 미국 이베이 본사의 한국 마켓플레이스 매각 의사 공식화에 따라 다양한 경로로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이베이 본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 다수의 대기업과 글로벌 사모펀드들을 대상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20년 야심차게 이커머스 업계에 뛰어든 롯데와 신세계는 아직까지 의미가 있는 성과나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분위기, 카카오? 

각 이커머스 기업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또 하나의 ‘빅 플레이어’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새롭게 참여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모바일 플랫폼 영역에서 절대적 입지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다. 

우선, 카카오는 이베이코리아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박주만 이베이 아시아태평양 부문 대표와 카카오 여민수 대표가 비밀리에 만나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눴다는 양자간 회동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에 뉴스, 모바일 앱 기반 이커머스(카카오 커머스), 콘텐츠(카카오IX), 모빌리티·물류(카카오 모빌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연결해 운영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모바일 중심인 카카오의 사업 영역이 웹을 기반으로 한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혹은 다른 이커머스 기업의 플랫폼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네이버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출처= 카카오커머스
출처= 카카오커머스

카카오를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후보로 거론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전략적 적합성’이다. 현실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은 있지만, 성장성이 정체된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흡수해 전략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체는 현실적으로 몇 곳이 안 되며 그 중 하나가 카카오라는 의견이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현실적으로 보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의 사업군은 크게 대형 유통 기업이거나 플랫폼 기업 등 2가지로 볼 수 있는데, 국내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으나 자체적 이커머스 운영도 버거워 하고 있는 롯데나 신세계의 현재를 보면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면서 “그렇다면 플랫폼 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가뜩이나 이커머스 업계 독과점 문제로 공정위와 대치 중인 네이버를 제외하면, 전략적 관점에서 카카오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앞선 사례들보다는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퀀텀 점프 성장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경쟁구도가 흔들리는 격변이 예상된다. 이러한 와중에 시장에 나온 이베이코리아는 업계의 새로운 판을이 만들어지는 트리거로 여겨지고 있다. ‘현금을 가진’ 플랫폼 기업 카카오는 웹 기반 이커머스와 예상되는 시너지가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