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PC게임이 유통되는 스팀 플랫폼을 중심으로 인디 게임의 성공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대작’이 관심을 독점하는 모바일게임 시장과 달리 PC 게임 시장에선 독창성이 엿보이는 소규모 인디 게임 히트작이 배출되고 있다는 평이다.

2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 스팀에 얼리엑세스로 출시된 인디 게임 ‘발하임’이 3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한편 최대 동시 접속자 수 50만명을 돌파해 화제다. 출시 약 3주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발하임. 출처=갈무리
발하임 이미지. 출처=스팀

발하임의 스팀 판매가는 한화 2만5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이미 615억원의 매출을 거둔 셈이다. 특히 발하임을 만든 아이언게이트 스튜디오는 5인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인디 개발사라는 점에서 더욱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인디 개발사 게임인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역시 스팀 톱 셀러(인기제품)에 이름이 올라있다. 지난달 21일 정식 출시된 스컬은 전남대학교 게임동아리 출신들이 사우스포게임즈를 창업해 만든 게임이다. 스컬은 출시 약 한달만에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스컬. 출처=네오위즈
스컬. 출처=네오위즈

지난해 유행처럼 번지며 차트 ‘역주행’에 성공한 ‘어몽어스’ 역시 5인 미만의 소규모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이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어몽어스는 국내에도 ‘인싸 게임’으로 통하며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많은 게임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외에도 스팀 톱 셀러 명단에는 다수의 신작 인디 게임이 확인된다. 스팀은 인디 게임의 주 무대로 자리잡았다. 비결은 무엇일까.

스팀은 모바일 앱 마켓과 비교해 마케팅비 투입의 부담이 덜하고 소규모 개발사에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평이 나온다. 이러한 특성 덕에 개발사들이 퍼블리셔 없이 직접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 스팀 플랫폼 이용자들의 게임 취향도 인디 게임 흥행의 이유로 꼽힌다. 스팀에는 재미있는 인디 게임을 발굴하는 것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모바일 시장보다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스팀에는 인디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인디 게임 매니아들은 이러한 게임을 즐기고 적극적으로 리뷰를 작성하고 있다. 특히 패키지로 판매되는 게임의 경우 독창성이 돋보이는 경우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통상 소규모 개발자들이 앱 마켓에 게임을 출시하려면 마케팅에 대한 부담도 있고 퍼블리셔 찾기도 쉽지 않은 등 제한 사항이 있지만 스팀에선 비교적 이러한 제한이 낮다”면서 “스팀에서도 좋은 인디 게임 발굴을 위해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도 '인디 게임' 관심


국내 대형 게임사에서도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네오위즈가 대표적이다. 네오위즈는 지난달 ‘스컬’과 ‘메탈유닛’을 스팀에 정식 출시한데 이어 올해 ‘사막여각’ ‘블레이드 어썰트’ ‘댄디 에이스’ 등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 인디 개발사의 소규모 게임이다. 이중 스컬이 흥행에 성공하며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네오위즈가 지난해 매출액 2800억원을 웃도는 실적을 낸 대형 게임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인디 게임 퍼블리싱 전략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실제로 대표 흥행작인 스컬의 매출액은 공개된 판매량과 판매가격을 감안해 계산해도 10억원 내외 수준일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다만 네오위즈는 인디 게임의 사업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개발사와 퍼블리셔가)윈윈할 수 있는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도 인디 게임 전문 퍼블리셔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인 넵튠은 자회사 님블뉴런이 스팀에 출시한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을 통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14일 얼리억세스로 출시된 영원회귀는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장르에 배틀로얄 요소를 접목한 게임성이 호응을 얻었다. 현재까지도 영원회귀는 국내 PC방 점유율 15~20위 수준에서 인기 게임들과 경쟁하고 있다. 님블뉴런은 직원수가 20여명 수준인 소규모 개발사다.

영원회귀 이미지. 출처=님블뉴런
영원회귀 이미지. 출처=님블뉴런

넵튠은 지난해 12월 카카오게임즈로부터 193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물론 카카오게임즈는 투자를 발표하며 넵튠의 이스포츠, MCN 분야 등 사업에 대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업계는 영원회귀의 흥행도 투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이 높은 스마일게이트도 자사 플랫폼 스토브에서 인디 게임을 활발하게 유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디안 퀘스트’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 등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