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이 여전히 치열하다. 단순히 상대방의 기술적 완성도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략까지 아우르는 전선의 충돌이 눈길을 끈다.

삼성(星)전자와 금성(星)전자 후신인 LG전자의 TV 전쟁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벌어지는 별들의 전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LED TV. 출처=삼성전자
마이크로LED TV. 출처=삼성전자

삼성의 하드웨어
삼성전자는 TV 하드웨어에서 이제 막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마이크로LED TV를 초프리미엄에 위치시키고 QD OLED, 미니 LED TV를 프리미엄에 배치했다.

마이크로LED TV는 110형 및 99형으로 최근 출시되며 가정용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한 수준이다. 아직 완전한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QD OLED를 삼성전자의 진정한 초 프리미엄 TV로 볼 수 있으나 아직 개발 상황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올해 초 CES 2021에서 공개한 미니 LED TV인 네오 QLED TV에 동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 TV에 퀀텀 미니(Quantum Mini) LED를 적용했으며 백라이트로 쓰이던 LED 소자 대비 40분의 1 크기를 구현해 더 많은 소자를 배치하는 한편 마이크로 레이어(Micro Layer)를 LED 소자에 입혀 소자의 크기는 줄이면서도 더 정교하게 빛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LCD 기반이기 때문에 LCD TV 시장을 대체하는 가장 강력한 선봉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TV 정복전 주력은 QLED TV다. 현재의 삼성전자 글로벌 TV 전략의 핵심에서 QLED TV가 막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4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31.8%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연간으로는 역대 최고 점유율인 31.9%를 달성했다. QLED TV 전략이 주효했다.

QLED TV는 2017년에 80만대를 판매한 이후, 2018년 260만대, 2019년 532만대로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늘려왔으며, 2020년에는 779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QLED TV 판매 확대에 따라 2020년 삼성전자 전체 TV 매출액 중 QLED가 차지하는 비중도 35.5%까지 늘어났다. 마진이 가장 높은 2500달러 이상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금액 기준으로 2020년 4분기 45.4%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유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한종희 사장은 "15년 연속 1위의 성과는 소비자들이 삼성TV를 신뢰하고 사랑해주신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친환경 제품을 늘려 나가는 등 '스크린 포 올(Screen for All)'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TV 전략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다양한 존재감으로 TV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 QLED TV. 출처=삼성
삼성 QLED TV. 출처=삼성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6년 보르도 TV 출시를 계기로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14.6%)로 올라선 이래 2009년 LED TV 출시, 2011년 스마트 TV 출시 등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 왔다. 2006년 'TV는 네모 모양이어야 한다' 라는 기존 관념을 깬 '보르도 TV'를 출시했으며 당시 보르도 TV는 출시 6개월만에 1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우며 삼성TV가 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데 큰 기여를 했다.

2009년에는 '새로운 종(種)의 출현', '빛의 혁명'으로 불린 'LED TV'를 최초로 출시했고 2011년 스마트TV, 2017년 QLED TV까지 연이어 히트시켰다. 더 셰리프와 더 프레임과 같은 과감한 창의력도 보여줬으며 지금도 마이크로LED TV 등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2019년 처음으로 30%가 넘는 시장 점유율(30.9%)을 기록했으며 초대형 TV 시장까지 호령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4분기 75형 이상과 80형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도 각각 47.0%와 50.8%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CTO 전무가 OLED 강점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LG
윤수영 LG디스플레이 CTO 전무가 OLED 강점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LG

LG전자의 하드웨어
LG전자는 초 프리미엄 TV로 OLED TV를 위치시키는 한편 파생 라인업으로 OLED R TV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 아래에 미니 LED TV를, 더 아래에 LCD 기반 나노셀 TV를 라인업의 끝으로 삼은 상태다.

LG전자는 초 프리미엄 TV인 OLED TV의 자발광 강점을 강조하는 한편, 미니 LED TV인 QLED TV를 두고 삼성전자와 달리 초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OLED TV의 강점을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로 삼아 삼성전자 네오 QLED TV와 직접 비교되게 만들었다.

지난 CES 2021에서 윤수영 LG디스플레이 CTO가 "미니 LED라고 하지만 미니 LED를 새로운 기술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LCD에서 백라이트를 조금 더 개선한 기술이기 때문에 LCD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LG전자가 엄연히 미니 LED TV인 QLED TV를 출시함에도 미니 LED TV 기술을 다소 낮게 본 것은, 삼성전자가 초 프리미엄 TV로 낙점한 미니 LED TV를 의도적으로 낮게 배치시킴과 동시에 '진정한 초 프리미엄 TV는 OLED'라는 메시지를 내기 위함이다.

55형에서 88형에 이르는 강력한 미니 LED TV 출시에 나서는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가 미니 LED TV에서 초기 공언했던 10종이 아닌 75, 86형만 출시한 배경이다. LG전자는 미니 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처럼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대신 OLED TV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성과는 나오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LG OLED TV의 연간 출하량은 2020년 204만 7000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0만 대를 넘어섰다. 2019년 출하량과 비교하면 23.8% 성장했다. 2020년 4분기에만 86만 4000여 대를 출하하며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LG OLED TV의 평균판매단가(ASP: Average Selling Price)가 2000달러에 가까웠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장세는 더욱 의미가 크다. LG 올레드 TV의 ASP는 1971.9달러(한화 약 218만 8000원)로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LCD TV의 ASP인 428달러의 4.6배에 달한다.

LG전자를 포함한 전체 OLED TV 출하량도 LG OLED TV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365만 2천여 대를 기록했다. 전체 OLED TV의 4분기 출하량은 152만 대를 넘어서며 OLED TV 분기 100만대 시대가 본격화됐다. 지난 4분기 OLED TV가 글로벌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량 기준 2.2%였으며, 금액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9%를 넘어섰다. OLED TV의 비중은 수량, 금액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LG OLED TV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은 자발광 OLED TV의 압도적 성능이 프리미엄 화질을 원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데에 기인한다. LG OLED TV는 백라이트 없이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화질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한다. 압도적 명암비와 블랙 표현, 뛰어난 시야각 등으로 명실상부 현존 최고 TV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013년 LG전자가 유일했던 OLED TV 제조사는 총 19개로 늘어났다. 향후 최상위 프리미엄 TV 라인업으로 OLED TV를 유력 검토중인 제조사를 포함하면 올해 OLED 진영은 스무 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GKSVUS 옴디아는 올해 OLED TV 시장이 60% 이상 늘며 총 560만 대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LG전자는 올해 OLED TV 시장이 지난해 대비 최대 2배까지 성장하는 OLED 대세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