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3일 세계 최초로 실물을 공개한 차세대 전기차 첫 모델 아이오닉 5.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23일 세계 최초로 실물을 공개한 차세대 전기차 첫 모델 아이오닉 5. 출처= 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모델인 ‘아이오닉 5(IONIQ 5)를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인 5000만원 이내에 판매한다. 변화한 보조금 정책에 따라 아이오닉 5 구매 고객이 보조금을 최대한 많이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반면 아이오닉 5의 최장 주행거리가 기존 발표된 수치에 훨씬 못 미치는 400㎞ 초반대에 불과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는 23일(한국 시간) 현대 월드와이드 유튜브 계정을 통해 아이오닉 5의 주요 디자인과 상품성 등에 대해 소개했다.

차명은 전력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입자 이온(Ion)과 현대차의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nique)를 조합해 만든 브랜드명 ‘아이오닉’에 차급을 나타내는 숫자 ‘5’를 붙여 만들어졌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에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최초로 적용했다. 또 고객들이 각자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차량의 인테리어 부품과 하드웨어 기기, 상품 콘텐츠 등을 구성할 수 있는 경험 전략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차량에 대한 선택지로 도입했다.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은 파라메트릭 픽셀(Parametric Pixel)을 주제로 개발됐다. 파라메트릭 픽셀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현대차는 파라메트릭 픽셀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해 세대를 관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이오닉 5가 현대차의 최초 출시 차량인 포니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어 설계된 점을 고려한 설정이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의 내연기관차 모델 가운데 준중형 SUV인 투싼과 비슷한 외관 크기를 갖췄지만 대형 SUV 팰리세이드보다 긴 축거를 갖췄다. 차량의 겉모습에 비해 넓은 실내공간을 구현한 전기차 특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적은 부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실내 공간을 비교적 확장하기 용이하다.

아이오닉 5의 실내 공간 전경. 뒤로 완전히 젖힐 수 있는 1열 시트와 3미터에 달하는 축거 등을 갖췄다. 출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실내 공간 전경. 뒤로 완전히 젖힐 수 있는 1열 시트와 3미터에 달하는 축거 등을 갖췄다. 출처= 현대자동차

축거 3미터, 팰리세이드보다 실내 더 넓어

아이오닉 5의 제원별 수치는 전장 4635㎜, 전폭 1890㎜, 전고 1605㎜, 축거 3000㎜ 등에 달한다. 아이오닉 5의 전장이 투싼(4630㎜)보다 5㎜ 긴데 비해 축거는 팰리세이드(2900㎜)보다 100㎜나 더 길다. 아이오닉 5는 이에 따라 앞·뒷바퀴 휠의 중앙부와 차량 전면부·후면부 말단 사이 간격(오버행)이 매우 짧다. 축거가 길수록 소비자들이 원하는, 넓은 차량 실내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축거를 차량 설계 과정에서 중시하고 있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담당(전무)은 이날 오후 온라인 경로로 진행한 아이오닉5 미디어 컨퍼런스에 출연해 “아이오닉 5에 짧은 오버행을 적용함으로써 3미터에 달하는 축거를 구현했다”며 “긴 축거는 우리에게 전에 없던 자유가 주어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넓은 아이오닉 5 실내공간에 다양한 신규 요소를 도입했다. 주 요소로 유니버셜 아일랜드, 비전루프,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SBW), 친환경 소재 등이 꼽힌다.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1열의 두 시트 중앙에 설치된 센터 콘솔을 의미한다. 전기차 특성상 기어 콘솔이 배제된 1열 중앙부의 센터 콘솔은 수납공간을 유지한 채 앞뒤로 14㎝ 이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니버셜 아일랜드를 뒤로 최대한 이동했을 때 시트 중앙부에 생기는 공간에 각종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 또 운전자가 좁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동승석으로 이동해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비전루프는 중간 부분을 지지하는 바(bar) 없이 통유리를 장착하고 전동 롤 블라인드 기능을 적용한 차량 천장을 의미한다. 선택 사양인 태양광 충전 기능을 비전루프에 탑재할 경우 아이오닉 5의 주행가능 거리를 연간 최대 1500㎞까지 보탤 수 있다. 2열 시트도 전방 13.5㎝까지 이동시켜 폴딩 시 짐을 싣거나 차박할 수 있는 공간을 더욱 확장할 수 있다.

컬럼 타입 SBW는 핸들 우측 후면부에 장착된 스틱 형태의 기어 변속 조작부다. 테슬라 모델 Y나 벤츠의 기존 내연기관차 모델에 장착된 것과 유사하다. 다이얼처럼 상하 방향으로 돌아가는 스틱 끝부분을 조작해 전진(D), 중립(N), 후진(R) 등 주행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상엽 전무는 “스틱형 SBW는 아이오닉 5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이 고민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스틱을 하단부에 장착한 이유는 핸들의 중간 틈으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5의 크래시패드 전경. 출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크래시패드 전경. 출처= 현대자동차

자연 소재 페인트·원단 사용, 친환경성 강화

현대차는 아이오닉 5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여러 부위에 활용했다. 유채꽃,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의 페인트를 도어 트림,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 등에 사용했다. 또 시트에는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원사로 제작된 원단이 채택됐다. 이밖에 재활용 투명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직물과 종이로 만들어진 페이퍼렛 소재가 각종 실내 부위에 쓰였다.

이외 아이오닉 5에는 카메라형 사이드미러가 현대차 최초로 적용됐고 편평한 플랫 플로어(flat floor)가 1~2열 바닥 전반에 걸쳐 적용됐다. 또 1열 시트의 등받이가 2열 시트에 닿을 정도로 눕는 릴렉션 컴포트 시트 기능이 탑재됐다.

아이오닉 5의 트림별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롱레인지(이륜~사륜 기준)의 경우 최고출력 160~225㎾, 최대토크 350~605Nm 등에 달한다. 스탠다드 트림은 각각 125~173㎾, 350~605Nm으로 인증됐다.

아이오닉 5의 라인업은 롱레인지, 스탠다드 등 배터리 용량별 모델 2종으로 구성됐다. 롱레인지와 스탠다드의 배터리 용량은 각각 72.6㎾h, 58.0㎾에 달한다. 이에 따른 최장 주행거리는 롱레인지 모델의 이륜(후륜) 모델 기준 410~430㎞다. 현대차가 국내 인증 방식으로 측정해 도출한 수치다.

이는 현대차가 당초 아이오닉 브랜드 차량의 주행거리로 앞세운 50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차의 기존 파생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급 모델이 64㎾h 배터리를 탑재해 406㎞까지 달릴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다소 애매한 내용으로 설명했다. 이날 아이오닉 5 미디어 컨퍼런스에 동석한 김흥수 현대차 상품본부장 전무는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의 최장 거리는 500㎞가 맞다”면서도 “현대차는 앞으로 나올 E-GMP 기반 차량을 개발하는데 있어 고객 니즈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모델마다 서로 다른 주행거리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사장)은 “(E-GMP 주행거리에 관해 시장과) 명확히 소통해나가겠다”고만 말했다.

아이오닉의 구동력은 후륜에 기본 탑재되는 모터를 바탕으로 최고출력 160kW, 최대토크 350Nm 등 수준까지 낼 수 있다. 내연기관차의 단위로 단순 환산할 경우 218마력, 35.7㎏f·m 등에 달한다. 아이오닉 5의 트림에 따라 전륜 모터를 추가해 사륜구동(4WD)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4WD 모델의 구동력은 225㎾, 605Nm에 달한다. 환산할 경우 무려 306마력, 61.7㎏f·m 등 수준으로 환산된다. 롱레인지 사륜 구동 모델의 경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이 5.2초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디스커넥터 구동 시스템(DAS, Disconnector Actuator System)을 탑재해 2WD와 4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동력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E-GMP 적용으로 가장 무거운 배터리가 차량 중앙 하단에 위치하면서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중앙에 놓이게 되는 것은 물론, R-MDPS(랙 구동형 파워스티어링)에 후륜 5링크 서스펜션까지 적용됨에 따라 핸들링, 승차감, 주행 안정성 등을 강화했다.

출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측면부. 출처= 현대자동차

히트펌프 적용, 주행거리 연장

현대차는 이밖에 차량 운행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사양들을 아이오닉 5에 탑재됐다. 히트펌프 시스템을 탑재함으로써 겨울철 기온에 많은 영향을 받는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감소를 최소화했다. 히트펌프는 구동 모터 등 차량 내 전장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실내 난방에 활용함으로써 배터리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아이오닉 5는 또 전방의 교통 흐름과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활용해 회생 제동량을 자동 조절하는 기능인 스마트 회생 시스템 2.0을 갖췄다. 아이오닉 5는 스마트 회생 시스템 2.0을 바탕으로, 교통체증이 예상되거나 앞 차에 가까이 달릴 때 자동으로 회생제동량을 높이고 교통이 원활할 때는 회생제동량을 낮춰 효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외부충격 방어력 강화, 배터리 철벽 보호

현대차는 또 차량 전방부에 충돌 하중 분산구조를 적용해 승객실 변형을 최소화함으로써 탑승자 보호를 위한 충돌 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차량 하단 배터리 보호구간에 알루미늄 보강재를 적용하고 배터리 전방과 주변부에 핫스탬핑 부재를 보강해 충돌 안전성을 높였다. 또 냉각수가 배터리에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냉각 블록 분리구조를 적용해 충돌 등 사고로 냉각수가 유출됐을 때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오닉 5에는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은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충전기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오닉 5 고객은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800V 충전 시스템의 초고속 충전 인프라는 물론 일반 400V 충전기도 사용할 수 있다.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은 아이오닉 5의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으로 외부 전기제품을 작동시키는데 쓰인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높은 소비전력인 3.6㎾까지 공급할 수 있다.

현대차는 또 전기차 충전 케이블을 연결했을 때 자동으로 고객 인증과 결제가 진행됨으로써 충전을 바로 시작하는 플러그앤차지(PnC) 기능을 적용함으로써 충전 편의성을 높였다.

아이오닉 5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고속도로 주행보조 2(HDA 2)가 현대차 차량 최초로 적용됐다. HDA 2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때 방향지시등 스위치를 조작함으로써 차량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거나, 저속으로 주행 중인 정체 상황에도 근거리로 끼어드는 차량에 대응해 속력을 조절하는 등 기능을 구현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아이오닉 5에는 전방충돌방지 보조(FC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안전 하차 보조(SEA) 등 각종 주행·주차보조사양이 적용됐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의 국내 사전 계약을 25일(목)부터 시작한다. 아이오닉 5의 사전 계약은 롱레인지 모델 2개 트림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가격은 익스클루시브가 5000만원대 초반, 프레스티지 5000만원대 중반 등 범위에 속한다. 전기차 세제 혜택을 적용하지 않고, 개별소비세율 3.5%를 기준으로 산출한 가격이다. 스탠다드 모델의 계약 일정과 함께 전체 모델 확정 가격, 세제 혜택 후 가격 등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