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대구 달서구 소재 공용 충전소에 위치한 코나 일렉트릭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출처= 대구달서소방서
지난달 23일 대구 달서구 소재 공용 충전소에 위치한 코나 일렉트릭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출처= 대구달서소방서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소형 전기 SUV인 코나 일렉트릭에 대한 시정조치(리콜) 계획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그간 발생한 차량 화재 사고로 우려하는 고객들이 리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은 멀어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9일 코나 일렉트릭 리콜 계획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추후 제출 일정도 발표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이번 리콜 계획서에 어떤 조치 내용을 담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일정기간 울산공장에서 출고된 코나 일렉트릭의 배터리를 교체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리콜에 드는 비용은 1조원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리콜 비용을 분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비용을 분담하는 이유는 코나 일렉트릭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까지 화재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코나 일렉트릭이 출시되기 전 2018년 5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국내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15건 모두 배터리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양사는 지난해 하반기 코나 일렉트릭 화재 논란이 불거진 이후 화재 원인이 배터리에 있는지 여부로 대립하기도 했다.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논란 이후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현대차가 이번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리콜 결과를 이날 발표하지 않았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도 화재 원인에 대해선 별도 설명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리콜 계획서 제출을 연기한 이유에 관해 두 가지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화재 원인에 대한 분석 결과를 재검토하기로 결정했거나,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양사가 화재 원인과 무관하게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등 도의적 책임을 이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그간 시장 요구 등 압박에 떠밀려 급하게 조사를 진행해오다 당초 계획보다 조사 기간을 더욱 늘렸을 수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코나 일렉트릭 화재 논란 이후 사고원인 분석조사에 착수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말까지 조사를 매듭짓고 화재원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데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 연구원은 지난해말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고 조사를 최근까지 이어왔다. 이후 결과를 발표하려다 발표 일정을 번복함에 따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리콜 결정도 불가피하게 밀렸을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비용을 각각 얼마나 부담할지에 대한 입장이 리콜 계획서 제출 직전 벌어졌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7일 진행한 2020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나 일렉트릭 화재에 관련한 충당금을 일정 규모 설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리콜 조치에 드는 비용까지 반영한 LG에너지솔루션의 충당금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를 고려할 때 LG에너지솔루션이 1조원 규모의 코나 일렉트릭 리콜 비용을 현대차에 비해 적게 들일 것으로 분석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자들 앞에서 공공연히 코나 일렉트릭 리콜에 대한 책임이 현대차에 비해 적음을 선언한 셈이다. 이 경우 현대차와 대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코나 일렉트릭 화재 원인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밝혀줄 연구원의 공식 발표가 이번 논란을 해결할, 유일한 계기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