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의 서비스 혁신 아이디어톤 ‘스털업’ 진행 모습.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의 서비스 혁신 아이디어톤 ‘스털업’ 진행 모습.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eBay)는 사업 효율화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마켓플레이스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베이의 한국 법인 이베이코리아를 어떤 주체가 인수할 수 있는가를 두고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베이코리아가 마치 경영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내 오픈마켓의 성장을 이끈, 국내 유일 ‘흑자’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의 국내외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업계 유일 흑자기업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 그리고 큐레이션 쇼핑몰 G9를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들 중 유일하게 ‘장기간’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이다. 잠정 추산된 실적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3000억원, 영업이익 850억원 그리고 연간 거래액은 20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를 포함해 16년 연속 영업이익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베이코리아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의 가장 큰 약점인 ‘수익성’ 측면에서 이베이코리아는 늘, 철저하게 논외다.

출처= 이베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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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은 쿠팡+쿠팡플필먼트, 위메프는 분사한 위메프오 합산 기준 거래액은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결제금액 및 업계 추산치 ​​​​​​​​​​​​출처= 이베이코리아
쿠팡은 쿠팡+쿠팡플필먼트, 위메프는 분사한 위메프오 합산 기준.
거래액은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결제금액 및 업계 추산치. ​​​​​

아울러 이베이코리아는 기업 효율성 측면에서 흥미로운 지표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직원 1명 대비 거래액이다. 이베이코리아 측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11월 기준, 최신) 총 임직원 수는 877명이었으며 연간 총 거래액은 20조원을 기록했다. 이를 계산하면 이베이코리아 임직원 1명이 발생시킨 이커머스 거래액은 약 220억원으로 산출된다.

경쟁사인 11번가가 직원 수 1085명에 거래액 10조원으로 1인당 거래액 92억원, 위메프가 직원 수 1673명에 1인당 거래액 7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경쟁사들보다 앞선다. 아울러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9년 창사 이래 최초로 수수료 기준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러한 효율성을 바탕으로 이베이코리아는 더 많은 인력들을 채용하고 있다. 새롭게 취임한 전항일 신임 사장이 강조하는 ‘인재 중심 경영’ 방침에 따라 이베이코리아는 상반기 대규모 공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공개채용을 통해 PXC, Tech, 영업, 전략, 마케팅 등 총 27개 모집분야에서 경력직 사원들을 채용한다.  

국내외에서의 ‘존재감’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을 고려하는 것은 새로운 CEO가 추구하는 새로운 경영방침에 따른 것으로, 한국 사업의 상황과는 큰 관계가 없다. 이베이코리아는 사업적으로 본사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장이다. 전 세계 플랫폼에서 이용자 총 1억8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이베이 전체 연간 매출의 약 11%는 한국 법인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베이코리아의 입지는 굳건하다. 

국내에서는 이커머스 업계의 치열해진 경쟁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영향력은 예전과 비교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20여년을 이어 온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게 올린 여러 성과들이 반영됐다.  

이베이코리아는 1998년과 2000년에 각각 서비스를 시작한 옥션과 G마켓을 2001년과 2009년에 인수했다. 규모 면에서 온라인 유통업계 1위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상품 수수료 매출뿐 아니라 검색광고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냈다. 옥션은 2002년부터, G마켓은 2005년부터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했으며 2011년에는 ‘이베이코리아’ 법인이 공식 출범했고 이후2013년에는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G9’를 추가로 열기도 했다.

또 이베이코리아는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확립되지 않았던 시절, 매매보호 시스템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방법을 구현했다. 이는 2019년 기준 134조원 규모에 달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발전에도 기여했다. 또한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해 거래의 안전성을 높였고, 현재는 상표권자 권리보호를 위해 VeRO Program(Verified Rights Owner Program)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이베이코리아가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스마일배송 물류센터. 출처= 이베이코리아
스마일배송 물류센터.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는 광범위한 파트너십 전략으로 수많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1년 롯데닷컴과 제휴로 국내 오픈마켓 최초 롯데백화점 전용관을 열면서 유통, 브랜드사들의 인터넷 쇼핑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 2017년에는 국내 이커머스 최초로 로열티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을 선보였다. 2018년에는 현대카드와 사업자표시 신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인 스마일카드를 오픈마켓 최초로 선보이면서 PLCC 붐을 만들어냈다. 

이베이코리아의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은 배송 대행/위탁과 이커머스 주문 처리를 연동한 ‘오픈마켓형 풀필먼트 플랫폼’이다. 판매자의 제품 보관-주문처리-포장-배송-고객 문의 응대까지 종합 대행해준다. 물류는 CJ대한통운에서 전량 위탁하는 제3자 물류(3PL)로 국내에서 아마존의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과 가장 유사한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전항일 신임 대표.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 전항일 신임 대표. 출처= 이베이코리아

'한번 더' 믿고 간다?   

이베이 본사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 법인 매각은 현재 공론화가 돼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주체들의 인수 경쟁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확실하게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이러한 가운데 이베이 본사는 일본 법인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한 전항일 사장을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으로 새로운 기대감을 보여줬다. 전 사장은 2003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한 후 2016년 이베이코리아 영업본부장을 거쳐 2018년 이베이 재팬 대표로 취임했다. 그가 경영을 맡은 직후 이베이 재팬의 실적은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한다. 

이베이 본사는 여전히 한국 법인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현업에서 실력을 증명한 새로운 대표이사의 임명, 대규모 신규 채용 등의 행보들을 이를 반증한다. 본사가 기대하는 조건의 인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베이 본사는 한국 법인의 추가 성장에 더 많은 기대를 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