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고 18일 공시했다. 칼라일 투자유치는 2017년 TPG 투자 이후 3년 반 만에 진행되었으며 기업가치는 3조42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력은 물론 규모면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해 모든 이동의 불편을 해소하고 더 여유있고 가치있는 일상을 만들어주는 ‘스마트 모빌리티’를 더욱 빠르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으며 김종윤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 한국 대표(Managing Director)는 "칼라일이 보유한 테크놀러지 및 IT 분야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을 촉진하고, 혁신을 견인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며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또 한 번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 행보를 두고 다양한 전망도 나와 눈길을 끈다.

출처=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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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체제 치열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를 시작으로 자전거, 셔틀, 시외버스, 기차 등 중단거리에서 광역교통에 이르는 이동까지 촘촘히 연결하며 주력인 카카오 T를 2800만 명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형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내비, 주차, 대리운전 등을 이용하는 약 2000만명의 자차 소유 이용자를 확보하고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중이다.

카카오 T 벤티, 카카오 T 블루 등 택시 서비스의 다양화를 이끄는 한편 다양한 B2B 전략을 가동하면서 매출 역시 2019년 대비 3배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는 영업이익 흑자까지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벌어질 전망이다.

우버와 만난 SK텔레콤의 티맵모빌리티와 쏘카와의 3강체제가 굳건해지며 치열한 신경전도 벌어질 전망이다.

물론 1등 택시 호출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가 1등 내비를 가진 티맵모빌리티와 비교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압도하는 한편 아직 VCNC 타다 베이직의 아픔이 남아있는 쏘카도 카카오모빌리티의 맞수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티맵모빌리티, 그리고 상장을 준비하며 막대한 투자금을 모으는 쏘카도 분명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출처=쏘카
출처=쏘카

카카오모빌리티의 꿈
카카오모빌리티 행보의 행간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큰 전략은 당연히 MaaS 인프라 구축이다. 택시와 내비, 주차, 대리운전에 대중교통 전반을 묶는 거대한 플랫폼을 단일 플랫폼으로 체화해 품어가는 전략을 말한다.

한국철도 코레일과 함께 기차표 예매와 발권이 가능한 ‘카카오 T 기차' 를 발표한 것도 MaaS 인프라 전략의 연장선이다. 어디론가 이동할 때 카카오 내부 생태계에서 필요하다면 마이크로 모빌리티 플랫폼과 택시를, 혹은 택시와 기차를, 혹은 도보와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사용하는 그림이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목표다.

출처=카카오
출처=카카오

MaaS 인프라 전략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도 지향하는 목표며, 사실상 모든 모빌리티 플랫폼의 이상향에 가깝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아 그 주변부에 콘텐츠와 데이터, 다양한 파생 비즈니스를 묶는 전략은 스마트 시티 전략과도 교집합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MaaS 인프라 전략은 모빌리티 기업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하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지극히 '모범생'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과감하게 도심항공까지 노리는 티맵모빌리티와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존하고 상용화된 이동 플랫폼 중심으로 순수 MaaS 인프라 전략을 가동하는 쪽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의 강자이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카카오모빌리티는 잃을 것이 많다. 카카오톡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를 확장하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존재감을 키워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태에서 일단은 정석적인 MaaS 인프라 전략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칼라일로부터 받은 투자금도 현 상황에서는 지극히 모범생스러운 MaaS 인프라 전략에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김종윤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 한국 대표가 투자 배경을 밝히며 카카오모빌리티의 MaaS 인프라 전략을 특별히 언급한 장면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UAM. 출처=갈무리
UAM. 출처=갈무리

혹시...보여줄까?
내비 1등을 무기로 커머스와 모빌리티의 만남을 추구하는 한편 도심항공이라는 도발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티맵모빌리티와 어려움 속에서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구독경제, 중고차 거래, 대리운전 등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쏘카와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우직하고 전형적이다.

모든 모빌리티의 꿈인 현실적인 MaaS 인프라 전략을 고수한다. 모험에는 잃을 것이 많고, 카카오톡 생태계 전체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위가 퍼즐의 한 조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일이다.

나아가 '이동하는 모든 것'을 가동하며 그 누구보다 카카오라는 기업이 다양한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모빌리티 기업들은 MaaS 인프라 전략을 가동하며 O2O에 기반을 둔 로컬 커머스나 미디어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타사와의 협상부터 하겠지만, 카카오에게는 주문하기와 카카오페이지가 있다. 카카오는 모험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번 투자를 통해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핀테크 인프라와의 접점을 살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동남아시아의 그랩처럼 모빌리티와 핀테크의 만남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그랩의 모빌리티 플랫폼 수단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카카오모빌리티보다 많고, 핀테크로의 확장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환경적 이점을 누린 바 있다. 직접비교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카카오의 핀테크 인프라는 부침은 있지만 완벽한 궤도에 올랐고, 이미 카카오 T에서는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그랩처럼 자사의 핀테크 경쟁력을 모빌리티 측면에서 발전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율주행차 등 기술 기반 인프라 전략을 가동하며 카카오모빌리티가 도심항공을 포함한 상상이상의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여기까지 생각하기에는 가능성이 낮다. 우버도 자율주행과 도심항공을 순차적으로 포기하고 호출과 중개 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MaaS 인프라 전략을 추구하며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플랫폼 전략을 완성시킨다면, MaaS 인프라 전략의 범위를 비약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실이 된다고 해도 먼 훗날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지만, 카카오모빌리티기 때문에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