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박진회 前 한국씨티은행장. 출처=하나금융, 한국씨티은행
왼쪽부터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박진회 前 한국씨티은행장. 출처=하나금융,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57)이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후보에 깜짝 등판했다. 박 부행장은 전·현직 CEO, 부회장 등 60대가 넘은 거물급 후보들 가운데 유일한 50대 후보로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 부행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30여년 동안 '하나맨'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또한 금융권 화두인 디지털, 글로벌,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젊은 리더다. 박 부행장의 후보 선정은 'NEXT 2030' 도약 전략을 묻는 세간의 질문에 대한 하나금융의 대답이라는 평가다. 

그래픽=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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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키운 젊은 리더 박성호 부행장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15일 발표한 숏리스트(후보군)에 박 부행장의 이름이 올랐다. 

박 부행장은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깜짝 후보'다. 당초 금융권에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이외에 이진국 부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을 숏리스트 가시권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함영주 부회장과 이진국 부회장, 지성규 행장 모두 법률리스크가 남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추위는 박 부행장을 '별들의 전쟁'에 등판시켰다.

1964년생인 박 부행장은 4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50대 후보다. 김정태 회장(69), 함 부회장(65),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64)은 하나금융이 이사 재임을 위한 연령 상한선으로 정해 놓은 만 70세에 가까운 연령대의 후보들이다.

박 부행장은 후보군 가운데 '하나'의 역사를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다. 내부인사 가운데 김 회장과 함 부회장이 하나금융에 몸 담은 기간은 각각 29년, 17년이다. 박 부행장은 34년이다. 김 회장과 함 부회장이 '하나를 키운 인물'이라면, 박 부행장은 '하나가 키운 인물'이라는 평가다.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출처=하나금융그룹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출처=하나금융그룹

다양한 부문 관리자급 경험…그룹 핵심 과제 진두지휘

박 부행장은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투자금융은 순수 민간자본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비은행 금융기관이다. 

박 부행장은 단자회사(단기금융회사)인 한국투자금융 영업부에서 10년간 근무하며 투자상품 전문성을 다졌다. 1991년 한국투자금융이 은행업 인가를 받아 하나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한 후에는 다양한 부서를 경험했다. 

그는 △가계금융부(과장) △경영관리팀(팀장) △감찰실(실장) △인력개발실(실장) △경영관리본부(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비서실장 격인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김 회장을 수행했다.

동남아 해외지점 신설 당시 경영관리 경험도 있다. 2004년 싱가포르지점 차장으로 활동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한국계 금융기관이 싱가포르에 진출한 첫 사례다. 국제금융중심지이자 한국계 금융기관에 볼모지였던 싱가포르에서 관리자로 경험은 쌓은 박 부행장은 이후 인도네시아법인 부행장,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인도네시아법인 행장을 순차적으로 맡았다. 인도네이사법인은 하나금융 글로벌영업의 핵심기지로 꼽힌다.

2015년에는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로 선임됐다. 하나금융티아이는 하나금융 내 IT 전문 계열사로 하나금융의 디지털 혁신 선봉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나금융티아이 수장을 맡은 박 부행장은 청라 통합 데이터센터 건립을 주관했다. 또한 하나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그룹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오픈하고 금융지주 최초로 금융보안원으로부터 'ISMS(정보보안 관리 시스템) 인증'을 획득한 것도 박 부행장의 주도로 이뤄졌다.

박 부회장은 현재 하나금융 WM부문장과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장을 겸직 중이다. 그는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펀드·신탁 등 자산관리 상품을 총괄해 상품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디지털 자산관리 역량 강화도 그에게 맡겨진 과업이다. 한국투자금융 재직 시절부터 쌓아온 투자상품 전문성과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시절 보인 디지털 사업 역량을 하나금융이 인정한 결과라는 관측이다.

30여년간 하나금융에서 디지털, 글로벌, 자산관리, 감찰, 인력개발 등 다방면에서 두루 쌓은 경험은 박 부행장의 강점이다. 

디지털, 글로벌, 자산관리 경험이 금융권의 화두이자 하나금융의 미래 성장과 직결되는 영역이라면, 인력개발과 감찰 경험은 회장으로서의 역량을 더해줄 요소다.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고객들의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은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사업 확장 역시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모든 금융지주의 공통된 고민이다. 

해외 사정에 밝고 하나금융티아이 수장을 맡았던 이력은 박 부행장이 회추위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핵심 이유로 거론된다. 여기에 고객 자산관리에 대한 높은 전문성은 박 부행장의 역량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하나금융의 디지털 자산관리 역량과 사모펀드 재발 방지를 위한 유관조직의 내실을 강화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인물이어서다.

자산관리 전문성과 동남아 현지 경험은 하나금융의 해외사업 전략에 추진 동력을 더해줄 수 있을 것 예상된다. 금융시스템이 안정된 선진국에선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는 물론, ‘금융 노다지’로 꼽히는 신흥국에서도 박 부행장의 노하우가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이자 관리자로서 퍼포먼스를 보였던 점이 박 부행장이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