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 시청역점. 출처=던킨
던킨 시청역점. 출처=던킨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던킨(DUNKIN)’이 젊어지기 위해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올해로 창립 73주년을 맞은 던킨은 도넛 브랜드에서 ‘캐쥬얼 스낵 브랜드’로의 도약이 한창이다.

17일 던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주요 매장에 24시간 배달 및 픽업 서비스를 도입하고, 배달 전용 메뉴 ‘던킨 투나잇’을 출시했다. 일부 매장에 심야 배달 및 픽업 서비스도 도입해 배달 시장에도 진출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 언제든지 해피오더 등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던킨 투나잇’을 비롯해 던킨의 모든 메뉴 주문이 가능하다.

배달 전용 메뉴로 출시 된 ‘던킨 투나잇’은 ‘던킨만으로 충분해!’라는 콘셉트로 포장 특화 메뉴다. 이동 시 제품의 섞임과 흔들림을 최소화하도록 배달 전용 상자에 담아 제공한다. 야식을 즐기는 소비자를 위해 메뉴도 차별화했다. 기존의 도넛 이미지를 지우고 맥주와 잘 어울리는 ‘킬바사 소시지 버거’, ‘내쉬빌 치킨버거’, ‘순살 치킨 텐더’, ‘떠먹는 떡볶이 도넛’ 등으로 구성됐다.

‘71년’만의 체질 개선....다시 태어난 ‘2살’ 던킨

던킨은 지난 2019년부터 체질개선을 진행해왔다. 당시 71년 만에 사명 또한 던킨도너츠에서 ‘도너츠’를 뺀 던킨으로 변경하며 새롭게 거듭났다. 이는 도넛 판매가 감소하며 시장 성장이 정체되자 기존 '도넛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확장·제공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던킨은 사명 변경 이후에도 간단하고 든든한 한끼를 강조한 ‘스낵킹’을 중심으로 메뉴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브리또, 피자 등 밀류 위주의 제품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미니 도넛, 브리오슈 등 베이커리류 제품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던킨 투나잇’ 메뉴로 간편식 메뉴를 본격 확장하며 분위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넛 대신 음료 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 과거 도넛 이미지를 지운 대신 도넛과 함께 꾸준히 연상시키던 커피로 이미지를 아예 교체하고 있다. 실제 소비자 니즈가 도넛에서 커피로 옮겨가면서 음료 매출이 전체 매출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자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이에 던킨은 자체 커피 원두 블렌드도 직접 개발하는 등 커피 원두 다양화 작업에도 한창이다. 지난해 7월부터는 커피 구독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변화에 맞춰 기존 생산 체계도 재편했다. 던킨은 기존 7개였던 생산시설을 지난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안양, 신탄진, 대구, 김해, 제주 등 5개로 통합했다. 임차 사용 중이던 구리, 광주 공장을 정리하면서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협력회사 소속인 생산직 직원 240명은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해 재배치했다.

오프라인 매장 또한 MZ세대를 위한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심고 있다. 기존 도넛만 포장해 가던 방식에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되기 위해 탈바꿈 중이다. 아늑한 조명과 소파를 더해 카페 분위기를 내고 매장에서 만든 샌드위치 종류를 다양하게 강화했다. 커피 원두, MD 상품 등을 판매하는 매대 또한 크게 늘려 매장을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던킨의 24시간 운영 매장. 출처=던킨
던킨의 24시간 운영 매장. 출처=던킨

MZ세대 위해서라면...73살도 ‘배달’한다

던킨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실적 부진에 있다. 던킨은 지난 2015년 1892억원의 매출을 낸 이후 성장세가 멈춘 상태다. 최근 3년간 매출액을 보면 2017년 1728억원, 2018년 1690억원 4년 연속 매출이 감소하다가 지난해 1791억원에 그쳤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인기 간식이었던 도넛은 2010년 중반부터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도넛을 대체할 디저트류가 늘어난 데다 트렌드 또한 웰빙과 다이어트와 맞물리면서 건강한 음식으로 넘어간 것이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집밥, 간편식, 배달 음식 위주로 소비자 니즈가 이동하자 24시간 매장 운영 형식의 야식 배달 시장에도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던킨은 앞으로 간편식과 배달 사업을 계속해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간편식 강화는 곧 배달과 긴밀하게 맞물리고 현재 자사 해피오더를 활용한 메뉴 개발 또한 무궁무진 하다. 다만 아직까지 오프라인 매장에는 전문적인 조리 공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완전 조리 제품보다는 반조리 제품 중심으로 간편식이 구성된 만큼 전문성 면에서는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더불어 기존 도넛과 커피의 이미지가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가운데 버거 등 야식 메뉴까지 선보이면서 소비자에게 브랜드 정체성의 혼란을 줄 수 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던킨 관계자는 “던킨 투나잇은 밤에 배달을 주로 하는 MZ세대를 공략한 메뉴로 24시간 운영 매장에 도입했다”면서 “직영점을 중심으로 24시간 운영 매장을 확대하고, 배달 및 포장에 특화한 신제품 출시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던킨이 사명을 바꾼 이후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캐주얼 스낵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간편식을 바탕으로 음료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