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건물 외관. 출처=KB손해보험
KB손해보험 건물 외관. 출처=KB손해보험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KB손해보험이 지난해에도 내재가치 상승세를 거듭하며 내실을 다진 가운데 올해 수익성 높이기에 나설 계획이다. 작년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 개선에 따른 보험영업이익 증가 등 코로나19 반사이익을 얻으며 나란히 실적 상승을 이뤘지만 KB손해보험은 홀로 순익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내재가치 1조 이상 확대… 가치경영 성과 뚜렷

17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지난해 내재가치(EV, Embedded Value)는 7조8060억원으로 전년 6조6070억원 보다 1조1990억원(18.1%) 늘었다.

EV는 보험사가 더 이상 가입자를 받지 않고 현재 계약한 보험가입자만 대상으로 영업한다고 가정해 평가하는 기업가치다. 현가로 조정·할인된 순자산가치(ANW)와 보유계약가치(VIF)를 합산해 산출한다. 현재 상태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성과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특히 이미 실현된 이익인 조정순자산가치보다 앞으로 발생할 이익을 현재가치로 나타낸 VIF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VIF에는 또 다른 미래가치를 담은 경영지표인 신계약가치가 포함되는데 현재 보험료를 받아 미래에 보험금으로 돌려주는 보험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KB손보는 지난 몇 년간 단기 실적에 연연해 무리한 외형성장을 이루기보다는 가치중심 경영을 기반으로 내실강화 및 장기성장에 중점을 둬왔다. 그 결과 EV는 ▲2017년 3조1520억원 ▲2018년 4조7120억원 ▲2019년 6조6070억원 ▲2020년 7조8060억원 등으로 매년 1조원 이상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내재가치와 신계약가치를 높이기 위해 장기보장성 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도 재편했다. 지난해 전체 원수보험료(10조9751억원) 중 장기보장성 보험의 비중은 61.1%(6조7038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장기보험 중 연(年)만기 상품 판매에 더욱 집중했다. 연만기 상품은 10년·15년·20년 만기 등 기간을 기준으로 보장기간을 설정한다.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세(歲)만기 상품보다 보장기간이 짧고, 그만큼 보험료도 적지만 리스크가 줄어 신계약가치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손보에 따르면 작년 말 장기보험 중 연만기 상품 비중은 76%로 1년 전(68%) 보다 8%포인트 확대됐다. 신계약가치 역시 1조190억원으로 전년 8700억원과 비교해 1490억원(17.1%) 증가했다.

자료=KB금융그룹
자료=KB금융그룹

당기순익은 내리막길… 1000억원대로 ‘뚝’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중점을 뒀다지만 쪼그라든 수익성은 해결 과제다.

KB손보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639억원으로 전년 2343억원 대비 30.0%(704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대체투자자산 손실 증가 및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투자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던 탓이다.

특히 KB손보는 손해보험사 빅5 중 홀로 순익이 줄면서 실적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타 보험사들이 손해율 개선에 따른 보험영업이익 증가 등 코로나19 반사이익을 얻으며 실적 개선을 이루는 사이 KB손보는 투자이익 감소로 인한 타격이 더 컸던 셈이다. KB손보는 2017년 3303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이후 매년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결국 1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보험영업손실 폭이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KB손보의 작년 보험영업손실은 6051억원으로 전년 7401억원 손실에서 900억원 가량 적자폭이 줄었다. 같은 기간 손해율은 85.5%로 전년 말 보다 0.6%포인트 하락했고, 사업비율은 22.0%에서 21.2%로 0.8%포인트 낮아졌다.

가치경영 기반 점유율·수익 확대 목표

지난 몇 년간 내실다지기에 집중해온 KB손보는 올해 수익성 등 실적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김기환 KB손보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경영계획 수립방향을 ‘미래지향의 본업 펜더멘털 턴어라운드 가속 및 디지털 기반 신성장동력 선점’으로 설정하고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가치경영 기반의 확고한 M/S 성장을 제시했다.

KB손보는 올해 들어 새로운 담보를 대거 선보이는 등 보장을 강화한 상품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올해 첫 신상품인 ‘KB희망플러스 자녀보험’에는 업계 최초로 아토피 질환을 3단계로 보장하는 ‘단계별 아토피진단비’와 ‘자녀 및 부모 납입면제 페이백’ 기능을 탑재했다. 기존 자녀보험에서는 피보험자인 자녀에 대한 납입면제 사유만 적용됐다면, 이 상품은 자녀보험의 실질적 보험료 납입자인 부모 중 1명의 납입면제 사유 발생 시에도 향후 납입해야 하는 보장보험료를 면제해주고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줘 혜택을 강화한 것이다.

또 ‘갑상선암 호르몬약물허가치료비’ 보장이 손해보험협회로부터 3개월 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면서 올해 업계 첫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주인공이 됐다. 이달 초에는 이를 포함해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 ▲표적항암방사선치료 ▲특정항암호르몬약물허가치료 등 신(新)의료기술에 대한 보장 4종을 모두 탑재한 암보험을 출시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올해는 그동안 추진해온 가치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점유율 증가 및 시장지위 확대를 꾀할 것”이라며 “이익구조 부분에서도 좀 더 확고하게 가져가면서 수익성 향상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