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미생물은 정말 미지의 영역이다.” 미생물에 푹 빠진 주인공이 있다. 그런데 미생물 중에서도 유산균, 유산균 중에서도 생소한 사균체에 미쳐있다. 공부만 했던 학자이자 교수였던 그가 일본의 자회사로 있던 한 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대표 자리에 앉았다. 그로부터 3년, 이제는 사균체를 전문 생산하는 명실상부한 관련분야 1등 기업으로 우뚝 섰다. 바로 큐옴바이오 김완재 대표의 이야기다.

큐옴바이오 김완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큐옴바이오 김완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유산균 '사균체'에 푹 빠지다

김완재 대표는 일본 미에대학교에서 미생물 및 그 유래물질과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건국대학교 의료생명과학대학에서 연구교수, 국내 GMP 1호 기업인 ‘네추럴F&P’ 연구소장을 거쳐 일본 기업 베름인터네셔널 연구소장을 역임하다 현재 큐옴바이오 대표직에 올랐다. 큐옴바이오는 베름인터네셔널의 지분을 매입해 독립한 회사다. 일본에서 들여온 균주 대신 한국에서 개발한 균주를 통해 한국인에 맞는 유산균을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유산균 중에서도 사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학시절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 대장염 때문이었다.

당시 소개로 찾아간 곳에서 받은 것이 바로 ‘사균체’였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이미 일본의 사균체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사균이던 생균이던 유산균 자체는 좋다”며 “효과적인 섭취를 위해서는 보다 고농도의 유산균을 섭취해야 한다. 일본의 균주는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배양이 쉬운 구균을 키운 것인 반면, 한국은 김치 등 음식으로부터 얻은 간균(체면적이 커서 고농도로 만들기 어렵다)의 유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균은 죽은 유산균이라기 보다는 효과를 내기 위해 가공된 즉, 살아있지 않은 유산균으로 봐야한다. 사균을 생균과 비교하기 보다는 또 하나의 천연물로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고 덧붙였다.

유산균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는 균이 죽든 살든 상관없이 균체 성분에 반응을 하게 된다. 즉, 장 속에 유산균이 들어오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균체가 된다. 이전까지 유산균에서 좋을 물질을 찾아내서 먹거나 주사하는 방식이었다면,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살아있는 유산균 및 유래물질까지도 ‘프로바이오틱스’라 칭하고, 또 프로바이오틱스 내에서 조금 더 영역을 분리해 ‘포스트바이오틱스’, ‘파라바이오틱스’, ‘바이오제닉스’로 나누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프로바이오틱스의 인기와 관련해 “우스갯 소리로 ‘한약은 녹용, 건식은 유산균이다’라고 할 정도로 효과가 빠르다. 즉 속효성에 반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유산균이 인기다. 가공법 제조방식이 바뀌면서 더욱 효능이 강화된 부분도 없지 않다. 10년과 지금은 완전히 딴 판이라는 얘기다. 

최초...머리부터 발끝까지 '국내산'

큐옴바이오의 주력 사업은 유산균 사균체다. 일반적인 유산균 제품에는 100억대 수준의 유산균이 들어있는데 사람의 장(腸)내에는 30억~100조마리까지 유산균이 살고 있다. 큐옴바이오는 안전하게 고농도로 배양하고 가공처리해 면역세포가 잘 자극받고 기존 미생물들의 사체를 먹고 불어날 수 있도록 한 독특한 형태의 유산균 사균체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초고농도 유산균 포 당 1조마리 정도의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다. 하루 한번 복용하면 일반 제품보다 100배 정도 많은 양이다.

그는 “100억대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장에서는 절대 많은 양이 아니다. 니즈를 충족해 줄 수 있는 농도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고농도 제조법이 거의 일본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 국내에도 큐옴바이오 같이 뛰어난 고농도 배양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완전히 기술 독립을 이뤘다. 일본은 유사한 균종만 사용해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개발한 김치 유래균을 메인으로 하고 있고, 섭취와 동시에 면역세포와 만나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균종을 택해서 생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솔직히, 고농도 유산균 사균체는 일본에서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일본은 구균으로 인체서 유래한 것들이고, 우리는 간균을 고농도 배양해서 제품화 시킨 것으로 최초라고 보면 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간균을 조 단위 제품으로 생산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한국 사람이 먹는 유산균을 고농도로 배양했다는 점, 일본이 잘 못하는 간균을 기술적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기술)독립했을 뿐만 아니라 개선을 하고 있다.

큐옴바이오 김완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큐옴바이오 김완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편견의 '벽' 뚫자 성공의 '문'

김 대표는 사균체를 처음 시작할 때 수많은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사균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한국 사람은 무조건 생균만 좋다고 생각했던 때라 그 장벽을 뚫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생각하기에 (사균체)생산만 되면 제조사에서도 편하게 관리되고, 반드시 효과가 있다는 생각에 이건 반드시 성공한다는 판단이 들어 과감히 반대를 무릅쓰고 개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 회사에서 70개 정도의 제품을 만들어 가면서 시장성을 확장했고,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에서도 사균체 시장에 뛰어 들어들고 있다. 다만, ‘사균체’라는 이름이 어색하니 ‘포스트바이오틱스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결국은 미생물 유래지 살아있는 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특히 그는 “미생물은 정말 미지의 영역이다. 가장 안전성을 중시하면서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큐옴바이오는 뷰티 시장까지 진출했다. 그는 “유산균의 균체를 피부에 적용하면 피부장벽의 미생물 균형을 건강하게 잡아줄 뿐만 아니라, 피부장벽 인근의 면역세포들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피부의 오염이나 감염에 한결 빨리 대응할 수 있다”이라며 “피부보호제 명목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고농도 유산균을 이용해서 성분을 훌륭하게 쓸 수 있는 콘셉트로 만든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게 시련의 시기도 있었다. 국내 최초의 사균체 공장을 짓기로 한 때였다. 몇 번이고 일본으로 넘어가 과학자들을 만났는데 상당히 경계하고, 주요 기술은 빼놓고 알려줬다. 사실 거의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역시 ‘사균’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사균 대신 생균을 만드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후에도 사균에 대한 홍보 및 인식 부족도 어깨를 무겁게 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기를 거치니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기술과 원료 등을 모두 국내 기술로 개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사균체와 관련해 ‘한국은 안돼’라는 무시를 당했다. 이는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많은 도움을 드리기 위해 마음먹고 만든 제품이다. 또 각 분야에서 서로가 잘하는 것을 공유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물질을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큐옴바이오 김완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큐옴바이오 김완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외국 기술 대신 자체개발 힘써야

인터뷰 중 그는 쓴 소리를 내뱉었다. 외국 기술에 기대지 말 것과 자체개발에 힘써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이미 기술은 된다. 머뭇거리지 말라,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한국의 분석기술 수준은 앞서 있다. 아이디어가 좋은 한국 사람들은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고 다독였다. 김 대표는 새로운 면역조절 기술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을 꿈꾸고 있다. 큐옴바이오가 만든 균주. 바로 이 유산균을 통해 면역조절 기능을 활성화 하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가 배웠던 기술들을 취약층에 전수해 주는 NGO단체도 생각하고 있다. 교육적인 면을 강조하는 회사가 되기 위한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이다. 그는 “개인적 목표는 창출된 이익으로 교육기관을 설립해서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고, 이 인재들이 다시 회사에서 일하고, 또 이들이 다시 인재를 양성하는 순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