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키움증권

[이코노믹리뷰=이성희 기자]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금융투자 제도권에 안착 함에 따라 투자에 효과적이며 합리적 판단을 제공할 표준화 및 객관화 된 ESG 데이터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ESG가 의무 공시 사항이 아닌 만큼 아직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도 많을 뿐더러 ESG 평가 기관마다 상이한 ESG 등급들이 투자 판단에 혼란을 가져 온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ESG 정보공시 의무화 도입 진행 중

14일 KPMG에 따르면 현재 국가별 상위 100개 기업(KPMG 선정 52개국 5200개 기업 중 국가별 매출 기준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를 수행하고 있는 곳은 전체의 80%로 집계됐다. 2017년 대비 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100개 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 중이지만 거래소에 공시하는 곳은 20곳에 그쳤다. 다만 국내의 경우 2025년부터 ESG 의무공시 도입이 예고 돼 약 100개 기업이 추가로 ESG 보고서를 발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는 유럽과 영국이 ESG 정보공시 의무화에 가장 앞장 서 있으며, 일본과 홍콩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전 세계 최초로 모든 상장사에 ESG 정보공시 의무화를 선언한 바 있으며, 홍콩과 일본도 ESG 의무공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ESG 자율공시를 시행 중인데, 환경 및 기후에 관심이 높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시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 환경(E)과 사회(S) 정보를 포함한 ESG 정보의 거래소 자율공시 활성화와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2025년까지 ESG 가이던스 제시 및 자율공시를 활성화 하고, 2단계로 2030년까지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에 대해 의무공시를 적용, 2030년 이후(3단계) 전 코스피 상장사 의무 공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G)는 2019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거래소 공시를 의무화했고, 2026년부터 전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ESG 평가 공시 표준 정립 필요성 대두

ESG 평가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공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해 왔다. 다만 ESG 공시 방법에 대한 기준이 너무 많다는 점이 실제 활용과 도입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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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8개에 그쳤던 글로벌 ESG 신규 규제 및 정책은 2018년 210개로 늘었다. ESG 관련 평가 및 데이터 공급업체는 600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ESG 보고 체계의 단일화와 표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다양한 정보공개 표준 가운데 현재는 지속가능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 GRI(Global Peporting Initiative) 표준과 더불어 SASB와 TCFD 기준이 가장 공신력을 얻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기업들에게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rd, SASB) 기준과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TCFD) 권고사항에 부합하는 보고서 공시를 요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사진=흥국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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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B 기준은 △11개 산업군 총 77개 세부 산업별로 ESG 정보공개 지표를 제시하고 △중대성 지도(Materiality map)를 통해 각 이슈들이 해당 산업군에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산업 내 다른 기업과 비교 가능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산업군별로 노동관행, 데이터 프라이버시, 비즈니스 윤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에 걸쳐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TCFD는 △기업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직면한 리스크 및 기회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리스크 관리체계와 전략에 반영한 후 △예상되는 재무적 영향을 수치화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기후 관련 위험과 예상되는 재무적 영향을 수치화해 외부에 공개하며, 관련 거버넌스 문제 평가와 보고를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ESG, IFRS 회계기준으로 표준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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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GRI와 SASB 등 5개 기관이 합의해 공시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1월 IFRS를 제정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도 지속가능성 표준위원회(SSB)를 출범시켜 새로운 ESG 회계기준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블랙록은 IFRS 재단의 접근법이 시행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 회계기준 수립 전까지는 SASB와 TCFD의 공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SG 관련 평가기관의 인수합병이 꾸준이 이뤄지는 가운데, 다양한 평가 기관이 합의해 공시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새로운 대표 공시 표준이 생길지 주목된다"며 "IFRS의 ESG 회계기준이 ESG 표준의 종착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