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IPTV와 케이블TV가 (단순)TV 취급을 받고 있지만 저희는 이걸 미디어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 시장의 확실한 1등으로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힘을 줄 것이다”(구현모 대표, 2020년 10월 KT 기자간담회)

KT(030200)가 미디어 플랫폼 기반 콘텐츠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계열사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이다.

KT는 28일 콘텐츠 전문 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KT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의 콘텐츠사업 컨트롤 타워로서 콘텐츠 역량을 결집해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을 아우를 계획이다.

KT그룹은 올레tv(IPTV), KT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 KT 시즌(OTT), 지니뮤직(음악), 스토리위즈(웹소설·웹툰), 스카이TV(콘텐츠 제작), KTH(콘텐츠 유통), 나스미디어(광고), 플레이D(광고) 등 다양한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설 법인은 이러한 그룹 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콘텐츠 사업을 총괄 주도한다.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사업 현황. 출처=KT
KT그룹 미디어콘텐츠 사업 현황. 출처=KT

초대 대표이사는 KT그룹 콘텐츠 전문가이자 스카이TV 대표를 맡고 있는 윤용필 사장이 맡는다. 향후 외부에서 콘텐츠 전문가를 영입해 공동대표로 선임할 계획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준비 과정을 거치고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 주도형 펀드와 외부 자금으로 2023년까지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간 10~20개 시리즈 수준으로 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KT 측은 “KT그룹이 보유한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 유력 제작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해 KT 스튜디오지니를 국내 최고 수준의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한편 K-콘텐츠 육성과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며 콘텐츠를 KT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윤용필 KT스튜디오지니 대표이사. 출처=KT
윤용필 KT스튜디오지니 대표이사. 출처=KT

콘텐츠 생태계를 KT그룹 내에서 모두 해결하며 안정적인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예를 들어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웹툰·웹소설의 IP를 기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장하고 이를 KT의 미디어 플랫폼에 유통하는 그림이다. KT에 따르면 콘텐츠 개발·제작·투자 과정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AI 흥행예측 모델도 활용된다.


“1등과 2등은 다르다” 강조한 구현모 대표, 미디어 사업 집중


앞서 구현모 대표는 KT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미디어 사업을 강조해왔다. 고객의 집 안에서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플랫폼이 바로 TV 등 미디어이며 이는 교육, 쇼핑 등 다방면에서 고객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의 경우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로서 플랫폼 영향력이 상당히 높다. 지난해 11월 기준 IPTV 가입자는 873만명, 스카이라이프 257만명을 확보하고 있고 인수를 예정한 현대HCN(129만명)을 합치면 전체 가입자는 1259만명에 달한다. 전체 국민의 4분의 1이 KT의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점유율은 35.9%로 통신3사 중 가장 높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구 대표는 “현대HCN 인수는 확실한 1등을 굳히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경쟁자인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는 헬로비전을 품으며 미디어 시장 영향력을 키웠다.

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확실한 1등 플랫폼으로서 기반을 가져가고 2021년부터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한편 교육, 휴식, 돌봄 등 미디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가정내 삶의 변화도 이끌어 가겠다고 예고했다.

KT 미디어 사업은 오랜 기간 회사의 성장 동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KT에 따르면 2014년 매출 7000억원 남짓했던 TV 사업은 2019년 1조6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에도 성장을 거듭해 약 1조80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대HCN, OTT, IM 등을 포함하면 약 3조원의 비즈니스가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KT는 지난달 무전통신 전문기업 KT파워텔을 아이디스에 매각하며 그룹 내 사업 구조개편 신호탄을 쐈다. 이는 2020년 3월 구 대표 취임 이후 첫 번째 계열사 매각이다. 특히 전임 CEO들과 달리 통신 관련 계열사를 매각는 행보를 보이며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