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집약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컨버전(Conversion)’이었다. 선방에 성공한 오피스와 최대 위기를 맞은 호텔, 리테일도 용도 변경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컨버전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팬데믹 타격에 호텔 매각 급증...고급 주거시설로 개발

지난해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수익형 부동산 자산군은 호텔이다. 방한 관광객 수와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객실 가동률 자체가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서울 91개 주요 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2019년 4월 79.3%에서 지난해 같은 달에는 23.7%까지 추락했다. 특히 부산의 평균 객실 가동률은 같은 기간 18% 가까이 급락한 상황이다. 서울 역시 성수기에도 지난해 객실 가동률이 40% 초반에 그쳤다.

호텔 시장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유수 대형 호텔의 연이은 매각이다. 일부 대형 호텔들의 경우 고급 주거시설로 '컨버전(부동산 용도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서울 서초구를 대표하는 고급호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이달 말 마지막 손님을 맞는다. 지난해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결국 매각 대상이 된 것이다. 해당 호텔은 약 3500억원에 더랜드에 매각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호텔의 경우 입지적 장점 등으로 현재 주상복합으로 용도변경을 추진 중에 있다. 현재 용산구의 크라운 호텔처럼 주요 입지의 호텔 시설들이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되는 사례는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1월 20일에는 현대건설이 시행사인 웰스어드바이저스와 함께 7000억원 규모의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인수에 성공했다. 업계전문가 등에 따르면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답변은 힘들지만, 고급 주거시설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견 신영 부동산리서치센터장은 “호텔 건물을 두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주거시설로 재개발하는 경우의 수익이 훨씬 좋다. 특히 입지가 뛰어난 호텔 매물의 경우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할 시 잠재적인 수익이 뛰어나, 관련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집이 ‘돈’ 된다...오피스·리테일도 컨버전 가세

저금리 환경 장기화와 유동성 증가로 2017년 이후 국내 오피스 거래 시장은 호황기에 가까운 상황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이하 C&W)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여의도권 오피스 공급량 증가라는 악재에도, 지난해 오피스 거래금액은 13조4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C&W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코어 오피스에 대한 매입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3만3000㎡ 이상의 대형 코어 오피스 거래건수는 21건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의 거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주요 업무 권역의 3.3㎡ 당 오피스 거래금액 최근 5년간 평균 5.6%에서 7.6% 사이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권역 내 오피스 빌딩의 자산가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피스의 자산 가치 상승에는 노후 오피스를 아파텔 등 주거시설로 컨버전한 사례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가 상승하면서, 몸값과 수익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주거시설의 가격이 워낙 많이 상승하다보니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주거시설 컨버전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강남 업무 지구 등 노후화된 오피스의 경우 아파텔 등 유사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피스 컨버전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광일빌딩 등 도심 업무지구의 시설과 신동해빌딩 등 여의도 업무지구의 오피스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 팀장은 “시장 상황과 비례해 지난해 오피스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위한 매물의 가격이 상승한 사례가 많다”면서 “오피스 자산 자체의 가격 상승보다는 주거시설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은 매물을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다수다. 시행사가 아닌 운용사들이 컨버전에 돌입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향후 오피스 투자에서 주의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KB금융연구소는 “금융기관 등의 매입 경쟁 심화로 거래 가격이 크게 상승해 오피스 평균 소득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라면서 “임차인 우위의 시장 환경과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의 확대로 지난 몇 년간의 호황세가 향후에도 계속될지 다소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리테일(유통·판매) 시장 역시 투자 규모에서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JLL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리테일 투자 규모는 8조314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보다 45%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1분기 2780억원 규모의 롯데 아울렛 광교점과 매각 등을 시작으로, 4분기에는 8320억원 규모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홈플러스 4개 지점 매입 등 굵직한 거래가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불황형 거래 증가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JLL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장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대거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리테일 시장에서도 매입한 시설을 주거용이나 물류시설로 컨버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김종준 JLL 리테일 솔루션팀 본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리테일 시장에서 컨버전을 통한 자산 가치 상승 방식이 주를 이룰 것이다. 컨버전에 유리한 용도와 입지를 구비한 대형 자산을 중심으로 주거시설과 물류센터 등을 컨버전하는 수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답했다.

최재견 팀장 역시 “리테일 시장의 회복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리테일 빌딩 등의 명도 등이 늘어난 상황이다. 앞으로도 컨버전을 통해 수익을 향상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