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투자협회
자료=금융투자협회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연기금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3조4194억원 순매도한 데 이어, 새해에도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20조원 이상 누적 순매도 하면서 대표적인 순매도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 목표치에 근접한 만큼, 연기금의 국내 증시 순매도 강도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해 누적 3조4194억원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도 연기금은 순매도를 이어오고 있다. 또 새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누적 6조8533억원 순매도하며 증시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

연기금은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국내 증시에서 하방 압력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비중이 나머지 기금 대비 압도적인 차이를 나타낸다.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불안 시점에 연기금은 5조1441억원 순매수하며 개인투자자와 함께 증시 하방 압력을 지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연기금이 색을 달리했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해 6월 이후 12월 말까지 7개월간 누적 8조5635억원 순매도했다. 새해에도 이러한 순매도를 지속하며, 대표적인 순매도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연초부터 사상 최고 순매수를 이어오며 연기금과 대척점에 서 있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25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기금 운용목표 가운데 국내 주식 비중은 16.80%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전체자산은 772조1730억원으로, 금융부문에 99.75%인 770조2520억원이 몰려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은 139조2040억원으로, 전체 대비 비중이 18.02%다. 국민연금은 올해 연간 기금운용 계획 목표에 도달하려면 국내 주식 비중을 약 9조4790억원인 1.2%포인트(p)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은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도 순매도를 이어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국내 주식 시장에서 9조7725억원을 빼냈다. 연기금 순매도가 모두 국민연금이 매도했다고 가정할 시, 국민연금은 올해 연간 기금운용 계획 목표에 약 3000억원 이상 초과했다. 비교적 주식시장 비중이 작은 다른 기금을 포함시에도 그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새해 들어 연기금 순매도 규모가 커지면서 증시 변동폭도 커졌다. 개인투자자가 순매수로 하방 압력을 지지하고 있지만, 기관의 매량 매물 출회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일간 변동폭은 최대 170포인트에 달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으로 개인투자자 유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연기금 수급이 안정적으로 다시 돌아설 경우, 증시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기금이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비중을 오히려 늘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직후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증시 하락을 받쳤고, 여기에 2~5월까지 연기금이 순매수를 이어오면서 증시 반등을 끌어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1000조원 가량이 연기금, 퇴직연금 등에 잠자고 있으며, 유니콘 기업이 발생할 수 있도록 국내 증시로 유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금이 증시에 유입돼야 한다”라며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의 증시 참여는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탄탄한 수요 기반을 조성해 증시의 질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