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 ]

쌍용자동차의 자율구조조정 매각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에서 자율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쌍용차가 HAAH 측과 최종 매각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경영권을 넘긴 후에도 주주로 남을지가 협상의 최대 핵심으로 떠올랐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몸을 빼면 외국계 은행의 대출회수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외국계 은행이 마힌드라를 보고 대출을 했기 때문이다. 

매각 협상이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지만, 쌍용차는 그 와중에도 협상의 강약을 조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바로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 안에 쌍용차가 있어서다. 

쌍용자동차의 회생신청으로 최근 한계기업들 사이에서는 자율구조조정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회생법원에서는 회생신청 이후 자율구조조정 제도를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Program; ARS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생신청 이후 진행되는 자율구조조정의 핵심은 회생신청과 회생개시결정 사이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채무자가 채권단과 구조조정안을 협의하는 것이다. 법원이 일단 회생개시결정을 내리면 기업의 경영과 구조조정안에 대해 관리와 감독을 하므로 그 전에 채권단과 협상을 끝내라는 취지다. 

협상하는 기간만큼은 법원도 원칙적으로 '노터치'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일단 채무자 회사에 대해 법적 보호를 하고 채무자 회사가 정상적으로 사업할 기회를 준다. 

여기서 법원의 보호란 회생신청 이후 법원이 기업의 자산 유출을 막는 조치(보전처분), 기업 재산에 일체의 강제집행을 못하게 하는 조치(포괄적 금지명령)를 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의 이같은 조치 이후에 기업은 자금을 확보, 꼭 필요한 대금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급하고, 채권단도 기업의 자산이 채권단 모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하지 않게 된다. 

또 법원의 지원이란 법원이 자율구조조정에 필요한 중재자 또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필요한 경우 회계전문가 등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소위 '빽(Back)'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채무자 회사가 회생개시결정 이전에 자율구조조정이 성공하면 회생신청을 취하하여 회생이 없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회생개시결정이 내려지면 기업도 법원의 엄격한 관리와 감독을 받게 되고, 회생에 성공해도 신용에 문제가 생겨 기업 활동을 어렵게 지속해야 한다. 회생개시결정 이후에는 채권단도 강제적으로 채무 조정이 되므로 기업 회생에 협조할 동기나 유인이 줄어든다.  

회생개시결정 이전에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협의를 여건이 마련된 상태에서 자율구조조정이 완성되면 기업은 회생신청을 취하하고 회생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 기업의 정상화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컨대, 개시결정을 받기 전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 회사와 채권단의 피해가 적어진다. 

그러나 '자율'로 구조조정 협상을 한다고는 하지만 협상은 채권단의 주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자율’로만 맡긴다면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게 되는 것인데, ‘자율’ 협상에 어느 정도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 그 대안 될 수 있다. 기촉법은 '기업 워크아웃'의 절차를 규정한 법이다. 

현재 쌍용차는 자율구조조정 공간에서 기업 워크아웃절차가 아닌 매각에 방점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대기업 아닌 중소, 중견 기업의 경우 전략적 측면에서 봤을 때 자율구조조정 공간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구조조정 형태 가운데 채무자 회사가 우선적으로 시도해야 하는 것이 이 기업 워크아웃이다. 최소한 룰이 있는 구조조정 협상이 가능해서다. 

기업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주도가 되기는 하지만 채무자 기업과 일정한 협의를 거쳐서 채무를 조정하는 절차다. 구조조정안에 대해 채권단이 동의를 해야 하지만 회생절차보다는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워크아웃의 구조조정안은 채권단 주도로 재무실사를 해서 그것을 기초로 대출금의 상환을 유예하거나 출자전환을 한다. 대출금 일부를 탕감해 주기도 하고, 드물기는 하지만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회생절차와 달리 기업 워크아웃은 대표자의 보증채무도 함께 유예되는 효과가 있다. 회생절차에서 대표자의 보증채무를 정리하려면 따로 개인회생(또는 일반회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자율구조조정을 위해 개시결정을 3개월정도 미룰 수 있다. 쌍용차의 구조조정도 이 3개월안에 결판이 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상황에 따라 재판부가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 

◆ 자율구조조정 어려운 이유...자율구조조정 했던 기업들 보니 

구조조정에는 어떠한 것이 맞다고 볼 수 없지만, 이왕 회생절차에서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이상 성공해야 한다. 그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 사례들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극복 방안을 고민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회생절차에서 자율구조조정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을 분석해 그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리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 

그동안 여러 회생 기업들이 자율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회생개시결정 전에 채무자 회사와 채권단과의 워크아웃을 해서 성공한 사례는 수원지방법원의 A제조업체 사례가 유일하다. 

다만 회생개시결정 전에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하다가 워크아웃이 실패한 후, 채무자와 채권단 간의 합의 사항이 반영된 사전회생계획안(P-Plan)이 제출되어 회생이 성공한 사례는 있다(동인광학).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선 이해관계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채무자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해관계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함께, 명확한 비전과 전략 제시가 필요하다. 

반면, 워크아웃의 주도자들인 금융채권자들은 회생신청 이후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① 주채권은행에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회생신청을 해 '대출 담당자가 다쳐서' 워크아웃에 협조할 수 없다거나, ② 법원의 포괄 금지명령으로 강제집행이 막힌 상태에서 워크아웃을 하는 것은 '기분이 나빠서' 진행할 수 없다거나, ③ 워크아웃 진행하다가 실패하면 '쓸데없이 시간만 보내서' 회사 가치가 떨어져 채권자의 회수금액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등의 말들은 채권단의 이 절차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필자는 금융 채권회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만큼 금융위나 금감원 등 정부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성공적인 자율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기업이나 대리인이 회생절차에서 워크아웃으로 인한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해관계인들을 설득하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상거래 채권자들에게는 채무자 회사의 사업계속에 대한 이해와 설득을 구할 필요가 있고, 워크아웃 주도자들인 금융채권자들과는 구조조정 전략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대표자 입장에서는 회생신청 이후 워크아웃에 성공하면 보증채무도 조정될 수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유익하기도 하다. 

법원도 회생신청 이후 워크아웃 등 자율구조조정 진행에 협조하거나 탄력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지방법원은 이러한 제도를 처리한 경험이 없고 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또 일부 사건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회의와 보고로 인해 회생절차 진행보다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채무자 회사나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절차 진행에 협력하되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회생절차 내에서 워크아웃 등 자율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인이나 절차 참여자 모두가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회생신청을 준비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사전에 위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