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험 확대‧약가 제한 인상 등 헬스케어 정책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케어’의 유지 및 확대로 ‘바이든케어’를 정책으로 내세웠다. 보험 적용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의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낮출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또 약가 제한 인상을 정책으로 내걸었다. 이는 약가 인하보다 긍정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는 약가 인하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서 벗어나 신약개발 투자 비용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가 신규 파이프라인을 늘릴 시 한국 바이오텍의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케어’ 시대 개막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후보는 지난 2010년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 정책의 주도자 중 한명이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한 오바마케어의 부활과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바이든케어는 오바마케어에 더해 미국 국민들이 건강보험으로 메디케어를 민간보험사 옵션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했다. 메디케어 연령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조정할 방침이다.

보험 대상자 확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백찬규 애널리스트는 “오바마케어에 메디케어를 접목시키면 오바마케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7000만명 규모 65세 미만 저소득층이 추가로 건강보험 대상자가 된다”면서 “극빈층에 제공되는 메디케이드와 오바마케어를 결합하면 500만명이 추가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은 연간 약 1만 1316달러(1246만원)를 의료비로 지출한다. 바이든케어로 보험 대상자가 늘어날 시 미국 정부의 보험 관련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 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케어 순지출(왼쪽) 및 연방지출 대비. 출처=CBO, 한국투자증권
메디케어 순지출(왼쪽) 및 연방지출 대비. 출처=CBO, 한국투자증권
미국인 연간 의료비 지출. 출처=미국 보건복지부, 한국투자증권
미국인 연간 의료비 지출. 출처=미국 보건복지부, 한국투자증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효성이 유사함에도 가격이 30% 이상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덕에 영국 연간 의약품 지출비용이 2억 4700만파운드(3600억원) 감소할 수 있었다. 영국의 의약품 지출비용 감소액은 2018년 기준 2억 9400만파운드(4300억원)이다. 이 중 바이오시밀러로 인한 비용절감 비중은 84%에 이른다.

NHS는 의료비 지출비용을 낮추기 위해 자가면역질환과 종양질환에 대해 바이오시밀러와 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 처방을 장려하고 있다. NHS는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교체 처방 등에 따라 오는 2021년까지 해마다 4억파운드(6000억원) 규모의 의약품 지출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도 2018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 등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장려하고 있다. 단일 국가 기준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바이오시밀러가 최근 들어 약진하고 있어 바이든케어에 따른 처방 확대가 나타날 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가 퍼스트 무버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다른 바이오시밀러도 매출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기대가 높다”면서 “다만 정책 등이 의료 현장에 반영되기 까진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가 상승 제한이 오히려 기업에 우호적

바이든 당선인은 헬스케어 부문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약가 상승 제한을 꼽았다. 업계는 약가 상승 제한 정책이 다소 한계가 있음에도 약가를 인하하는 정책보다 나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정책에는 메디케어와 제약사 사이에 약가협상 금지 조항을 폐기하고 출시된 신약에 대해 독립기관이 합리적인 가격을 검토하는 방안이 담겼다.

업계에 따르면 약가 상승 제한 정책은 물가상승률과 유사한 수준으로 약가를 인상하고 의약품을 수입해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 꼽힌다. 이는 의약품과의 약한 전쟁(Less war on drugs)으로 불린다.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약가 인상을 제한할 시 미국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은 수익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업이 신약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계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R&D 비용이 늘어나면 신제품 도입 수요도 높아져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에 긍정적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바이든은 오바마케어의 연장선에서 발전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미국 보험사와 제약바이오 업체에 긍정적”이라면서 “약가 상승 제한은 제약사 수익성 유지로 이어져, 국내 신약개발사들의 기술수출에도 우호적 환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