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서울의 첫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 후보지 8곳이 지난 15일 확정됐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사업장이 선정됐다는 평가다. 선정 후보지가 모두 역세권이라는 점에서, 향후 진행할 역세권 고밀개발의 포석으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개발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지만, 사업지 주민들이 납득할 세부 기준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서울시는 15일 흑석2구역 등 서울 8곳의 정비사업장을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흑석2구역(1310세대)과 양평13구역(618세대), 용두1-6구역(919세대), 봉천13구역(357세대), 신설1구역(279세대), 양평14구역(358세대), 신문로2-12구역(242세대), 강북5구역(680세대)로 총 4700여 세대다. 정부는 오는 3월에는 기존 정비구역 해제 지역과 신규 신청지 47곳을 대상으로 사업지를 추가 선발할 계획이다.

막 오른 공공재개발...뚜껑 여니 ‘올(All) 역세권’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주도해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신속한 주거환경과 주택공급 개선을 위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장에는 상당한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현행 상한의 최대 120%에 달하는 용적률은 물론 분양가상한제(분상제) 등 일부 규제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각종 인허가 간소화와 사업 융자 지원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다만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주택 등은 향후 공공임대 등의 형태로 최대 50% 이상 기부채납해야 한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의 경우 기존 정비구역 중에서도 역세권으로 평가받는 지역들이 선정됐다. 역세권의 경우 수익성이나 사업추진에서 더욱 유리하고, 국토부가 추진하는 역세권 고밀개발 등의 공급정책과도 궤를 같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는 “이번 선정의 경우 사업성 부족이나 주민 갈등으로 정비구역 지정 후 사업이 평균 10년 이상 정체된 곳을 대상으로 했다. 역세권 중 공공재개발로 사업추진 장애요인을 해소할 시, 실수요자가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곳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국토교통부에서 역세권 고밀개발 등의 기치를 내건 만큼, 정책방향에 맞춰 실수요가 높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후보지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성공적 선례가 필요한 만큼, 이번 사업지 선정의 경우 사업추진이 가급적 용이한 곳들을 최우선적으로 선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흥행 성공한 공공재개발...“공급규모는 한계”

전문가들은 이번 공공재개발 선정이 향후 다른 정비사업장의 참여 역시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공재개발의 경우 각종 인센티브 등 유인요소가 풍부하다. 사업진행이 멈춰있는 서울 강북·외곽 대규모 재정비촉진지구 일부가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분상제 미적용으로 전매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실거주의무가 없다는 점은 신축의 유통 장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반면 공급규모에서 한계 역시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서 회장은 “흑석2구역을 제외하면 공급 규모가 크지 않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이어야 개발이나 사업에서 시너지가 나는데, 소규모 단지가 많아 효과가 적을뿐더러 난개발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 역시 “시범단지들의 경우 500세대 이하 소규모 재개발 사업지들이 대다수다. 과거 뉴타운 사업 같은 대량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공적 공공재개발, 세부 기준·조율이 관건

전문가들은 우선 주민들이 납득할 정비계획과 예상 분담금, 비례율과 기부채납 규모 등의 세부적인 사항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 회장은 “공공기여 부분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해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수익 대비 기여 비중에 대한 더욱 세부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어 “건폐율을 낮춰 공원용지나 도로용지로 확보해 난개발을 막을 대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함 랩장은 “향후 소셜믹스 등 동호배치와 커뮤니티 시설과 관련해 주민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민간 일반분양과 공공일반분양의 분양가 차이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기존 재개발 사업추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난관이 바로 보상 문제다. 공공의 보상문제 해결에 대한 대책이 미흡해 보인다. 빠른 사업추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가격 상승 가능성 대비책도 필요”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시범 사업지로 지정된 일부 지역의 가격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함 랩장은 “정비사업 진행이 재가동되면서 관련 호재에 따른 가격 상승 불안이 동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가격 상승시 이미 기존 재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한 투기 방지책을 적용하면서, 필요한 경우 공공 이익환수를 추가할 필요도 있다”고 답했다.

실제 정부는 이번 선정된 후보지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흑석동을 제외하고 사실 투기우려가 아주 높지는 않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 투기세력 차단에는 확실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어 “다만 기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추가적인 사업지연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