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까지 방영되어 인기를 끌 정도로 이제 우리에게 스타트업은 생소하거나 특별한 단어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로 살아가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국내 스타트업의 80%는 창업 후 2년을 넘기지 못하는 데스벨리에 빠져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데스벨리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비즈니스 모델을 훌륭하게 구축하면서 탄탄한 기초체력을 키우는 한편 투자 유치를 통해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이 병행되면 가능하다.

여기서 또 하나의 난관이 시작된다. 당장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고, 비즈니스의 확장을 공격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투자 유치'라는 오아시스는 도대체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가? 독이 든 성배가 아닌, 빛나는 성공의 길로 안내해줄 마법의 양탄자는 어디서 구해야 하는가?

12일 스타트업 시드투자 및 사업개발 전략적 파트너를 자임하는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뉴패러다임)의 배상승, 박제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왼쪽부터 박제현, 배상승 대표. 출처=뉴패러다임
왼쪽부터 박제현, 배상승 대표. 출처=뉴패러다임

"투자자가 매력 느껴야 투자 유치 가능"
뉴패러다임은 지난해에만 12개 스타트업, 23억원의 신규투자를 단행했으며 누적 기준으로는 43억원, 총 31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34억원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41억원으로 키웠으며  1호부터 4호개인투자조합까지 100억원 규모의 조합을 결성한 후 올해 개인투자조합 5호, 벤처투자조합 1호로 300억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연내 50억원 수준의 신규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이나 헬스케어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뉴패러다임의 배상승 대표는 KTB네트워크, 가온미디어 등 벤처캐피탈을 거쳐 판도라TV 부사장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박제현 대표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다산티피에스, 나노텍 상장을 비롯해 게임사 네시삼십삼분, 마인즈랩, 더파머스 등에 투자를 단행했던 벤처캐피탈리스트다.

뉴패러다임으로 뭉친 두 대표의 투자 철학은 무엇일까.

배 대표는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사람'을 지목했다.

그는 "농사를 지을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좋은 밭에 양질의 종자가 심어질 때"라면서 "투자도 마찬가지다. 밭이라는 사업이 잘 되려면 종자라는 사람이 좋아야 하는데 아무리 사업계획서가 좋아도 사람이라는 종자가 나쁘면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배 대표는 이어 "간혹 '투자만 진행된다면 반드시 성장하겠다'고 말하는 대표들이 있는데 이런 말에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서 "'1위를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면서 '투자 유치와 상관없이 우리는 성장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인다면 투자를 단행한다.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제현 대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박 대표는 "투자를 심사할 때 해당 스타트업이 솔루션을 명확하게 제공하고 있느냐, 의미있는 시장 규모냐, 기술의 독창성을 가지고 있느냐, 경영진이 업을 잘 이해하고 1등이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본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사람을 보면 스타트업의 성공 의지가 거짓말처럼 엿보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성과지표를 면밀히 따진다는 설명도 나왔다. 배 대표는 "달리는 말이 계속 달리는 것처럼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계속 성공하고 투자는 또 다른 투자를 부르기 마련"이라며 "성과지표에 그 힌트가 있다고 본다. 투자를 부르는 성과지표가 만들어지면 그 이후에는 투자자로부터 더 큰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투자 유치와 관련된 또 하나의 비결은 '선명성'이다. 박제현 대표는 "투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스타트업 대표 입장이 아니라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투자자들이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 명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는 '기술이 탄탄하니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말하지만, 개인사업이 취미라면 모르겠으나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않으며 본인의 시각에만 매몰되면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없다"면서 "간혹 본인의 전문영역이라는 이유로 좁은 시야로만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있다. 투자 유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 단언했다. 

배상승 대표. 사진=최진홍 기자
배상승 대표. 사진=최진홍 기자

"좋은 파트너 만나야"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투자 유치, 나아가 스타트업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구체적인 목표와 좋은 성과지표를 보유한 상태에서 투자 유치에 급급해 생각없이 투자 유치에만 매달리면 항상 끝이 나쁘다는 것이 업계의 불문률"이라며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키우고 스타트업이 온전히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투자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패러다임이 추구하는 가치다. 배 대표는 "성과지표를 면밀히 따지기는 하지만 우리가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곳은 엄연히 시드 투자다. 말 그대로 막 태어난 스타트업의 비전을 보고 투자한다는 뜻"이라며 "평균 2억원 수준의 시드 투자를 단행하면서 기타 용역이나 컨설팅 등 부가업무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오로지 스타트업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장치만 마련해준다"고 말했다.

단순히 '투자만 하고 끝'도 아니다. 배 대표는 "뉴패러다임은 시드 투자와 시리즈A 투자까지 책임지고, 이후 덩치가 커지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 스타트업은 9000억원의 자금을 보유한 뉴패러다임의 모회사 티에스인베스트먼트가 시리즈B부터 C, 나아가 엑시트를 지원하는 구조"라면서 "스타트업의 전 생애 주기를 면밀하게 '케어'할 수 있다. 우리의 주특기"라고 말했다.

투자자와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시너지도 내는 작업에도 집중한다. 박제현 대표는 "우리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상승시킬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면서 "우리가 투자한 블루엠텍은 당초 전문의약품 커머스 플랫폼으로 활동했으나 지금은 디지털 기반의 생태계 포털로 변신하고 있다. 스타트업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부드럽게 끌어내어 최신 트렌드를 도입, 내실있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이뤄낸 대표적인 사례라 자평한다"고 말했다.

성과는 이미 나오고 있다. 뉴패러다임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스파이더크래프트, 블루엠텍, 빈센 등 스타트업 6곳은 현재까지 총 206억원의 누적 투자를 끌어냈으며 이들의 평균 기업가치 상승률은 529%에 이른다. 시드 투자후 5개 스타트업의 프리A 후속투자유치는 누적 기준 65억원에 달하며 현재 뉴패러다임은 경기도 윙스 프로그램 주관사로 활동하는 중이다.

배상승 대표는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과 헬스케어에 투자하는 한편 훌륭한 스타트업과 미래를 꿈꾸고 싶다"면서 "뜻을 함께하는 스타트업과 함께 시대를 개척하는 한편 혁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자본 투자자들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과 제휴를 통해 직접 운영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면서 "올해 스타트업을 위한 모든 지원은 준비됐다.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파트너를 더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