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이 개발한 한국 30호 신약 '케이캡(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출처=HK이노엔
HK이노엔이 개발한 한국 30호 신약 '케이캡(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출처=HK이노엔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를 이끌 차세대 주자가 나왔다. 한국콜마그룹의 자회사인 HK이노엔(전 CJ헬스케어)과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에스티팜(237690)이 주인공이다. HK이노엔은 대한민국 30호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개발해 글로벌에 진출하고 있다. 이 기업은 수액제, 도입 전문의약품(ETC), 라이프케어 사업, 더마 코스메틱 등 안정적인 사업에 기반을 두고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에스티팜은 차세대 의약품인 올리고핵산치료제의 원료의약품(API)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와 뉴클레오시드 부분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위탁개발생산(CDMO)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기업은 또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꼽히는 mRNA 기반 생산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에스티팜은 글로벌 임상에 진입한 자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도 갖추고 있다.

HK이노엔, ‘케이캡’ 글로벌 진출 박차

HK이노엔은 지난해 4월 사명을 바꾸면서 새 출발을 알렸다. ‘HK inno.N’이라는 회사명에는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써 갖춰야 할 정신인 ‘새로움(New)’, ‘연결(and)’, ‘미래(Next)’가 함축적으로 담겼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 HK이노엔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의약품 중 하나다.

케이캡은 기존 의약품 대비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이 빠르고, 지속성이 우수하면서 식전‧식후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나타내는 약이다. 지난 2019년 3월 출시된 케이캡은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및 위궤양, 소화성 궤양 및 만성 위축성 위염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케이캡 매출(단위 억원, 유비스트 원외처방액 기준). 출처=HK이노엔
지난해 1~11월 케이캡 매출(단위 억원, 유비스트 원외처방액 기준). 출처=HK이노엔

케이캡은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원외처방데이터 기준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산 신약 중 최단 시간에 연 매출액 2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매출은 650억원이다. 출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실적을 종합하면 914억원에 이른다.

HK이노엔은 SCI급 학술 저널에 실릴 정도로 우수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나타내는 케이캡으로 지난 2015년 중국에 114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이뤄냈다. 완제품 수출 계약은 2018년 베트남에 이어 멕시코 등 중남미 17개국에서 체결됐다. 중남미 17개국에 대한 수출 규모는 1008억원이다.

2019년에는 동남아시아 및 인도네시아 1위 제약바이오 기업인 칼베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태국과 필리핀, 몽골, 싱가포르 등에서도 잇따라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24개국에 진출했다. 선진 의약품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은 한국에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3상),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유발 위십이지장 궤양 예방요법(3상) 등에 대한 임상을 추가로 진행하면서 적응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 임상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파이프라인‧ETC 등 신사업 순항

HK이노엔은 항암제 ‘IN-A008’, 간질환 치료제 ‘IN-A010’,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N-A002’ 및 수족구백신, 코로나19 백신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지속해서 확보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규 투자 및 신사업도 순항 중이다. 수액제 시장이 해마다 성장하면서 HK이노엔은 충북 오송에 연간 5500만개(Bag)의 수액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했다. 지난해 8월 완공된 오송 수액 신공장은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HK이노엔은 총 연간 1억개 수액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부터는 한국MSD의 백신 7종과 관련해 공동 영업 및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HPV백신 ‘가다실’, ‘가다실9’를 비롯해 로타 바이러스 백신 ‘로타텍’ 등 5개 품목은 공동 영업‧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HK이노엔은 이에 더해 A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 ‘박타’ 등 2개 품목 등 총 7개 품목에 대한 유통도 맡을 방침이다.

HK이노엔은 라이프케어 사업에도 힘을 더하면서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주요 제품인 컨디션, 헛개수, 홍삼진에 이어 프리미엄 건강 브랜드 ‘뉴틴’을 런칭하면서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했다.

연평균 15%씩 성장 중인 더마 코스메틱(Derma Cosmetic) 시장에도 새롭게 뛰어 들었다. 이는 HK이노엔이 한국콜마에 인수된 후 선보이는 신사업 1호다. ETC,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HK이노엔의 제약바이오 사업 노하우에 모기업인 한국콜마의 세계적인 화장품 기술력이 만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클레더마’로 첫 결실이 이뤄졌다. 탈모‧두피케어 전문 브랜드 ‘스칼프 메드’를 런칭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1000만 탈모인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HK이노엔은 신약 케이캡과 안정적인 사업에 기반을 두고 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는 JP모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다. 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 상장은 주목을 받는 IPO 중 하나”라면서 “신약개발과 관련해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티팜, 차세대 의약품 API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에스티팜은 차세대 의약품인 올리고 핵산 치료제의 API CDMO 기업이다. 뉴클레오시드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에스티팜은 1‧2차 증설에 이어 3차 증설을 검토하고 있어 수주와 증설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

에스티팜은 선진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 수준을 충족하는 생산 설비 보유와 과감한 선제적 투자로 올리고 핵산 API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에스티팜은 해당 분야에서 혈액암, 심혈관질환, 헌팅턴병 등 20개 이상의 CDMO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글로벌 제약사 3곳에서 4건의 신규 수주를 받았다. 누적 수주 잔고는 6900만달러(83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에스티팜의 올리고 부문 전체 매출인 253억원의 3배 이상 규모다.

에스티팜 파이프라인. 출처=에스티팜
에스티팜 파이프라인. 출처=에스티팜

글로벌 의약품시장조사 기관인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핵산 치료제 시장이 2024년 3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영역 또한 희귀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확장되면서 올리고 핵산 치료제 API 수요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리고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에스티팜은 차세대 의약품과 관련한 사업 분야에서 강력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mRNA 백신‧치료제 부문을 택했다. 대표이사 직속의 mRNA 사업개발실을 신설하고 유전자 치료제 분야 전문가인 양주성 박사를 개발실장(상무)으로 영입했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10월 mRNA를 합성할 때 필요한 분자의 안정화 핵심기술인 5’-캡핑(Five Prime Capping) RNA 합성법의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mRNA 치료제 및 백신은 뉴클레오타이드 1000~5000개를 이어붙여야 하는 만큼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화 기술이 필요하다. mRNA 유전자를 활용한 치료제와 백신 CDMO 신사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급성장하는 mRNA 치료제 및 백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자체 신약후보물질 임상도 순항 중이다. 8개 파이프라인 중 2개가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했다.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STP1002는 경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대장암 치료제다.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1상 중간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즈 치료용 신약후보물질 ‘STP040’는 유럽 임상 1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2021년 하반기에 임상 1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 서근희 애널리스트는 “에스티팜은 올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TQJ230’ 등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추가 수주에 이어 mRNA 백신에 대한 생산 설비도 확충할 예정”이라면서 “기존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생산 설비와는 별의 설비로 mRNA 생산을 위해서 자체 제작 효소 준비를 완료했으며, 현재는 월 50mg 생산이 가능하나 올해부터 월 5000mg으로 생산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향후 mRNA 고나련 수주를 받게 되면 생산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