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일구 기자]서울 유명 대학교에 다니던 한 공대생이 갑작스레 패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미국 뉴욕 여행에서 문화적 쇼크를 받은 것이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 그 주인공은 현재 디어마이디어를 이끌고 있는 정두영 대표다. 디어마이디어는 패션 브랜드가 아닌, 리빙 관련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곳이다. '공대생=패션=리빙'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와 함께 디어마이디어를 창업한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 사진(사진촬영 당시 1.5단계 수준의 방역준칙을 철저히 지켜 촬영하였습니다.)=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 사진(사진촬영 당시 1.5단계 수준의 방역준칙을 철저히 지켜 촬영하였습니다.)=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힙’한 동네 성수동에 자리잡은 ‘디어마이디어’

패션디자이너 겸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는 최근 라이프 스타일 리빙 관련 숍들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는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이곳은 문화적 거리로 탈바꿈 될 예정이어서 선택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오래된 정비소를 개조하고, 눈에 띠는 컬러를 외관에 입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꾸몄다. 창업전에는 패션디자이너로 20여년 간 일해 왔다. 남성 패션 브랜드로 잘 알려진 지이크, 지이크파렌하이트 등을 론칭해 디렉팅도 했고 서울패션위크 등의 패션쇼도 참가한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기회가 닿아 ‘SBS패션왕’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김나영과 한 팀으로 1등을 거머쥐었고, 이 후 ‘패션왕 비밀의 상자’에서는 가수 김종국과 함께해 우승한 경험도 있는 패션 감각이 남다른 그다. 정 대표는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공대생 오빠다. 학생 때 뉴욕을 처음 방문하면서 문화적 쇼크를 받았고, 패션 공부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한 방이 됐다.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패션은 곧 라이프 스타일”

정두영 대표는 “어쩌면 패션은 전공과 완전 다른 분야일 수도 있지만, 일을 하다 보니 패션디자이너의 업무 중 하나는 원단을 고르고 디자인해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원단의 성질을 이해하고 만들다 보니 섬유공학을 전공했던 부분이 연결고리가 돼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과연 이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또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정 대표는 “첫 번째로 안하면 한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너무 하고 싶었다”며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과 동기나 선후배 중 그 누구도 자신과 비슷한 경우는 없었다. 정말 특이한 이력이지만 옷이 너무 좋아 시작했다.

정 대표는 최근 리빙(Living) 사업에 뛰어들었다. 패션은 이전까지 옷=패션 이라는 공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패러다임이 변해 패션은 곧 라이프 스타일로 대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5~6년 전부터 패션과 관련해 일본으로 출장을 가면, 패션과 관련된 장소가 어느 순간 라이프 스타일 숍으로 바뀌어 있고 또 리빙 숍으로 변화한 것을 보게 됐다”며 “왜 그럴까 깊은 고민을 하게 됐는데 입는 것 뿐 만 아니라 먹는 것, 살아가는 공간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영역으로 전환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리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디어마이디어 만의 '컬러'를 입히다

디어마이디어의 콘셉트는 ‘라이프 스타일에 패션을 입히다’라는 개념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사내 슬로건을 ‘테이블 웨어에 패션을 입히다’로 정했다. 어떻게 보면 (제품군)그릇이라는 부분도 있고, 리빙 숍이라는 부분도 있는데 정 대표는 “사업 접근 방식을 패션을 하면서도 관심을 가진 것이 컬러”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리빙도 패션만큼 다양한 코디네이션이 가능했다. 그릇에 어떤 음식을 담느냐 또는 테이블 위해 어떤 음식을 놓고 플레이팅 하는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것이 마치 옷을 코디네이션해서 스타일링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런 감성이 마음에 들었고 그릇에도 좀 더 색상을 넣어 패션 감성을 입혀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제품은 세트 구성 보다는 개별 구성의 코디네이션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정 대표에 따르면 “음식을 배달시켜도 그릇에 예쁘게 플레이팅한 후 SNS 등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2030세대의 트렌드다”라며 “그릇도 본인의 개성이나 느낌에 따라 코디네이션을 하는 욕구가 강해지다 보니, 우리도 그런 감성을 유지하고자 구성했고, 다양한 컬러를 코디해서 제안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디어마이디어는 자체 제작한 제품도 있지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중요시 하고 있다. 작은 기업들도 상생을 통해 함께 작업해야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전상근 작가와 함께 자기 등의 작품을 만들었고 패션아이템은 삼성디자인교육원 고석희 교수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었다”며 “자체 제품도 있지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라이프 스타일을 구성해 제안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의 주요 타깃은 여성이다. 가격대 역시 고가를 추구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요즘은 ‘착한가격’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정도면 내가 한번 시도를 해볼 만하다’라는 가격대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품 디자인과 관련해 상징적인 의미보다는 실용적인 의미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물방울 플레이트는 자체 개발한 상품으로 디자인 출원을 했다. 모양이 특이한 탓에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했고 카피를 막고자 안전장치를 해 놓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오히려 지금이 창업 기회

정두영 대표가 창업을 준비할 당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했다. 창업을 할지 말지 기로에 서게 됐다. 주변에서 폐업이 속출했고 경비를 줄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그는 반대로 생각했다. 정 대표는 “지금 시작해야만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이때 자리를 잡아야만 경기가 좋아질 때 함께 상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결코 쉽지 않을 결정이었지만, 시작해야만 한다”고 다짐했다.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디어마이디어 정두영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시련은 곧 기회로 바뀌어 다가왔다. 얼마 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위마켓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해 당당히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리 상품이 강남에서도 먹히는 구나’하고 말이다. 그는 함께 해준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 대표는 “‘디어마이디어’의 의미 자체는 ‘사랑하는 당신에게’이다. 모든 고객이 ‘사랑하는 당신이 될 수 있다’”며 “리빙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리고 예전에는 나를 ‘패션왕’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리빙왕’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