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국회 본회의에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이 통과했지만,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작 택배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로 내몬 주범인 '분류작업' 책임 소재가 이번 법안에 빠졌기 때문이다.

8일 국회 법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택배 노동자의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생활물류법 제정안을 가결했다. 일명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이라 불리는 생활물류법은 택배업을 등록제로 바꾸고,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을 보장하도록 한 내용이 핵심이다.

또 택배사업자가 계약을 해지하려면 계약 위반 사실을 명시한 시정 요구를 2회 이상 해야하고, 택배 종사자가 택배사업용으로 허가받은 화물자동차를 다른 화물운송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계 "택배노동자 처우개선 첫걸음 '환영'"

노동계는 생활물류법 통과에 환영을 표했다. 언택트시대 필수노동인 택배산업을 규정할 법의 부재로부터 택배노동자들이 받아왔던 고통을 생각하면 처우개선 첫 걸음이란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그간 택배산업은 백마진이나 리베이트, 택배비의 전용 등을 통해 택배비가 지속적 하락하는 등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구조가 만연됐었다"며 "이번 법제정으로 택배요금이 정상화 길로 들어섰다는 점, 이를 통해 택배노동자들 배달수수료가 적정하게 인상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활물류법이 산업발전법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처우개선’과 관련한 별도 조항이 포함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노동시간 개선, 휴식권 보장과 택배사 갑질로 일상적인 해고 협박에 놓였던 택배노동자들에게 6년간 계약이 보장된 것도 환영"이라고 강조했다.

택배기사 죽음으로 내모는 '분류작업', 책임 소재 불투명 여전...

문제는 '분류작업' 책임 소재가 통과된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류작업은 택배종사자나 영업점 업무로 명시되지 않아 '분류작업' 업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놓고 택배업체와 노동자간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택배업체들은 그간 관행에 따라 택배노동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택배업체 몫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생활물류법의 분류작업의 모호성을 인정하고 분류작업 명확화를 지난해 12월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에 포함, 시행령이나 표준계약서를 통해 보완키로 했으나 노동계와 사업자간 이견이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계는 이번에 통과된 생활물류법에 분류작업이 빠졌단 데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과로사대책위는 "분류작업 문제가 생활물류법에도 사회적 합의기구에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사회적합의의 보완 없는 생활물류법은 재벌택배사들에 대한 재벌특혜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계약해지 협박 ▲일방적 구역조정 ▲당일배송 강요 등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누락된 것도 문제라는 게 노동계 지적이다.

대책위는 "택배사의 계약상 영업점에 대한 개입을 할 수 없다는 논리로 모든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현실을 바로잡을 대책도 전무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생활물류법이 반쪽짜리, 재벌특혜법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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