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업태를 초월하는 초격차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모든 유통구조를 강화해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겠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선전포고처럼 지난해 GS리테일은 다양한 변화를 중심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절체절명 위기 속에서도 허 부회장의 전문분야인 편의점 GS25는 업계 1위를 지켜냈다. 이를 발판삼아 올해는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유통 원톱’ 자리에 도전하기 위해 허 부회장의 공격 경영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허 부회장은 GS그룹 창업주 고 허만정 회장 아들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4남이다. GS리테일에서 편의점사업부 MD부문장 전무, 영업부문장 부사장, MD본부장 부사장, MD본부장 사장, 편의점사업부 사장을 거쳐 지난 2015년 수장이 된 후 2019년 12월 부회장에 올랐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잔뼈가 굵은 만큼 업계에선 그를 ‘유통 전문가형 CEO’라 부른다.

허 부회장은 GS25를 편의점 업계 1위로 올려놓은 주역이다. 편의점 경쟁력으로 꼽히는 신선식품에서 격차를 벌리는 동시에 가맹점 상생에도 힘쓰며 점포당 매출 1위, 영업이익 1위로 만들었다.

여기에 지난 2019년부터는 점포수 1위까지 탈환해 진정한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점포수는 사실 단순한 숫자 경쟁에 불과하지만 편의점 업계에선 점포수 많은 브랜드가 ‘1위 브랜드’로 인식되기 때문에 매년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앞서고 있었더라도 지난 2002년부터 점포수 1위를 차지했던 CU가 ‘업계 1위’ 타이틀을 갖고 있었고, GS25는 이를 17년 만에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선 유통업계 현장에서 오랜 시간 몸담았던 허 부회장의 관록이 이끌어낸 결과라고 평가한다. 특히 편의점 업계에 대한 이해도는 전문가 수준이다. 그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납품되는 상품의 미세한 차이까지 파악하고 있어 업계에선 이미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DT 전환 ‘핵심 리더’… 미래먹거리 ‘스마트 스토어’ 집중

허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에 있어서도 발빠른 행보로 이미 업계를 긴장시키는 중이다. 미래먹거리로 ‘스마트 스토어’ 사업을 점찍었기 때문이다. 유통가에 드문 공대 출신 CEO인 만큼 업계 최초 무인 편의점부터 안면인식 출입문, 자동 발주 시스템, 드론 배송 시연 등 디지털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엔 LG전자와 함께 AI 로봇이 배송하는 배달 시스템도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LG사이언스파크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올해 GS타워, 파르나스타워 등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빅데이터를 위해 신한카드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GS25에서 수집한 소비 데이터를 다양한 산업 분야의 데이터들과 융합, 상품화하고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GS25 매장 1만5000여 곳의 고객 구매 데이터와 신한카드 소비패턴 데이터를 결합해 상품 개발, 마케팅 등에서 활용할 전망이다.

허 부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역시 ‘스마트 스토어’ 확대에 힘쓸 전망이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 신기술을 융·복합하는 것으로, ‘무인·하이브리드 점포’, ‘피트니스형 점포’가 대표적이다. 해당 점포에는 최첨단 기술이 다수 적용됐다. 매장 내 천정에 CCTV가 10여개 있어 고객의 동선을 파악해 도난을 방지하고 무인 셀프 계산대가 구비돼 직접 결제를 하고 매장을 나오면 된다. 매장에 들어갈 때도 후불 교통카드나 신용·체크카드 등으로 인증 절차를 거쳐야 매장 진입이 가능한 ‘디지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업계는 허 부회장 손에 쥐어진 GS리테일의 디지털전환 속도가 올해 더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다른 유통업체들과는 디지털 전환 속도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편의점 1위·홈쇼핑 1위 합쳐 ‘유통 원톱’ 올라선다

허 부회장은 편의점 업계 1위에 그치지 않고 올해 존재감을 더 키워 ‘유통 원톱’에 도전한다. 오는 7월까지 GS홈쇼핑과 전격 합병이 예정돼 있어서다. 존속 법인은 GS리테일로, GS홈쇼핑은 해산된다. 각각 편의점 업계 1위, 홈쇼핑 업계 1위인 만큼 합병이 마무리 되면 GS리테일은 자산 9조원, 연간 취급액 15조원, 일거래 6000만건에 이르는 초대형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는 사실상 GS그룹 내 허 부회장의 역할이 막중해짐을 의미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키워온 GS홈쇼핑을 GS리테일이 품으면서 허 부회장이 유통 부문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됐기 때문이다.

허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 효과에 주목할 전망이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강점을 둔 GS리테일과 온라인 역량을 갖춘 GS홈쇼핑의 시너지를 확대해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의 온라인 역량을 바탕으로 편의점·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할 수 있게 됐고, GS리테일이 보유한 전국 단위 점포망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TV홈쇼핑과 온라인 커머스 역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가진 강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통업계 플랫폼으로 공고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 허연수 부회장이 보여준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덩치가 커진 GS리테일을 어떻게 이끌 지 주목 된다”고 말했다.